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그날의 분위기’ 문채원, 느린 말투처럼 차분하게 도전하는 중
[SS인터뷰] ‘그날의 분위기’ 문채원, 느린 말투처럼 차분하게 도전하는 중
  • 승인 2016.0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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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그날의 분위기’ 문채원, 느린 말투처럼 차분하게 도전하는 중

문채원이 2년 연속 로맨틱코미디로 돌아왔다. 2015년 1월 14일 ‘오늘의 연애’가 개봉했고, 정확히 1년 뒤 2016년 1월 14일 ‘그날의 분위기’가 개봉했다. 사람의 손길과 체온이 그리운 시기에 선물같이 등장하는 그녀. 내년에도 또?

영화 ‘그날의 분위기’는 KTX에서 우연히 처음 만난 ‘안 하는 거 참 많은’ 철벽녀 수정(문채원 분)과 ‘맘만 먹으면 다 되는’ 맹공남 재현(유연석 분), 그들이 하룻밤을 걸고 벌이는 밀당 연애담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영화다. 두 작품을 연달아 로맨틱코미디를 들고 찾아온 문채원이지만 의외로 그녀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로맨틱코미디보다는 스릴러를 좋아한다.

“영화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장르가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그날의 분위기’가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어요. ‘오늘의 연애’와 ‘그날의 분위기’는 둘 다 로맨틱코미디지만 캐릭터는 달라요.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연기적인 측면에서는 매력이 없는 인물이에요. 특별한 장애나 트라우마, 성격적 결함이 도드라지는 주인공이 아니라 대본은 좋게 읽었는데 너무 평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평범하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과도 가장 닮아있을 것 같았어요. 포인트가 없는 인물이라 조금씩 포인트를 만들어 가는 걸 중점으로 했어요. 큰 화면에서 자연스럽고 심심하지 않게 시선을 끌 수 있는 연기는 어떨까 생각 해봤었는데 이번에 도전해봤네요.”

   
 

문채원의 말처럼 수정이라는 캐릭터는 주연이라고 하기엔 특징이 없다. 어떤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도 아니며 크게 모난 구석도 없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철벽녀’인데 사실 첫 만남을 제외하면 ‘철벽’이라고 하기엔 어폐가 있다. 수정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마주하는 인물과 상황이 한정돼있다. 그럼에도 문채원은 보수적이고 답답한 수정에게 조금의 양념을 가미하며 지루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탈바꿈했다. 물론 문채원의 미모 자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점도 한몫했다.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자신이 현재 영화계에서 할 수 있는 역을 찾은 것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차별하는 건 아니고 영화는 어마어마한 화면크기와 사운드에 압도당하는 부분이 있어요. 관객을 2시간 동안 앉혀야 하는데 드라마는 돌려봐도 되고 동시 시청도 가능하고 화면도 작아요. 그래서 영화는 못하면 더 못해 보이고 잘하면 더 잘해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스크린에서 사극이나 굵직한 작품을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로맨틱 장르를 하는 것이 보시는 관객도 편하고, 하는 저도 한결 가벼울 것 같아서 하게 됐어요.”

배우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로 인해 작품이나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문채원은 솔직하게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녀는 특유의 느린 말투처럼 갑작스런 변신보다 조금씩 욕심을 키우고 도전하며 차분하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나름 욕심을 낸 거예요. 저에겐 다 도전이었는데 지금도 너무 큰 변신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날의 분위기’를 보면서 스크린 속 제 얼굴을 가만히 봤는데 여전히 원숙하거나 농익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누가 봐도 제가 검사를 한다고 하면 도전으로 보이잖아요. 말도 느리고요. 계속 제가 할 수 있는 작품들을 하면서 용기를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자신감도 부족한데 연기하면 욕밖에 안 먹을 것 같아요.”

   
 

최근 문채원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몰래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를 낳았다. 영화 ‘오늘의 연애’에서는 주당으로 나와 만취 연기를 선보였다. 이번에도 유독 술을 마시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날의 분위기’에서 문채원은 상갓집에서 자신도 모르게 입안으로 소주를 털어 넣거나 맥주를 마시며 긴장을 달랜다. 호텔에서 맥주를 마시고 볼이 발그레 달아오른 문채원의 모습에 남성들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데 이 장면에 남다른 에피소드가 있었다.

“어쩌다 보니 술에 취해 대화하는 장면들이 늘 있네요. 만취 연기는 어렵지 않아요. 평소 말도 느려서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호텔장면은 사실 취한 모습이 아니라 아픈 모습이에요. 열이 39도 넘게 올라가고 이명도 있었어요. 아파서 어떻게 촬영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정말 힘들어서 살갗이 스치는 것도 아팠어요. 이런 부탁 정말 안 드리는데 감독님께 하루 쉬고 촬영하면 안 되겠냐고 말했는데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날 촬영하고 정말 속상해서 다시 찍으면 안 되겠냐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다 좋다’라고 넘어가셨어요. 아파서 코맹맹이 소리도 났는데 그것도 좋대요. 그래서 후시녹음이라도 했어요. 코 막힌 소리를 극장에서 듣는다고 생각하니 끔찍해서 입모양 잘 맞춰서 녹음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잘 나왔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속상했고 마음에 걸렸죠. 아파서 얼굴도 붓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래서 결과물을 보기도 전에 이미 싫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다들 좋게 말씀해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문채원도 어느덧 여배우로서 여자로서 조금은 성숙한 나이가 됐다. ‘그날의 분위기’ 속 수정과 마찬가지로 현실 속 문채원은 일과 사랑에 생각이 많다.

“결혼 생각할 나이도 됐는데 결혼에 관한 생각이 정말 자주 바뀌어요. 연애도 사실 조금 버겁지만 하고는 싶어요. 독립하고 제 공간이 생긴 건 좋은데 말할 상대가 없어서 적막하더라고요. 사람이 고픈 거 있잖아요. 요즘 쓸쓸하다보니 동성과는 다른 이성이 주는 따뜻함이 그립더라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제약도 있고 하고 싶다고 해도 어디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일을 하면서 연애를 해보기는 했어요. 그런데 제대로 된 사랑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알아가다 헤어진 거겠죠. 그래서 모르는 게 너무 많아. 모르는데 어떻게 해어졌을까요. 많이 알아야 바닥도 보고 헤어질 텐데… 알기가 힘들어 알기도 전에 헤어졌네요.”

사랑이 그리우면서도 일 욕심도 많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진 동년배의 남녀는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있고 매번 저울질하며 살아간다. 함께 예민하지 않고 여유 있게 풀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문채원은 현재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 촬영에 들어갔다. 3월 방송을 예정으로 태국에서 촬영되는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는 문채원과 함께 이진욱, 송재림, 김강우, 유인영 등이 출연한다. 아쉽게도 내년 세 번째 로맨틱코미디 의향은 없다고 밝혔다. 끝으로 영화 개봉과 새 작품 촬영으로 맞이하는 2016년 문채원의 바람을 물었다.

“건강했으면 좋겠고 세계평화가 바람이에요. 전쟁도 자연재해도 없었으면 해요. 진짜로요. 제일 무서워요. 연애까진 안 바라고 하는 일 잘되고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드라마 기대하시는 분들이 충족하실 수 있는 연기를 했으면 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사진= 영화 홍보사 하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