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오늘의 연애’ 이승기, 현실감 넘치는 그의 이상적 사랑은…
[SS인터뷰] ‘오늘의 연애’ 이승기, 현실감 넘치는 그의 이상적 사랑은…
  • 승인 2015.01.1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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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아라 기자]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며 나 자신보다 날 더 잘 아는 남자사람친구(남자친구가 아니다)는 흔할 수 있다. 하지만 18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구라는 이름 아래 애틋하게 내 시간을 지켜본 소꿉친구는 흔하지 않다.

현실적인 남자사람친구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저런 친구 한 명쯤은 있었으면’이라는 기대를 내심 품게 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판타지적인 캐릭터다. 익숙이라는 편안함 속에서 반전 같이 찾아온 사랑의 주인공. 배우 겸 가수 이승기가 맡은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 속 강준수가 그렇다.

과연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발라드의 황태자’라는 수식어로 가요계에 자리매김한 가수 이승기는 이후 출연한 드라마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배우 이승기로 거듭났다. 그런 그가 영화 ‘오늘의 연애’(감독 박진표)로 스크린 출사표를 던지고 배우로서 한 발자국 더 내디뎠다. 데뷔 12년 만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승기를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를 이제야 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사실 없어요. 그동안 영화 시나리오가 들어왔던 건 사실이지만, 당시에는 드라마, 예능, 앨범, 콘서트와 같은 리듬이 있어서 깨기 힘들었어요. 아주 끌리는 영화 대본을 만나지 못한 이유도 있죠. 고정 예능프로그램을 그만두면서 여유가 생겼던 차에 ‘오늘의 연애’를 만났는데,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게 됐어요.”

   
 

‘오늘의 연애’는 18년째 친구사이인 준수(이승기 분)와 현우(문채원 분)의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 사이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영화다. ‘너는 내 운명’(2005) ‘내 사랑 내 곁에’(2009) 등 ‘스크린의 로맨티스트’라고 불리는 박진표 감독이 ‘썸’이라는 연애 트랜드를 필두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짚는다.

“우리 영화의 매력은 기분 좋게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남자든 여자든 모든 사람이 고민하는 게 사랑이잖아요? ‘어떤 사랑의 모양이 가장 이상적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이야기를 하려고 시도한 점이 가장 재밌었더라고요.”

극 중 이승기는 착하고 성실한 초등학교 선생님 강준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준수는 호감 가는 외모에 배려심 넘치고 여자들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는 헌신(?)적인 면모도 있다. 이름만큼이나 준수한 조건을 완비했지만 어쩐 일인지 늘 차이기만 한다. 그런 준수의 마음속에는 미모의 여자사람친구 현우(문채원 분)가 18년째 자리하고 있다.

앞서 이승기는 자신과 캐릭터 준수와의 싱크로율을 80%라고 밝힌 바 있다. 준수가 가진 반듯하면서도 허당스러운 이미지가 자신과 많이 닮았단다. 하지만 그는 “여자에게 소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은 제 취향이 아니고 ‘밀당을 위한 밀당’은 해본 적 없어요.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표현해요”라고 딱 잘라 말한다. 결정적인 20%의 차이점이다. 그럼에도 이승기는 준수 그 자체로 느껴졌을 만큼 캐릭터와 완벽한 동기화를 이뤄냈다. 그래서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실제 연애스타일과 철저히 다른 준수를 이해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그래도 중간에 다른 여자를 만나잖아요. 하하. 그 정도면 충분하고 현실적이라고 생각해요. 18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여자만 기다리고 있다면 정말 답답하고 공감 가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희진(화영 분) 같은 섹시한 글래머가 좋다고 하니까 훅 넘어가는 성격이 단순하고 웃겼어요. 준수 성격상 ‘이런 여자가 나를? 늘 내가 차였는데’라고 생각했을 텐데 희진에게 매력을 느끼는 모습이 정말 인간적이더라고요. (웃음)”

   
 

적당히 현실적인 일반 남자이지만, 18년째 한 여자를 뒤에서 바라만 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여자의 연애 상담까지 전담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럼에도 사랑을 놓을 수 없는 뭔가가 있어야 했을 거고, 마음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사실 현우가 오롯이 준수의 여자가 아니기에 오래 좋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어느 정도 포기를 한 상태였으니까요. 다가갈 용기는 없고, 현우가 받아줄 것 같지는 않고. 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현우는 준수를 남자로 안 본다’라는 걸 당연히 여겼던 것 같아요. 우리가 기억하는 첫사랑은 어린 시절의 모습이고, 첫사랑이 풋풋할 수 있는 건 ‘(현재 상대가)보이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준수는 그 사람이 늘 현재에 같이 있는 거잖아요? 채원 씨가 연기한 현우처럼 굉장히 아름답고 섹시한 친구라면, 복잡미묘한 감정일 것 같아요. 첫사랑이 유학가면 가장 아름다운 끝인데, 유학을 안 갔으니 마음을 오래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웃음)”

이승기는 자신의 배역인 준수의 상황과 심정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다. 첫사랑을 18년 동안 마음에 품는다는 건 결코 평범한 설정이 아니므로 이승기라면 이 같은 상황에서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18년간 마음을 지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죠. 준수처럼 현우 한 명만 바라본 게 아니라 중간에 사랑이 찾아왔었다면 가능할 것도 같아요. 많은 분이 첫사랑이 평생 기억에 남는다고 하지만, 전 사실 첫사랑이 기억이 많이 남지 않아요. 첫사랑에 대한 정의를 처음 하는 사랑인지 처음으로 가슴 절절하게 한 사랑인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첫사랑은 풋풋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대가를 바라지 않는 준수의 순정은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우직했다. ‘국민 남동생’ ‘국민 사윗감’ 등 반듯함을 내포하는 수식어의 이승기 이미지와 일부분 겹친다. 스크린 데뷔작인 만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텐데, 보다 안전한 선택을 한 게 아닐까.

