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해어화’ 천우희, 보고 또 봐도 궁금한 그녀
[SS인터뷰] ‘해어화’ 천우희, 보고 또 봐도 궁금한 그녀
  • 승인 2016.04.1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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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대표작은 그 배우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대표작은 대중에게 배우의 이름과 캐릭터를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어떻게 해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게 만드는 개미지옥이 되기도 한다. 천우희의 대표작은 ‘한공주’다. 영화 ‘한공주’로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해어화’에서는 천우희가 연기한 연희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정가의 명인인 소율(한효주 분)을 제치고 당대 최고 작곡가 윤우(유연석 분)의 선택을 받는다. 연희는 소율의 사랑과 우정, 노래까지 모두 차지한다. 그녀는 전작의 의상을 모두 합친 만큼의 다양한 의상을 입고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는 목소리로 시대를 노래한다. 영화에서 천우희는 무려(?) 청순의 대명사인 한효주에게서 유연석을 빼앗는다. 그동안 주로 결핍이 있는 역할을 맡았던 천우희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맑은 목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예쁨을 연기한다.

천우희는 영민하다. 그녀는 ‘한공주’에 갇히지 않았다. 전작의 성공코드를 이어가기보다는 매번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캐릭터로 온전히 남았다. 그래서 배우 천우희에겐 느낌표가, 인간 천우희에게 물음표가 생긴다. ‘해어화’에서 천우희는 전작에 없던 모습으로 또다시 그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전과는 색다른 캐릭터인데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시나리오 선택할 때 감으로 선택해요. 평소에 ‘촉 좋아요’ 이런 말 하거든요. 그런 ‘느낌’이라는 걸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선택하는데 결정적 요인이에요. ‘해어화’는 선뜻 결정하기 어려움이 있었어요. 나중에 반복해서 읽었을 때 우려했던 부분도 있었고요. ‘한공주’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이번에는 노래로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부담됐어요. 관객들이 볼 때 납득이 안 될까봐 걱정했죠.

노래를 직접 소화했나. 실력이 뛰어나다. 

평소에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웃음) 노래는 자신이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평가를 받는 거잖아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4개월 동안 기본 발성을 연습하고 1940년대 창법을 구사하기 위해 트로트도 연습했어요. 4개월 동안 매일 반복했어요. 노래는 연기와는 또 다른 방식의 감정표현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1940년대 노래를 다뤘지만, 재즈나 뮤지컬 느낌이 나는 곡들도 있다. 

여러 버전의 창작곡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40년대풍의 노래를 만들었는데 제가 듣기에도 와 닿지 않더라고요. 노래가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색다른 느낌만으로 끝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생각했던 지점이 비슷해서 현대적인 부분을 가미했죠. 절충을 거쳐 곡이 나오기까지 많은 버전이 있었어요. 여러 곡을 연습하고 과감히 포기도 하면서 나온 곡들이죠.

   
 

극 중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과 매력으로 대중들의 사랑은 물론 윤우의 사랑을 차지한다.

영화에서 윤우는 돈을 내고 부유층이 듣는 정가가 아닌 민중을 위한 노래인 ‘조선의 마음’을 만들겠다고 해요. 소율과 연희 중 누가 노래를 잘했다기보다는 그런 면에서 연희가 더 끌렸겠죠. 연희가 윤우와 가까워진 것도 예술적 교감 때문이라 생각해요. 영화에선 편집됐는데 연희와 윤우가 처음부터 사랑에 빠진 건 아니에요. 연희는 하루하루를 피동적으로 넘기며 살아온 인물이에요. 윤우는 ‘조선의 마음’을 부를 목소리가 필요했고, 그의 제안에 연희의 세상이 바뀐 거죠. 그러면서 삶의 태도도 바뀌고 노래를 대하는 마음도 변했어요. 윤우와 노래를 만들어 가면서 존경심과 예술적 교감이 사랑으로 발전한 거죠.

둘은 한 여자를 지독하게 배신했다. 연희에게 소율은 소중한 존재였는데 관계에 배려가 없어 보인다.

