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돌연변이’ 이천희, 현실에 발 붙인 배우가 그리는 절실한 청춘
[SS인터뷰] ‘돌연변이’ 이천희, 현실에 발 붙인 배우가 그리는 절실한 청춘
  • 승인 2015.10.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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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돌연변이’ 이천희, 현실에 발 붙인 배우가 그리는 절실한 청춘

신약 개발 부작용으로 생선인간이 된 청년 박구(이광수 분)가 세상의 관심으로 스타가 됐다가 제약회사의 음모로 세상에서 퇴출당할 위기를 그린 영화 ‘돌연변이(감독 권오광)’. 유쾌한 판타지 코미디를 상상하기 쉽지만, 영화가 그리는 에피소드는 밝지만은 않다. ‘돌연변이’는 생선인간을 통해 청년 실업, 언론의 왜곡 보도, 대기업의 횡포, 개인주의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이천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정의와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턴기자 상원 역을 연기한다.

■ ‘돌연변이’, 현시대가 겪고 있는 이야기

“대본을 보고 욕심이 났어요. 현시대가 겪고있는 일인데 이야기 못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다룬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죠. 배우로서 참여하는 것이고 많은 이야기를 가볍게 건드리는 정도이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어요. 처음 대본에는 사회문제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이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오광그룹’도 사실 시나리오에는 누가 봐도 어떤 대기업이 연상됐죠. 이해할 땐 좋았는데 직접적인 표현은 위험하지 않을까 했는데 감독님께서 촬영 직전에는 바꿀 거라고 했어요.”

영화 ‘돌연변이’는 생동성 실험에 참가했다가 부작용으로 인해 생선인간이 된 청년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황당한 소재지만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상황은 매우 현실적이다. 생선인간을 이용해 유명해지고 싶은 썸녀, 생선인간을 취재해 정직원이 되고 싶은 인턴기자 등 다양한 인간상이 등장하며 현시대가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드러낸다.

“상원과 박구는 닮아있어요. 둘 다 일반인이라고 말할 수 있죠. 자신이 생선으로 변했을 때 제약회사를 상대로 고소하고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싸우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일반적인 대중들은 의기소침해지고 숨게될 것이라 생각해요. 제가 연기한 상원 역시 ‘난 꼭 정직원이 되어야 해’라며 싸우기보다는 ‘그랬으면 좋겠다’는 감정이 크죠.”

‘돌연변이’는 생선인간과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치고 극의 진폭은 크지 않다. 영화에서 이천희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상원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돌연변이’에서 상원은 계속해서 생선인간 박구를 바라보며 그의 입장과 감정을 대변한다. 상원의 시선으로 바라본 박구는 가장 인간적인 인물이다. 이천희는 “처음에는 제목이 ‘돌연변이’이고 생선인간이 나오기 때문에 오롯이 구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구는 인간적이에요. 보다 보면 구보다는 주변의 인물이 돌연변이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구는 몸이 변해가는 신체적 돌연변이라면 나머지 인물들은 사회적 돌연변이인 셈이죠”라고 설명했다.

   
 

■ 토론토 국제영화제 그리고 부산 국제영화제

이천희는 ‘돌연변이’를 통해서 토론토 국제영화제에 참가했다. 이전에도 작품이 국제영화제에 출품된 적은 있지만 직접 해외에 나가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돌연변이’는 제40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뱅가드 섹션에 초청돼 현지의 호평을 얻으며 ‘생선인간 박구 신드롬’의 시작을 알렸다.

“토론토에서 관객들 사이에 앉아 ‘돌연변이’를 함께 관람했는데 바로바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블랙코미디 부분을 사람들이 웃어줄까 걱정했는데 반응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자막만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아닐 텐데 사회적 이슈나 분위기에도 함께 공감해주셨어요. 한국 사회만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깊게 다뤘다면 공감 못했을 텐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문제라 공감대가 형성됐죠. 관객수는 적었지만, 첫 시사회라 감회가 새롭고 감사했어요.”

이천희는 토론토 국제영화제를 이야기하면서 ‘아시아 프린스’ 이광수의 인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날 영화제에는 이광수를 보기 위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수많은 스태프가 이광수를 비롯한 배우들의 경호로 애를 먹었다. 이천희는 “광수 씨의 힘이었지만 현장에서 한국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저에 대해서도 반응해주시고 박수도 달라져 뿌듯했어요”라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돌연변이’는 토론토국제영화제에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독특한 소재와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호평을 받았으며 예매 15분만에 4000석이 매진돼 화제를 낳았다.

