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최민식과 ‘대호’, 한국 최고의 연기와 기술이 맞닿은 지점에서
[SS인터뷰] 최민식과 ‘대호’, 한국 최고의 연기와 기술이 맞닿은 지점에서
  • 승인 2015.12.1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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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최민식과 ‘대호’, 한국 최고의 연기와 기술이 맞닿은 지점에서

‘명량’에서 왜군과 싸우던 최민식이 하다 하다 이제는 허상과 싸웠다. 보이지 않는 대상을 향해 펼치는 연기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처럼 허무하다. 최민식은 허공에 손뼉 치듯 6개월을 연기했고, 개봉까지 또 6개월을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대호’가 완성됐고 실체가 되어 최민식과 마주했다. 확신이 서지 않았던 연기는 정답이 됐다.

영화 ‘대호’는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분)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다. 이제는 고생 그만하고 가벼운 영화를 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최민식은 또 묵직한 영화를 들고 왔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만난 최민식은 “배우는 10종 소모품이야”라고 말하며 설원에서 겪은 고생담을 농으로 퉁쳤다. 그리고 그는 6개월을 괴롭혔던 허상이던 ‘대호’를 마주한 순간을 회상했다.

“훌륭했어요. 싸가지가 없어서 기자회견에는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제가 연기하면서 상상했던 대호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올까 궁금했는데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우리 수준이 이 정도였어?’라는 생각도 들면서 걱정했던 게 괜히 미안해지더라고요. 누차 말하지만, 흥행에 성공한다면 당연히 김대호(‘대호’를 부르는 애칭)를 비롯해 CG팀의 공이 100%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김대호가 연기를 못하면 꽝이잖아요. 완전히 CG팀의 공이에요.”

‘대호’의 CG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중간중간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극의 흐름에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다. 최민식의 시선에는 분명 호랑이가 있었고, 그 시선에는 동병상련과 경외가 담겨있었다. CG팀의 기술력과 최민식의 연기력이 합쳐지자 최민식이 대호를 부르는 애칭처럼 ‘김대호 씨’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CG팀에서 가이드로 한번 만들고 제 연기를 가져다가 또 표정을 바꾸고 수정보완을 했을 거란 말이죠. 물론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쉬운 건 없었어요. 개인적으로 호랑이가 너무 인간적으로 표정 짓는 것도 안될 것 같아요. 영화적 논리와 감성으로 호랑이와 교감을 느껴야 하는 거지 의인화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호랑이는 아무런 말도 없이 헐떡이는데 우리가 그걸 보며 뭔가를 느끼는 거죠. 그런 부분이 제 상상과 실제로 구현된 장면이 같아서 통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해 최민식은 ‘명량’으로 역대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작의 잔상이든 부담이든 그가 ‘대호’를 선택하기까지 ‘명량’은 뗄 수 없는 존재다. 전작 같은 흥행을 기대하느냐는 물음에 최민식은 고개를 저었다.

“명량의 흥행이 다음 작품을 할 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느냐 많은 이들이 묻는데 그런 거 생각하면 작품 못해요. 특히 ‘대호’는 호랑이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데. 솔직히 처음에 못 미더운 건 사실이에요. 괜히 이상하게 나와서 욕바가지로 먹는 건 아닐까 우려했는데 대본에서 추구하는 이야기들과 풍기는 냄새가 괜찮았어요. 제 성향이기도 한데 클래식하고 고전적인 냄새가 나는 영화를 좋아해요. 그래서 ‘대호’는 진짜 잘 만들어진다면 새로운 영화가 하나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죠. 우스갯소린데 박훈정 감독, 저, 정만식 모두 호랑이띠, 호랑이만 세 마리에요. 배우를 캐스팅할 때 띠가 뭐냐 물은 것도 아닌데 무슨 기운이 조화를 부렸는지 신기했죠.”

   
 

‘대호’는 처음 박훈정 감독이 썼던 시나리오로부터 많은 각색이 있었다. 최민식, 박훈정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상투적인 항일영화로 보여지면 안 된다는 것이 영화 제작에 있어 첫 번째 관건이었다. 영화에서 천만덕이 총을 놓았던 이유나 다시 잡게 된 이유 모두 일본군에 대한 반정이나 저항이 아닌 개인사에 의한 것이다. 물론 물리적인 충돌은 없지만 천만덕의 가치관과 행동들이 항일로 귀결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항일적 메시지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된 것은 아니라는 게 최민식과 제작진의 입장이다.

“딱 이거라고만 정의할 순 없어요.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대호를 두고 획일적으로 ‘이거는 이거야’라고 말하는 걸 원하진 않아요. 그러면 너무 재미없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항일영화다’, ‘잃어버린 가치의 상징이다’, ‘대자연을 상징한다’ 등 지키고자 했던 가치에 관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천만덕이 지키고자 했던 건 ‘예의’가 아닐까요. 정도를 지키고 자연, 산군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