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손님’ 천우희 “배우는 작품으로 표현된다”…충무로가 기다린 ‘깊이’ 있는 여배우
[SS인터뷰] ‘손님’ 천우희 “배우는 작품으로 표현된다”…충무로가 기다린 ‘깊이’ 있는 여배우
  • 승인 2015.07.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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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서울 TV 정찬혁] 영화 ‘한공주’를 통해 각종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상을 휩쓸며 13관왕을 기록하고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여배우로 주목받는 천우희. 타던 회사 차량에도 변화가 생겼고 많은 사람이 그녀를 알아본다. 올해로 29살이 된 천우희는 흔히 말하는 아홉수도 비껴갔다. 주위에선 천우희에게 복삼재가 아니냐는 말을 한다.

천우희는 그대로다. “그냥 꾸준히 연기를 해오다 운이 좋아서 저 자신이 갖고 있는 것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라 생각해요”라며 무던하게 말하는 천우희는 ‘한공주’ 이후로 얼마나 더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심리에 흔들리지 않고 예전처럼 ‘연기에만 집중’하고 있다.

   
 

천우희는 영화 ‘한공주’와 ‘카트’를 거쳐 7월 9일 개봉한 영화 ‘손님’을 통해 새로운 연기도전에 나섰다. ‘손님’에서 천우희는 마을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무당 노릇을 강요받는 젊은 과부 미숙 역을 맡았다. 그간 나이에 비해 어린 역을 맡아오다 갑자기 젊은 과부를 맡은 천우희는 “학생역할을 많이 하다 보니 나이에 맞는 역할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이렇게 훌쩍 뛰게 될지 몰랐어요. 그것도 젊은 과부라고 하니 이걸 받아들이고 연기하면 그다음에 내려오기 힘든 건 아닐까 생각했는데 시나리오가 매력적이더라고요”라며 웃음을 보였다.

‘손님’은 서양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모티브로 했지만, 한국전쟁 직후의 혼란기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귀신을 뜻하는 ‘손’과 관련한 토속 민간 신앙을 접목했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 연출작인 김광태 감독은 서양의 전설과 가장 한국적인 민간신앙 ‘손’에 대한 두려움을 합쳐 전에 없던 분위기의 독특한 판타지 호러 영화를 만들어 냈다.

천우희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 제한된 공간에 흥미를 느꼈고, 잔혹동화 같은 느낌이 좋았어요. 서양 동화를 전쟁 직후의 한국으로 가져온 점도 적절하게 잘 맞아 참신했어요”라며 독특함 때문에 손님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류승룡과 이성민의 연기대결이 중점적으로 펼쳐지는 ‘손님’에서 천우희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비교적 적었다. 하지만 극의 클라이맥스로 접어드는 부분에서 천우희는 접신 장면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사실 부담이 많이 됐어요. 무당 역을 준비하면서 실제 접신하는 영상을 보기도 하고 방언을 하는 것도 봤어요. 하지만 미숙의 장면은 실제 무당이라는 직업의 모습을 재연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결국 상황에 맞게 연기를 하자 생각해서 상황에 맡기기로 했어요. 보통 컷 사인과 함께 연기가 끝나면 주변의 분위기로 연기가 어땠는지 느낄 때가 있어요. 접신 장면을 마치고 촬영장 공기가 싸늘해진 것을 보고 ‘아 괜찮았나 보다’ 생각하고 마음을 놨죠.”

아무리 연기력을 검증받은 배우라도 ‘무당’, ‘접신’과 같은 연기는 부담이 앞선다. 앞뒤 없이 폭발하는 접신 장면은 욕심이 과하면 연출된 모습들이 관객에게 들켜 극의 흐름을 깬다. 그렇다고 약하게 나가자면 연기력이 부족해 보이거나 몸을 사리는 것처럼 보인다. 천우희 역시 그 부담이 컸지만, 다행히 날것의 느낌이 나왔다.

“연기연습을 많이 하진 않아요. 지금까지 역할을 봤을 때 상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연습을 많이 하면 익숙해지면 현장에서 날 것의 느낌이 안 나와서 머리로만 생각해요.”

   
 

천우희의 연기인생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한공주’를 통해 받은 상들이 운이 좋아서가 아닌 것은 그동안의 연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천우희의 연기가 꽃피는 역은 대부분 결핍이 있거나 어두운 면을 지닌 인물이다. 천우희는 그런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시나리오의 느낌을 본다고 한다.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촉을 믿는 편이라는 그녀는 “처음 읽었을 때 흥미가 있거나 한 번에 읽히고 스스로 재미가 있어야 관객도 같은 걸 느낀다 생각해요”라며 그동안의 작품 선택 기준에 관해 말했다.

사회성 짙은 작품이나 결핍된 캐릭터에 관해 딱히 선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녀는 그런 연기를 잘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 ‘한공주’ 이후로는 그런 시나리오가 더 많이 들어오고 있다.

“언젠가는 ‘왜 항상 고된 길을 가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에 빠져있는데 어떤 분이 ‘너한테 그럴만한 깊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람들이 믿고 맡기는 거니 슬퍼하지 마’라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 이후로는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마더’, ‘써니’, ‘한공주’ 등을 거쳐 ‘손님’의 무당까지 천우희의 연기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당차고 도전의식 많을 것 같은 그녀의 연기 행보와 달리 실제 천우희의 모습은 정반대다.

“20대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어요. 하물며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가도 돈 걱정, 친구, 집안일 등 사소한 것까지 고려하고 다음으로 미루다 벌써 나이가 이렇게 됐어요. 이런 성격이라 하고자 하는걸 밀고 나간 건 연기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연기만큼은 흥미가 떨어지거나 중간에 끊임없이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 같아요. 이제 30대가 되면 개인적인 생활에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연기에 있어서는 도전정신이 투철한 천우희는 영화가 아닌 분야의 진출도 항상 열어두고 있다. 2011년 천우희는 시트콤 연기에도 도전했다. 당시 종합편성채널 MBN에서 방영하다 79회로 조기 종영한 비운의 시트콤 ‘뱀파이어 아이돌’에는 천우희를 비롯해 이수혁, 김우빈, 홍종현, 이유비 등 지금은 스타가 된 배우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처음에 시트콤을 할 때 굉장히 당황한 건 사실이었어요. 연기라는 게 본질적으로 보면 다 똑같으니까 영화랑 똑같이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매체마다 특성이 다르다는걸 ‘뱀파이어 아이돌’을 하고 알았어요. 그땐 너무 어리바리한 부분이 있어서 잘 못했던 거 같은데 다른 매체에 관한 건 굉장히 열려있는 편이에요. 연극도 꼭 도전하고 싶어요.”

또래 여배우들과 비교하면 천우희는 강한 역을 많이 맡았다. 이를 통해 천우희는 여배우로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한편으론 다음 작품과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낳았다. 물론 천우희는 대중들의 시선을 받아들일 준비는 항상 돼 있다. 모든 작품이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하지만 이를 계산하고 싶지 않다는 천우희는 “구구절절 제 이야기를 할 순 없어요. 배우는 작품을 통해 표현되는 거잖아요. 개봉하면 제 손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결과에 대해선 크게 연연하지 않아요”라며 담대한 모습을 보였다. 10년의 연기생활을 거쳐 20대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그녀의 눈빛 그리고 연기가 빛나고 있다.

영화 손님, 천우희 인터뷰 /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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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연기" 천우희…'천의 매력' 종합움짤 (손님) [SS포토&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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