[SS인터뷰] 이제훈 “작품을 목숨처럼” 조급함 없는 그의 자신감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SS인터뷰] 이제훈 “작품을 목숨처럼” 조급함 없는 그의 자신감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 승인 2016.05.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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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훈이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을 통해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았다. 우려는 접어둬도 될 듯하다. 이제훈은 초단위로 선악의 얼굴을 바꿔가며 거침없이 극을 이끌었다.

독립영화로 묵묵히 실력을 쌓아오던 이제훈은 ‘파수꾼’을 통해 다소 늦은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 ‘파수꾼’, ‘고지전’, ‘건축학개론’으로 이어지는 그의 행보는 완벽한 신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제훈은 입대를 앞두고 말 그대로 ‘열일’했고 제대 후에도 대중들의 관심은 이제훈을 떠나지 않았다.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이제훈은 새로운 안티 히어로의 탄생을 알리며 그의 영역을 더욱 넓혔다.

“시나리오를 처음 볼 때 감독님께서 시나리오와 영화의 전체적인 그림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어요. 만화영화를 보는듯한 모습들이 그려지면서 어떻게 나올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감독님의 생각들이 어떻게 구현되고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최종적으로 결과물을 보니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보고 싶어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반겨주실 것 같아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모든 것이 새롭다. 영화는 악당보다 악명 높은 탐정 홍길동이 원수를 찾아 나섰다가 광은회의 음모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성희 감독은 실사에 CG를 입히는 과감한 방식으로 새로운 미장센을 완성했다. 1950년대 필름 느와르를 표방한 스타일은 신선한 느낌을 주며 배경 역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제훈이 연기한 탐정 홍길동 역시 기존의 히어로와는 차이가 있다. 탐정 홍길동은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심을 지니고 있고 신념도 없고 정의구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제훈은 안티 히어로가 아이들을 만나 복수의 대상을 두고 갈등하고 사람들을 구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에 신선함을 느꼈다. 그리고 조성희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작품 선택으로 그를 이끌었다.

   
 

“제대를 앞두고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늑대소년’도 그렇지만 ‘짐승의 끝’이나 ‘남매의 집’ 같은 독립영화도 다 봤어요. 이런 세계관이 있나 싶었어요. 평소 독립영화에 관심도 많고 신선한 자극도 많이 받아요.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작품이 나오는데 있어 독립영화 감독님들이 노력을 많이 하세요. ‘남매의 집’을 볼 때 정말 혀를 내둘렀어요. 너무나 감사하게도 제안을 해주셔서 의심의 여지없이 하고 싶다고 했죠. 만나서 영화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정말 꿈 많은 소년 같이 말씀하셔서 빠져들었어요.”

제대를 앞두고 이제훈은 여러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 중 이제훈은 조성희 감독을 택했고 그런 신뢰는 촬영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이제훈은 “고민을 한가득 안고 가던 이전 현장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가장 마음이 편했다”며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었다”고 감독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언론시사회에서 이미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은 속편 제작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속편을 위한 암시는 물론 다채로운 캐릭터가 한 편으로 끝나기엔 아쉽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제훈과 함께 최고의 캐스팅이라 불리는 말순 역의 김하나는 자칫 어둡게만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를 적재적소에서 환기시키며 제 몫을 톡톡히 한다. 이제훈과 조성희 감독은 연기 경력이 전무한 아역 김하나를 어르고 달래며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이끌었다. 이제훈은 “모든 배우 중에서 감독님이 가장 공을 들이고 관리했다”라며 “감독님이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나 제스처, 동선 모든 것을 맨투맨으로 지도를 하셔서 그런 연기를 끌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탐정 홍길동의 복수 대상인 박근형은 이제훈과 강한 감정으로 부딪히며 열연을 펼친다.

“박근형 선배님과 촬영할 때는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에 부담이 있었어요. 강한 감정신이 붙잖아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말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게 배려해주셨어요. 너무나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님도 현장에서 힘들잖아요. 오랜 시간 촬영하고 맨발에 옷도 얇은 상태에서 차가운 바닥에 묶여있어야 하고. 보통 그러면 화면에 안 걸릴 때는 쉬셔도 되는데 상태를 유지해야 고통과 힘듦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절대 대우를 받지 않으셨어요. 정말 놀랐어요. 선생님처럼 오랜 시간 연기를 하고도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저런 열정을 지닐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를 연구하시면서 감독님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저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생각도 들고 또 그런 모습이 굉장히 해맑으세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최근 종영된 드라마 ‘시그널’에서 이제훈은 박해영 경위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시그널’은 그 인기를 입증하듯 시즌2 제작 요청이 쇄도했다. 시리즈는 배우로선 큰 사랑을 받는다는 증명이기도 하지만 자칫 한 배역으로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는 위험 부담이 있다. 이제훈은 드라마에선 ‘시그널’, 영화에선 ‘탐정 홍길동’이 시리즈로 제작될 가능성이 있어 ‘시리즈 전문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지가 굳어질 것에 대한 걱정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을 좀 더 보여줬으면 했어요.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관객 분들도 저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한 작품으로 끝내기는 아쉬워요. 할리우드에도 시리즈물에 꾸준히 나오면서도 자기 작품을 찾아가는 배우들이 많잖아요. 혹시 ‘탐정 홍길동’이 시리즈물로 제작된다면 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은 제가 극복해야 하는 문제죠. ‘시그널’도 그래요. 우연찮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저를 이제훈이라고 불러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박해영 경위’라고 부르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아요. 연기자라면 자신의 캐릭터가 작품에 온전히 존재하고 마치 실제로 어딘가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길 바라니까요.”

늦게 주목을 받고 군대를 다녀왔지만 이제훈의 모습에 조급함은 없었다. 물론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진 않을까하는 우려는 있었지만, 이제훈은 군대에 있는 동안 배우의 길을 점검했다. 그는 “연기는 평생하고 싶은 것이고 작품은 목숨처럼 소중히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의 목표는 그런 마음을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그래서 부단히 애를 쓰면서 ‘언젠가 경력이 쌓이면 잘하겠지’라는 꿈을 꾸는데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매순간 고민되고 어렵고 두려워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극복해야죠. 제가 잘 하고 잘 맞는 캐릭터만 지향하는 배우는 아니에요. 도전하는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어쩌다보니 요즘 사랑이야기를 안했더라고요. 로맨틱코미디도 하고 싶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좋은 여배우가 저를 찾아주시고 원한다면 언제든지 준비는 돼있습니다(웃음).”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