“토론토도 다녀왔으니 괜찮겠지 싶었는데 개막식 날 많이 떨렸어요. 무대에 앉았는데 객석이 너무 커서 다 채울 수 있을지 우려가 됐죠. 개막식 열기를 이어가야 하는데 뜨겁지 않으면 어떡하나 광수와 보영이와 함께 걱정도 했어요. 몇 시간 전부터 상황을 물어봤는데 오후 7시쯤 되니 꽉 찼다고 연락이 왔어요. 무대에 오르고 사람들이 몰리니깐 ‘가수가 이런 기분이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광수가 관객들에게 SNS로 리뷰를 올려달라고 했는데 정말로 실시간으로 리뷰가 올라왔어요. 춥고 열악한 장소에서 리뷰를 써주셔서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 “청년실업을 겪고 있는 이들의 마음, 절실함에 집중했다”

“상원, 박구, 주진(박보영 분) 모두 청년실업에 걸쳐있는 상태예요. 이들의 마음이 어떤 상태일까 고민했어요. 상원 같은 경우는 선배들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 파업하고 자리를 비우고 있는 상황에서 기회를 찾아요. 배우도 그런 경우가 있어요. 기회가 생긴다는 건 누군가가 빠져야 하는 거죠. 그 기회를 잡느냐 놓치느냐인데 절실한 마음은 같아요. 그런 감정에 집중했어요.”

모든 등장인물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들을 한다. 다양한 군상이 뒤섞이는 ‘돌연변이’에서 감독은 자기 색깔을 배우에 맞추기보다 배우들이 가진 색을 어떻게 요리할까 고민했다.

“감독님이 장광 선생님과 아버지상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눴죠. 안 맞을 수 있는 부분들을 항상 이야기하고 조율해요. 광수 씨도 인터뷰 때마다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한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그래요. 김희원 선배와는 지금까지도 작품과 외적인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많이 들어주고 많이 이야기하는 표현력 있는 새로운 감독님 같아요.”

이천희는 ‘돌연변이’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박보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천희를 비롯해 이광수, 권오광 감독은 앞선 제작발표회에서 박보영에 대해 ‘사랑스럽다’라고 입을 모아 웃음을 자아낸 바 있다.

“박보영 씨는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 좋은데 ‘뭐 드실래요?’라면서 과자도 챙겨주고 그래요. 현장에서 제가 과자를 자주 먹었는데 늘 현장에 과자가 있었어요. 선반에 있어서 대본 보면서 먹었는데 어느날 보니 보영이가 가져와서 선반에 올려놓더라고요. 여태 먹었던 과자 맛이 더 맛있게 느껴졌어요. 촬영하면서도 합이 잘 맞아요. 극 중에서 보영이가 욕하는 신이 있는데 욕을 먹어도 그냥 기분이 안 나쁘고 수긍이 돼요(웃음).”

이어 이천희는 자신과 비슷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이광수에 대해서는 ‘영민하다’고 표현했다.

“저는 ‘패밀리가 떴다’를 1년 했어요. 광수는 ‘런닝맨’을 5년 했죠. 저와는 다르고 영민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기자로서 도전도 많이 하고 잘해내고 있어요. 예능이 아닌 작품에서 본 연기들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면서 예능의 이미지도 잘 만들어가고 있죠. 제가 ‘패밀리가 떴다’를 할때는 버거웠어요. 광수는 그런 시기를 잘 지내고 연기자로서도 잘하고 있어요. 저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똑똑하고 영민한 친구예요.”

   
 

■ ‘돌연변이’, ‘평범한 삶의 행복’ 일깨우는 영화

“‘바비’, ‘남영동1985’도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그런 작품을 찾아서 선택한 건 아니에요. 사회적 문제에 대해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에 대해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로서 ‘이런 이야기, 연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현실에 발붙이고 있는 내용을 연기해야 편하고 공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남영동1985’ 무대인사를 다닐 때는 선배들이 ‘너 왜그래’라고 할 정도로 관객들에게 ‘여러분 각성합시다’라는 말을 외치고 다녔다고 해요. 그건 그때 당시의 감정이죠. 누굴 위한 고문이고 왜 그런 아픈 역사를 갖고 있을까 생각했죠. 지금도 거기에 빠져 있지는 않아요. ‘돌연변이’는 여러 번 보니 영화가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일깨우는 것 같아요. 왜 다들 ‘남들과 똑같이’가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더’를 추구할까요. 안 그래도 각박한 사회인데 다들 같은 마음을 지니면 좋지 않을까요.”

독특한 소재와 스토리, 흥미진진한 캐릭터로 언론과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돌연변이’가 22일 개봉했다. 더불어 중국어권에서 열리는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가장 오래된 제52회 대만 금마장 영화제 WONDERLAND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일본에 판매가 완료되어 내년에는 일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천희는 ‘돌연변이’를 통해 “‘배우하기 잘했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내내 이천희의 작품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진실을 향하던 상원의 눈빛을 다음 작품에서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 사진= 고대현 기자, 영화  ‘돌연변이’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