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인터뷰] 영화 ‘사도’ 송강호, 깡패로 시작해 왕으로 완성된 데뷔 20주년
[SS 인터뷰] 영화 ‘사도’ 송강호, 깡패로 시작해 왕으로 완성된 데뷔 20주년
  • 승인 2015.09.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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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인터뷰] 영화 ‘사도’ 송강호, 깡패로 시작해 왕으로 완성된 데뷔 20주년

약 20년 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를 본 관객들을 송강호를 보며 “진짜 깡패를 데려와서 연기를 시켰느냐”는 말을 했다. 깡패로 시작한 연기가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며 왕으로 무르익었다. 전통사극에 갈증이 있던 송강호와 이준익 감독이 만났고 그들의 정공법이 통했다.

“영화 ‘사도’, 퓨전 사극이었다면 안 했을 것”

작년 크랭크업 이후 1년 만에 영화 ‘사도’가 개봉했다. 송강호는 “나름 부족하지만 개봉해서 기쁩니다. 영화라는 게 아주 신나는 활극, 코미디도 있고 멜로도 있는데 ‘사도’라는 영화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울림을 관객이 고스란히 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앞서 이준익 감독은 ‘사도’에 대해 정공법을 택한 ‘전통 사극’이라고 강조해왔다. 숱한 작품들이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버무린 판타지를 만들어 왔다면 ‘사도’는 역사적 사실을 고스란히 담았고 시각만 달리했다. 송강호는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숱한 드라마가 나왔고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이 공부가 된 상태죠. 그런 점에서 소재의 신선도는 어떤 작품보다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사도세자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겸허하게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너무 매혹적이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작품이 퓨전사극이었다면 출연을 고사했을 거예요. 주관적인 해석도 필요 없고 있는 그대로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담담하게 담고 있다는 것만으로 묵직한 울림이 왔어요. 역시 이준익 감독님답다는 생각에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죠”라고 사도와 감독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송강호는 사도는 90퍼센트 이상이 팩트라고 강조했다. 영화 속에서 영조가 사도에게 ‘너 일 년 중에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이나 드니?’라며 묻는 장면이 있다. 사도는 ‘일 년에 한 두 번 듭니다’라고 답하고 영조는 ‘솔직해서 좋다’라며 당황스러워한다. 어미를 ‘니’로 끝내는 것은 사극에선 어색한 현대어라는 느낌이 있다. 송강호는 “처음엔 ‘왕이 왜 저런 말을 하지?’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그게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이랄까? 오랜 기간 사극을 보며 ‘왕은 저럴 것이다’라는 것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자신도 그랬고요. 하지만 왕도 사람인데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신하들에게 마냥 근엄한 모습만 보이지 않았을 수 있죠. 그런 점을 지레짐작이 아닌 정확한 사료를 통해 표현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도’는 텍스트의 깊이가 있는 작품”

“배우가 작품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떤 작품은 촬영 현장의 호흡을 절묘하게 캐치해서 표현해 생동감을 살리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텍스트 원본에 굉장히 깊이를 담는 작품이 있죠. 전자 같은 경우는 ‘살인의 추억’, ‘우아한 세계’, ‘놈놈놈’이고 후자 같은 경우는 ‘사도’, ‘밀양’, ‘박쥐’가 있죠. 텍스트 원본의 깊이를 위해 토씨하나 안 틀리고 연기했어요. 작품마다 다른 거죠.”

송강호는 ‘사도’에서 모든 대사를 단 한 번의 애드리브 없이 완벽하게 수행했다. 송강호와 이준익 감독 모두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대부분 장면을 묵직하게 그려냈다. 특히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영조가 사도의 죽음을 확인한 후 이어지는 9분 분량의 대화 장면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했다.

“사도의 죽음을 확인하는 장면을 여러 번 촬영했어요. 영화에 들어간 건 첫 번째 테이크죠. 계속 반복해서 시키셨는데 첫 번째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가진 이미지의 잔상과 송강호의 연기가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결국은 첫 번째를 쓸 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깊은 감정신 같은 경우는 반복할수록 인위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지의 잔상에 연기를 맞추다 보면 계산적인 연기가 나오게 되죠. 첫 번째가 가장 진심이 나오기 때문에 웬만해선 첫 번째 테이크를 이길 수 없어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예요.”

