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오늘의 연애’ 문채원, 로맨틱코미디 왜 이제야 했을까
[SS인터뷰] ‘오늘의 연애’ 문채원, 로맨틱코미디 왜 이제야 했을까
  • 승인 2015.01.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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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아라 기자]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왜 이제야 했을까. 배우 문채원(30)의 로맨틱코미디(이하 로코) 연기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솔직한 생각이다.

앞서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 ‘공주의 남자’(2011)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2012) ‘굿 닥터’(2013) 등을 통해 브라운관에선 확실히 자리매김한 문채원. 하지만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는 그의 첫 로코 도전인 동시에 스크린 첫 투톱 주연작이다.

‘오늘의 연애’가 개봉한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문채원은 “이번 영화는 정말 즐거웠고 사람을 얻은 작업”이라며 “긴장 많이 했지만 덤덤하려고 한다”고 인터뷰 포문을 열었다.

   
 

◆ 문채원과 극 중 현우의 교집합은? ‘꾸밈없는 솔직함’

‘오늘의 연애’는 18년 동안 친구로 지내온 준수(이승기 분)와 남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는 현우(문채원 분)의 현실 공감 로맨스다. 현우는 일명 ‘날씨의 여신’으로 일컬어지는 미모의 기상캐스터에 주위 사람들에게 애교도 많고 싹싹하다. 하지만 18년지기 준수 앞에서는 폭력과 폭언 등 자신의 ‘민낯’을 거리낌 없이 내비친다. 헝클어진 머리로 엉엉 울며 주사를 부리기도 하고, 세 남자에게 모두 여지를 남기는 등 얄미운 면모도 보인다. 하지만 그마저 사랑스럽고 설득력 있게 소화해내는 문채원의 연기력은 단연 돋보였다.

“로코는 사실 별로 안 좋아해서 제가 하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하지만 변화가 많은 일을 하다 보니 ‘나도 많이 변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사실 지인들이 ‘서른 되기 전에 로코 하나 남겨두는 게 어때?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잖아’라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보여주려고 택한 건 아니고,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로코를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웃음)”

수많은 로코 시나리오를 받았지만 로코를 싫어했던 문채원은 어떤 이유로 ‘오늘의 연애’를 선택하게 됐을까.

“스토리에 끌려가지 않고 주체적으로 사건을 일으키고 주위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여자 캐릭터는 ‘엽기적인 그녀’ ‘싱글즈’ 이후로 오랜만에 봤어요. 이전에는 섹시한 로코가 많이 나와서 (여자 캐릭터가)스토리에 많이 끌려갔는데, (‘오늘의 연애’는)어떤 일을 일으키고 영향을 주는 캐릭터라 흥미롭더라고요.”

   
 

문채원의 말처럼 현우는 솔직하고 당당한 매력을 지닌 능동적이고도 주체적인 인물이다. 이런 현우의 매력은 각각 연상 동갑 연하인 동진(이서진 분), 준수, 효봉(정준영 분) 세 남자에게 매력이 어필되면서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현우처럼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좋아한다던 문채원은 현우와 자신의 싱크로율을 20%라고 측정했다.

“친한 친구라고 해서 준수에게 하듯 막 대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서 목소리도 달리하지도, 여지를 주지 않는 등 다 다른데 춤추는 걸 좋아하는 건 닮았어요. (웃음) 현우처럼 춤을 좋아해요. 잘 추는 건 아니지만, 사실 흥이 많거든요. 그 흥을 마음껏 표출할 만한 곳이 현실적으로 없어요. 어릴 때 클럽도 가거나 더 놀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렇게 작품에서 (출 수 있어서) 재밌었어요.”

단 한 치의 어색함 없이 현우를 완벽히 그려낸 문채원이었기에 다소 의외인 대답이었다. 문채원은 “현실에서 충분히 능동적으로 살고 있다면 그런 즐거움을 못 느낄 텐데 직업적인 이유 등으로 뜻대로 사는 게 어려워 이런 식으로 해소하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는 거짓말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짜가 아닌 모습을 누가 더 리얼하게 거짓말을 잘해서 캐릭터적으로 ‘저 사람 정말 그런 것 같다’라는 혼란을 주는 거잖아요? 혼란을 주는 것 자체가 흥미로운 과정이고 재밌어요.”

극 중 현우에게서 문채원과 높은 싱크로율을 느꼈다면, 그만큼 문채원의 생생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이리라.

“제 내면의 미량을 캐릭터로 끄집어내서 전부인 것처럼 몇 개월을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진짜 제 모습인 것처럼) 착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저 또한 즐거우면 작품이 끝나도 그 에너지로 지내고 싶고요. 하지만 결국은 저한테 편한 호흡으로 돌아와요. 이야기도 느리게 하고, 목소리 톤도 원래 중저음이고, 차분하게 지내는 게 제게 더 맞아요. ‘현우처럼 스마트하고 산뜻하게 지내볼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꼬이더라고요. 제 호흡으로 숨을 못 쉬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인터뷰 내내 문채원의 느릿하고 차분한 말투에는 꾹꾹 눌러 담은 솔직함과 진정성이 느껴졌다. 애써 꾸며 말하지 않는 솔직함에서 진심이 느껴진 것은 물론이다.