윤우와 연희의 감정선이 아쉬워요. 너무 못됐다고 그러더라고요. 둘도 없는 친구라고 해놓고는 연인을 뺏고. 그런데 의도적으로 뺏었다기보다는 가까워지는 계기에 ‘조선의 마음’이라는 노래의 역할이 커요. 각자의 정체성이 있고 감정선이 있는데 조금은 생략이 됐어요. 세 인물의 과정들이 모두 보였으면 ‘연희나 윤우의 입장도 어쩔 수 없었겠구나’하는 공감이 있었을 거예요. 누구 하나 피해자나 가해자라고 규정지을 수 없어요. 물론 저는 제 역할에 애정이 있으니 두둔하게 되는 부분은 있죠(웃음).

영화의 중심이 되는 ‘조선의 마음’ 1절을 직접 작사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촬영 중반까지도 ‘조선의 마음’이 확정이 안 됐어요. 곡은 나왔는데 작가 버전이 여러 가지였어요. ‘조선의 마음’이 영화에서도 연희에게도 중요해서 충격적일 만큼 감흥이 있었으면 했어요. 감독님께 제가 작사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봤죠. 사실 조금 써놓긴 했지만(웃음). ‘조선의 마음’이라는 제목에서 무게감이 느껴져서 시대적 배경도 녹여내고 연희가 느꼈던 인생의 고달픔 등 여러 가지가 남겨졌으면 했죠.

   
 

인물의 구도상 승자는 천우희다. 설득력이 있으려면 매력을 많이 보여야 할 텐데.

관객분들이 봤을 때 분명히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 하는 저로서는 분명히 매력이 표면적으로 노출돼야 하지만 의도적으로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한 부분에서 가장 큰 건 목소리였던 거 같아요. 연기나 다른 외모적인 것보다 윤우의 마음을 움직인 건 목소리, 예술적 교감이 아닌가 싶어요.

이번에 작사 실력도 선보였는데 평소에 글을 자주 쓰는 편인가.

많이 적어요. 일기도 고등학교 이후로 쭉 쓰고 연기일지는 연기를 할 때부터 쭉 썼어요. 대단한 걸 적기보다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이나 하루를 되돌아보는 정도예요. 휴대폰에 적다가 어느 순간 욕심이 나서 매일 적게 된 거 같아요.

혹시 에세이를 내고 싶은 욕심은 없나.

아주 나중에? 연륜이 쌓이고 어디에 내놔도 안 부끄러우면 그렇게 되겠죠. 연기를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고민했던 부분을 그 친구들도 고민할 테고 현장에 오면 부딪히는 현실도 비슷할 것 같아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아주 나중에요.

어떤 내용을 적는 지 궁금하다.

제가 쓴 많은 부분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쓴 것들이에요. 해마다 휘갈겨 쓴 걸 모았어요. 쭉 보면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항상 다짐이나 연기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비슷한 거 같아요.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을 잃지 않고 유지하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품 임할 때 어떤 배우가 되어 연기를 해야 하나 고민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좋은 배우지’라고 하다가도 어떤 작품을 보면 바뀌기도 해요. 관객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때 즐거움이든 감동이든 꼭 공감을 줬으면 해요. 그리고 그러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배우라기보다는 작품 안의 인물로서 살아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배우로서 본인의 느낌을 내기보다 인물로서 존재하는 게 저로서는 뿌듯할 것 같아요.

   
 

실제로 만난 천우희는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 왜 주로 어두운 작품을 선택하나.

항상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흥이 많아요(웃음). 제 안에 있는 흥을 보여주는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한데 직업 상 누군가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저에게 주어진 기회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뿐이지 하고 싶다고 바로 이뤄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조급하진 않아요. 조금씩 영역을 넓혀갈 거로 생각해요.

‘해어화’를 통해 배우로서 얻은 점은 무엇이 있나.

꾸민 모습? ‘천우희에게 저런 모습이 있구나’하는 색다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큰 도전이었어요. 노래라는 영역이 저에게는 큰 시도였는데 그 고비를 넘었을 때 쾌감은 확실히 있었어요. 다음에 도전할 때는 더욱 과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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