   
 

“데뷔 20주년, 보이지 않는 부담감 있다”

송강호는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실제 깡패가 아니냐는 오해를 샀던 ‘초록물고기’부터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넘버3’, ‘공동경비구역JSA’, ‘살인의 추억’, ‘괴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 그의 영화 인생은 그가 출연한 영화의 제목만으로도 모두를 압도한다.

“아무래도 위로 선배보단 밑으로 후배가 압도적으로 많아져서 보이지 않는 무게감이랄까, ‘이 영화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죠. 특별히 이러한 부담감으로 뭘 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항상 그래요. 부족한 건 사람이라 어쩔 수 없어요. 배우도 사람이고 감독도 사람이니 부족한 건 문제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부족함을 인식하는 것이죠. 작품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부족한 능력이지만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그래서 후배 배우들에게 사석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해요. ‘부족한 건 허물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부족한 것에 대해 항상 생각해라. 채우면 다음에 또 다른 부족함을 발견하겠지만 이를 항상 인식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있어야 어떤 작품을 하든지 책임감과 건강한 부담감을 지닐 수 있어요.”

   
 

“유아인, 테크닉이 아닌 자신을 내던지는 배우”

송강호의 연기야 모두가 이견 없이 인정하지만, 송강호의 압도적인 영조 연기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킨 배우가 있다. 유아인은 ‘베테랑’과 ‘사도’라는 대작이 동시에 극장가에 걸리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송강호는 ‘사도’에서 처음 유아인과 호흡을 맞췄고 한참 후배지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아인 씨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어요. 그전에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없고 영화 ‘완득이’를 통해 처음 봤는데 아주 매력적인 배우인 거에요. 배우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유아인 씨는 잘생기기도 했는데 매력까지 지니고 있는 후배 배우인 거죠. 그래서 유아인 씨를 보러 ‘완득이’ 뒤풀이를 갔어요. 그런데 김윤석 씨만 있고 유아인 씨가 안 왔더라고요(웃음). 물어보니 급한 손님이 있어서 다른 자리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아쉬웠죠. 처음 만날 수 있었는데. 그러다 이번 ‘사도’ 때문에 처음 만났는데 항상 촉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요. 현실의 촉 배우로서 촉이 날카롭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연기할 때도 그런 촉이 있었고 이 친구가 테크니션으로 성장이 아니라 영화 ‘사도’와 같이 정공법으로 연기한다는 점이 놀랍고 대견스러웠습니다. 왜냐면 사도세자는 광인이고 광기를 지닌 캐릭터라서 배우로선 테크닉으로 연기하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도 스스로 경계하고 자신의 감정에 내던지는 모습에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배우로서 태도, 연기자로서 자세가 한참 후배지만 ‘대단하다 꼭 칭찬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도’, 결국은 사랑 이야기”

2015년 상반기 한국 영화는 암울했다. 하지만 하반기는 그간의 부진을 씻어내고도 넘친다. ‘암살’의 천만 돌파를 시작으로 ‘베테랑’과 쌍 천만은 물론 1200만까지 돌파했다. 추석 시즌에는 ‘사도’를 비롯해 ‘서부전선’과 ‘탐정: 더 비기닝’까지 개봉해 선택의 폭을 넓힌다. 한국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배우는 물론 영화계 관계자 모두 이런 순풍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인터뷰 말미에 송강호는 ‘사도’는 비극을 다루지만 크게 보면 사랑을 이야기한다며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암살’, ‘베테랑’ VIP 시사회 뒤풀이에서 두 작품 모두 새벽 6~7시 마지막 자리까지 자리를 지켰어요. 정작 ‘사도’의 VIP 시사회 때는 체력이 안 돼서 일찍 들어갔는데 말이죠. 기분이 좋았어요. ‘암살’과 ‘베테랑’ 모두 결과를 떠나서 정말 재미있었고 좋은 영화에 동료 배우, 제작자 모두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오래 자리를 지켰던 것 같아요. ‘사도’도 많이 축하받고 격려받았어요. 사도는 12세 관람가니 거의 전 연령대가 볼 수 있어요. 자식은 자식 대로 부모는 부모 대로 느끼는 바가 다 다르지 않을까요? ‘사도’는 작게 보면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다루고 크게 보면 사랑을 이야기해요.”

스타서울TV 정찬혁 기자

영화 ‘사도’ 송강호 인터뷰 /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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