“아직까진 캐릭터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에요. 속도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고 또 줄여나가고 싶어요. 그래도 빨리 동화된 것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캐릭터의 감정선을 아직 느끼지 못 했는데, 잘하는 거처럼 보이려 거짓말한 적도 없어요. 오히려 느리게 왔을 때 자꾸 다가가려 노력하고 애정을 가지려 하니까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면 (동화되는 게) 더 심하더라고요. 늦게 동화된 캐릭터는 애정을 가졌던 만큼 깊게 빠졌던 것 같아요.”

캐릭터와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친해지는 문채원은 경험의 부재로 캐릭터 표현에 혼란을 느꼈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음악을 좋아해서 장르 가르지 않고 다양하게 듣고, 영화나 다큐 등 양질의 문화를 많이 보려고 한다”고 부족한 걸 채워 넣는 자신의 비법과 지닌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전했다. 특히 문채원은 “특히 작품 들어갈 때 보는 거에 욕심을 많이 부려 눈이 아프기까지 하다”고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전 연기를 잘하려는 삶보다 제 삶이 더 중요해요. 연기를 잘하기 위해 제 삶을 맞추려고 하지는 않아요. 한 가족의 딸로서, 주위 친구들의 친구로서,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나라는 사람으로서 지내는 게 갈수록 더 중요하더라고요. 다만, 메모리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 주사 연기 할 때 기억해 둔 게 많아서 제대로 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웃음)”

   
 

◆ 진짜 친구여서 더욱 빛난 이승기와의 호흡 “소통하는 데 좋았다”

앞서 ‘오늘의 연애’는 개봉 전 캐스팅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승기와 문채원은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었다. 당시 드라마에선 붙는 신이 많지 않아 큰 친분은 없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이 가까워졌단다. 두 사람의 친분과 비례하는 케미스트리는 ‘케미’가 생명인 로코를 더욱 빛냈다.

“주변에서 ‘잘 어울려’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사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어요. 자주 보면서 같이 사진 찍으니까 웃는 입의 치아가 많이 보여서 ‘닮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닮았다’라는 게 좋더라고요. (웃음)”

이승기와의 외적 케미를 언급한 문채원은 험께 호흡을 맞춘 이승기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또 그의 이어진 말에서 18년 친구라는 설정에 걸맞은 자연스러운 사이를 그려낸 비결도 함께 알 수 있었다.

“승기와의 소통은 자연스러웠어요.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와)다른 생각 때문에 의견차가 생기면 불편할 수 있는데, 승기는 성실했고 또 이야기 나눴던 과정이 영화에 잘 녹아 나온 것 같아요. 제가 때리는 애드리브를 넣어도 잘 받아주고, 이런 과정에 대해 ‘좋은데?’라고 말하는 칭찬이 인색하지 않은 친구예요. 좋은 경험이었고 고마웠어요. 저도 상대방 의견을 들을 때 편하게 들으려고 하거든요. 승기와 그런 점에서 서로 잘 맞았죠. 로코에서 성격 안 맞으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예전에는 안 친했지만, 이번에 영화 찍으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웃음)”

   
 

문채원이 연기하는 현우는 연상인 동진, 동갑인 준수, 연하인 효봉과 각기 다른 형태의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실제 문채원이라면 어떤 인물에게 가장 매력을 느꼈을지 궁금했다.

“사실 저라면 다 별로예요. (웃음) 효봉은 너무 들이대고 예의가 없어요. 동진은 여유도 없지만, 유부남을 어떻게 만나요? 준수는 매력적이기보다는 답답해요. 그래도 뚝심 있어서 어쩌면 제일 남자다운 건 준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챙겨주고 한 사람을 오래 좋아하는 게 남자답다고 생각해서 어딘가 찌질하지만 만나기에 제일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실제 문채원의 이상형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문채원은 망설임 없이 “유머러스하고 지적인 사람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예전엔 유머러스와 지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 안 했어요. (웃음) 근데 타고난 유머는 연인 사이의 위기도 극복 시키더라고요. 제가 예술적인 일을 하니까 불과 얼마 전까지는 서로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 예술 쪽 사람이 좋았어요. 하지만 요새는 서로 다른 분야의 일을 하더라도 호감을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을 가지고 있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까요. 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이요? 전 창의적인 일을 하다 보니 상대는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특정 분야에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매력적이더라고요. (웃음)”

   
 

문채원은 올해로 서른 살을 맞이했다. 이십대와 삼십대의 경계에서 그가 선택한 작품은 ‘오늘의 연애’였다. 로코에 도전하게 된 동기는 다소 사소했을지라도, 영화는 사랑하고 사랑을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에 힘입어 흥행 궤도에 올랐다. 로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채원이었지만 그는 극 중 ‘날씨의 여신’에 이어 ‘로코여신’으로 화려히 거듭나는 중이다. 문채원의 또 다른 로코를 볼 수 있길 소망한다.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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