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여왕의 꽃’ 김성령은 어떻게 왕관의 무게를 견뎠나
[SS인터뷰] ‘여왕의 꽃’ 김성령은 어떻게 왕관의 무게를 견뎠나
  • 승인 2015.09.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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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여배우지만 ‘아름답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게 어색하지 않다.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화보, 머리, 선글라스, 귀걸이 등이 자동검색어로 뜨면서 비주얼 적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마지막 인터뷰 사진 촬영을 마치고 편안한 티셔츠에 운동화를 신고 나타나도 ‘아우라’를 무시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아무리 미모에 관심이 많아도 김성령은 배우다. 지난 30일 종영한 MBC ‘여왕의 꽃’(연출 이대영, 김민식|극본 박현주)을 끝냈다. 

“하루도 못 쉬었어요. 7개월을 하니까 길긴 길더라고요. 사실 ‘무인시대’ ‘이웃집 웬수’ 등 장편을 많이 했는데 ‘여왕의 꽃’은 특히나 힘들었어요. 이유를 생각해봤더니 암기더라고요. 약을 먹어가면서 외웠어요.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까도 생각했어요. 약국에서 ‘기억력’이 써진 약보면 사서 먹고. 일상 연기를 하는 역할이 아니라 ‘쎈’역할이라 더 힘들었나 봐요. 김미숙 선배도 많이 힘들었다고 하셨어요. 나도 힘든 게 당연하구나 생각했어요. 한순간도 편한 적이 없었어요. 마라톤이라 생각하고 지치지 않으려고 했죠.”

김성령이 연기한 레나정은 노름꾼 아버지, 살인범이라고 자수한 엄마를 뒀다. 고아원에서 자란 레나정은 정은혜란 이름을 바꾸고 종합병원 영양사로 일하다 만난 남자의 아이를 가졌지만 돈을 받고 아이를 남자의 모친에게 넘긴다. 그 돈으로 뉴욕 유학을 갔다 한국으로 돌아온다. 기구하고 결핍이 있는 레나정. 하지만 김성령은 안하무인에 욕심 많은 레나정이 살아온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레나정이 아픈 과거가 많고 힘들게 살았잖아요. 단순한 욕심, 욕망이 아니라 ‘이 여자는 이렇게 살 수 밖에 없구나’ 생각을 했어요. 악착같죠, 레나정은. 시작할 때 내가 과연 레나정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근데 사람 욕심이 끝이 없잖아요. 제가 지금 행복한 것을 느끼니까, ‘이걸 모르는 사람은 이 자리에 오르고 싶겠다’ 생각을 했어요. 가진 게 없는 사람은 간절하고 갈구하는 마음이 크겠죠. 역발상으로 이해하려고 했어요.”

레나정은 욕심이 있고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 하지만 현실의 중년의 여성들은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엄마’란 이름이 더 친근하다. 그런 점에서 김성령은 중년의 여성들이 레나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가 현실에 안주하잖아요. 나이가 들면 주저앉게 마련이에요. 자기 자신을 행복하기 위해 포기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레나처럼 사기치고 그런 것은 말고요. 용기를 내고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저도 가족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같이 있는 시간이 적으니까 아이들에게 소홀하기도 하고요. 제가 아이들을 많이 못 도와주니까 스스로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서툰 게 있으면 엄마들은 기다리는 게 쉽지 않아요. 근데 저는 못 보니까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거죠. 결과적으로는 좋은 점이 있어요. 집에 있을 때는 치킨 시켜먹으면서 ‘복면가왕’같은 예능 보면서 이야기하고요.

   
 

김성령은 1988년 제32회 미스코리아 대회 진(眞) 자리를 꿰차며 방송계에 데뷔했다. 1991년 첫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그해 대종상영화제 백상예술대상 춘사대상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아름답고 꾸준히 작품을 하면서 연기력을 인정받아 상까지 받은 김성령도 항상 간절하고 갈구한다.

“저는 부족함이 많아요. 그래서 열심히 했어요. 제가 친구한테 ‘너무 행복하려고 하지마’란 문자를 보낸 적이 있어요. 너무 행복하면 진짜 행복이 뭔지 모르거든요. 부족해야 가지고 싶고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다 가지면 무기력하고 아무 감정이 없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연기가 안 되고 힘들 때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하면서 하루를 보냈죠. 이번에 부족한 것 많이 느꼈어요. 안 되는 것에 매달리지 말고 그건 다음에 잘하려고 했어요. 내 그릇은 이거라고요. 부족함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죠. 일도 잘 풀리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서 ‘여왕의 꽃’ 시작할 때 자신만만했어요. 연극하고 칸도 다녀왔어요. 첫 회 때 시청률이 20%가 나왔는데 그 이후로 하락하더라고요. 내가 자만했다는 것과 주인공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내가 이 작품을 어떻게 하느냐 따라 달라진다고 착각했던 거죠. 여러 가지를 배웠어요.”

