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검은 사제들’ 강동원,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SS인터뷰] ‘검은 사제들’ 강동원,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승인 2015.11.1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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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검은 사제들’ 강동원,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조각 같은 외모와 신비로움은 이미 배우 강동원(34)에게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는 실패한 적 없는 배우이면서 요란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몰입하는 그를 떠올리며 궁금해했다.

강동원은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배우다. 영화 ‘늑대의 유혹’(2004)이 그의 출세작이지만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전우치’(2009), ‘의형제’(2010), ‘군도:민란의 시대’(2014) 등 여러 작품에서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새로움을 채우기 위해 옛것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강동원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모든 배우가 변신을 고민할 때 강동원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캐릭터를 입었다. 무엇이 됐든 흘러간 시간의 새로움이 탄생한다.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이 그에겐 다른 전환점이 됐다고 해도 정작 본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연기의 나이테를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영화 ‘검은 사제들’은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 한 사건에 뛰어든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강동원은 이 영화에서 구마의식을 행하는 김신부를 돕는 보조사제 최부제를 연기했다. 영화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만들어진 오컬트 무비 중 가장 높은 완성도와 상업성을 동반한 수작이라는 좋은 평과 함께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검은 사제들’은 최부제의 성장기 영화라고도 볼 수 있어요”

강동원은 한국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인 보조사제를 실감 나게 소화해냈다. 어릴 적 트라우마를 지닌 최부제는 신학교의 ‘문제아’이자 ‘아웃사이더’로 일탈과 돌출 행동을 일삼지만 김신부(김윤석 분)의 보조사제가 되기로 결심한 뒤로 구마의식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는 등 상황에 젖어든다. 이런 최부제의 모습은 어딘가 강동원과 많이 닮아있다.

“‘검은 사제들’은 사실 최부제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단순히 합창 연습이 싫어서 보조사제를 하기로 했지만 예식과 미지의 상황에 의문을 가지고 파헤쳐 나가잖아요. 자신 스스로 보조사제가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게 되죠. 처음 최부제를 연기할 때 감독님께서 만화 ‘슬램덩크’의 강백호 같아 보이길 원하셨어요. 근데 저는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너무 떠버리면 안 될 것 같아 오히려 서태웅이 맞다고 했죠. 감독님과 접점을 찾느라 다양한 버전으로 연기했어요. 결국에는 서태웅 같아졌죠.(웃음)”

   
 

“신부님과 생활, ‘어떻게 그렇게 사시냐’고 여쭤봤죠”

강동원은 노력파 배우다. 최부제를 입체적인 인물로 만드는 데는 강동원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코미디와 정극의 영역을 훨훨 날아다니는 그를 보면 강력한 무기를 휘두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외모에 가려진 그의 숨은 노력은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그가 연기한 보조사제는 ‘부마자(사령이 몸 안에 존재하는 사람)의 언어를 서취하고 구마사의 말을 번역해야 하기 때문에 라틴어, 독일어, 중국어에 능통해야 했다. 이를 소화하기 위해 강동원은 방대한 양의 외국어 대사를 암기하고, 직접 신부님을 찾아가 함께 생활하는 등 캐릭터 몰입을 위해 철저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라틴어 대사는 반복해서 듣고 외운 거예요. 영화 때문에 관련 다큐멘터리와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도 찾아봤는데 직접 신부님을 찾아가서 며칠 함께 생활하면서 느낀 점이 가장 컸어요. 저라면 못 할 것 같더라고요.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죠. 고해성사를 보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이야기하는 걸 다 들을 수 있을까?’ 싶은 거죠. 소화하기 힘든 얘기들도 있을 수 있고요. 제가 ‘어떻게 그렇게 사시냐’고 여쭤봤더니 ‘나는 귀를 빌려주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속편을 만들 수 있다면 할 얘기가 더 많아지겠죠”

강동원은 ‘검은 사제들’이 한국판 ‘엑소시스트’로 일컬어지는 부분에 대해서 꽤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구조상 ‘엑소시스트’와 비슷하게 보일 순 있을 것 같아요. ‘엑소시즘’이란 소재를 다룬 모든 영화가 같은 구조로 갈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오컬트 적으로 만들긴 싫었어요. 보다 상업적으로 만들고 싶었죠. 오컬트 영화 중에 상업적 영화가 적거든요. 차별화를 두려고 ‘토테미즘’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소재와 캐릭터도 한국적으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장난으로 속편을 만들 수 있다면 더 할 얘기가 많아지겠다고 하기도 했어요. 400만 관객이 돌파하면 혹시 2탄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늑대의 유혹’ 인기, 즐기지 못했어요”

‘검은 사제들’은 강동원이 여배우와의 협업을 깨고 오컬트라는 낯선 장르와 조우한 신세계가 됐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가 멜로 연기를 펼쳤던 ‘늑대의 유혹’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러브 포 세일’이 마지막 멜로 작품이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늑대의 유혹’,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같은 작품을 그 당시에 찍어 놓길 참 잘했다고 느껴요. ‘그녀를 믿지 마세요’도 있고요. 저는 그 작품으로 영화를 시작했던 게 굉장히 좋았어요. 당시 주변에선 왜 코믹한 역으로 망가지려고 하느냐고 반대가 많았지만요. 시나리오가 재밌고 탄탄해서 굉장히 하고 싶었죠. ‘늑대의 유혹’은 찍을 당시엔 인기를 크게 즐기지 못했어요. ‘내가 여기에 휘둘리면 안 된다. 인기는 거품이다’라고 생각했죠. 전 들뜨거나 중요한 순간이 오면 오히려 냉정해지는 면이 있어요. 어머니도 가끔 ‘너는 이상하게 중요한 순간에 냉정해진다’고 하시더라고요.(하하)”

   
 

강동원이 만들어낸 공기는 관객들에게 여전히 신선하다. ‘검은 사제들’은 그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지도 모르지만 묘한 분위기로 관객을 사로잡는 매력은 강동원만이 가진 고유의 것이다. “이제 어느덧 웬만한 현장에선 선배가 돼있더라”며 웃는다. 강동원은 여전히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있다.

[스타서울TV 이제나 기자/사진=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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