김성령을 스크린, TV로 봐온 여성들이라면 한 번 쯤은 생각했을 거다. ‘난 김성령처럼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 그냥 얻어지는 게 없듯 지금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관리를 해온 김성령이 듣는 다면 다소 섭섭할 수도 있다.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또 궁금하기도 할 거다. 40대의 여배우가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에 당당히 서 있는 비결을.

“이미숙 선배가 저보다 7살 정도 많은데 여전히 멋있어요. 이미숙 선배의 나이에도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요즘 문숙 선배도 멋있어요. 54년생이신데 저 나이에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것을요. 20대가 나를 볼 때 저런 느낌이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저도 책임감을 많이 느껴요. 비결이 뭐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무슨 비결이 있겠어요. 아름다움은 모든 여자들의 갈망이고 로망이잖아요. 책을 내자는 권유도 있었어요.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사람들은 ‘운동밖에 없어요’란 말이라도 제 입으로 듣고 싶은 거죠. ‘무엇을 하느냐’보다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해요. 아무리 시설이 안 좋아도 운동은 집 앞에서 해야 돼요. 습관을 들이고 그 다음에 시설 좋은 곳으로 가는 거죠. 트레이너 탓 하지 말고 신발 신고 나가는 게 중요해요. 밤늦게 일이 끝나고 피곤해서 기어갈지 언정 다음날 운동은 꼭 하고 있어요.”

김성령이 말했듯 아름다움은 여자의 갈망이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여자가 아니라 인간의 갈망이다. 올 여름 김성령 역시 SNS에 올라오는 맛있는 음식의 사진을 여러 장 봤다. 김성령도 음식의 유혹을 받는다. 음식과의 싸움에서 때로는 이기지만 지고 들어갈 때도 있다.

 

“촬영이 끝나고 힘들 때 비오고, 마음 허하면 막걸리에 파전 같은 것 먹고 싶죠. 스태프들이 토끼 같은 눈으로 쳐다보는데 흔들리다가도 집으로 가요.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래야 하나? 싶으면서도 내가 그런 것 다 누렸으면 지금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 포기해서 지금의 내가 있는 거라고. 유혹을 뿌리치고 들어갈 때 ‘난 이겼다’ 생각해요. 우선순위가 바뀔 때도 있어요. 먹고놀자 할 때는 남들이 창피하다고 그만 먹으라고 할 때 까지 먹어요.”

   
 

‘여왕의 꽃’에서 레나정은 자신을 빅토리아 연꽃에 비유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레나정은 “이 꽃은 크고 화려해서 여왕의 꽃이라고 한다. 험한 가시덤불 속에서 화려하게 피는 그 꽃처럼 전 이 행복한 자리를 끝으로 MC자리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고 가장 화려한 순간 자리를 내려놨다.

“여배우니까 저도 그만두고 싶을 때가 있어요. 더 늙기 전에 그만할까? 생각할 때도 있고 나이 들어서 더 하고 싶을 때도 있고 모르겠어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좋은 작품 들어오면 뿌리칠 수도 없고요. 김미숙 선배는 장편을 또 하세요. 그런 열정 어디서 나오냐고 물어 봤어요. 쉬고 싶어도 항상 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또 한 대요.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으면 못 뿌리쳐요. 사실 제일 잘나갈 때 그만두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 배우시작한 후 통틀어서 가장 잘나가고 있는데 행복해요. 미스코리아 이후로 최고에요. 다음 작품은 더 자유로워졌어요. ‘여왕의 꽃’을 안했다면 작품 선택 기준에 주인공을 넣었을 거예요. 이제는 주인공, 분량 보다 내가 하고 싶은 감독 스토리 배역에 집중해서 볼 수 있게 돼 너무 좋아요.”

사극, 미니시리즈, 일일드라마 등 다양한 작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김성령은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미스프랑스’라는 연극으로 무대에 오르는 도전을 했다. 2012년에는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시트콤에 출연하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김성령은 다양한 장르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 김성령은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린다.

“내가 하겠다는 게 아니고…. 배우는 선택받는 입장이잖아요. 내가 선택을 하긴 하지만 일단 그들이 먼저 나를 선택해야 하니까요. 제가 잘되고자 하는 이유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를 선택 범위 안에 넣기를 원하니까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요. 전에는 10개 중 하나 골라야 했다면 이제는 그다음은 20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으로요.”

50부작 드라마를 막 끝낸 지금, 대중들은 김성령의 또 다른 선택을 기다린다.

글 스타서울TV 이현지 기자

사진 스타서울TV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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