“‘로코’(로맨틱코미디)는 파이도 작고, 이승기가 스크린에서 통했다고 하기엔 보장되는 장르가 아니라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어요. 연기할 때 익숙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입은 건 분명하지만, 준수가 특징이 없어서 연기하면서 더 힘들었어요. 이 캐릭터로 주목받으려 했다면, 준수 캐릭터를 선택하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준수는 무난하고 평범하지만, 가진 건 진정한 사랑밖에 없는 캐릭터이거든요. 돋보이고 싶은 욕심보다는 제가 신에서 감정을 느끼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화나고 질투를 느끼고 가슴 조이게 해야 하는 상황 등 장면이 요구하는 준수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어요. 멋있게 보이고 싶은 것보단 준수 자체의 자연스러움을 강조하고, 최대한 준수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거죠.”

   
 

특히 이승기는 문채원과 드라마 ‘찬란한 유산’(2009)에 출연해 호흡을 맞춘 적 있다. 또 두 사람은 프로필상 한 살 차이가 난다. 실상 몇 개월 차이 안 나는 생일 탓에 친구로 지낸다고. 같은 나이이다 보니 극 중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라는 설정이 더욱 실감 나게 다가온다.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되면서 보이는 차진 ‘케미’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일등공신이었다.

“채원 씨는 정말 좋은 배우고 호흡도 잘 맞았어요. ‘로코’의 생명이 남녀 케미와 ‘얼마만큼 자연스러운가’라는 거잖아요? 다른 여배우에 비하면 친구고, 어렸을 때 연기를 시작했던 시절의 친구라 그런지 금방 편해지고 가감 없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어요. ‘찬란한 유산’ 때는 채원 씨가 저를 짝사랑하고, 제가 시크하게 나왔는데 촬영장도 영화 신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극 중)어색한 관계면 친해지기 어려운데, 이번에는 18년 지기 친구라는 설정이니 친해져야 했고, 정말로 많이 친해졌죠.”

‘썸’이라는 보편화된 신조어를 필두로, 사랑에 대한 공감을 현실적이고 유쾌하게 그려낸 ‘오늘의 연애’.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재밌는 애드리브를 구사하기에도 편한 환경이지 않았을까. 이승기는 잠시 생각하다가 들뜬 목소리로 극 중 대사를 영화 속 모습처럼 읊으며 재현하기 시작했다.

“현우한테 ‘똥 싸고 있네’라고 할 때 메신저 이모티콘 중 찌그러진 병아리가 있거든요? 간혹 쓰는데 귀엽고 재밌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어서 써봤어요. 하하. 또 준수가 현우랑 전화하면서 계속 ‘효봉(앤드류, 정준영 분)이랑 사귈 거야?’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현우가 ‘어, 만나보려고’라고 답하니까 ‘걔 몸도 안 좋고 멸치 같은데 장도 안 좋아서 화장실 많이 가’라는 말을 했는데 그건 애드리브였어요. 재밌었어요. (웃음)”

영화는 연애를 즐기는 오늘날의 남녀와 트랜드를 감각적으로 표현하려 한 흔적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그만큼 홍대 서교동 카페거리부터 마포대교, 하늘공원, 경리단길, 이태원 등 젊음을 상징하는 다양한 데이트 코스가 등장한다. 어느 장소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느냐는 질문에 이승기는 ‘오늘의 연애’ 프레스킷을 여러 번 보다가 솔직하고도 유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어디 어디 있었더라? (웃음) 낭만이 있던 홍대 벽화길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홍대 밑에 바로 있는 담벼락인데, 대학생들이 캠퍼스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밤 9시쯤에 거길 걸어가면…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사이에서 손잡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더라고요. 으슥하진 않은데 인적은 드물어요. 가끔 한두 명 지나가고, 여자가 불안해할 정도는 아닌 것 같고. 하하.”

   
 

이승기는 준수를 통해 친구와 연인으로서의 모습을 현실성 있게 그려냈다. 좋아하는 여자는 있지만 섹시한 여자에게 이끌리고, 결국 공포를 이겨내며 용기 있게 사랑을 외친다. 그는 준수에 대해 특징 없는 캐릭터라고 했지만, 이승기가 준수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캐릭터를 완벽히 흡수하며 무리 없이 극을 끌어갔다. 앞으로의 스크린도 기대해봄 직한 대목이다.

“연기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모니터를 많이 했었는데, 거부감 없이 녹아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제 이미지를 차용한 캐릭터여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이승기가 참 조화를 이루는 배우구나’ ‘더 욕심낼 수도 있었는데 안 냈네’라는 걸 관객분들이 알아주신다면 최고의 찬사일 것 같아요. (웃음)”

앞으로도 이승기는 전략적인 변신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걸 뽑아주면서 끌림과 맞닿는 감독의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단다. 그는 “제가 가진 장점을 활용해서 로코, 감동을 주는 휴머니티, 멜로 등을 특히 잘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진지함 속에서도 그만이 가진 약간의 밝음과 유쾌함을 지닌 것처럼 저도 그런 느낌이 묻어나고 싶어요”라고 배우로서 지향하는 바를 덧붙이기도 했다.

그동안 이승기는 배우로서 더 많이 대중을 찾아왔다. 이에 그 역시 “많은 분이 잊고 계신 거 같아서 가수로서의 모습도 각인시켜 드려야죠”라고 본업으로의 회귀를 알리기도 했다. 이승기가 지난해 5월 초부터 시작한 녹음은 미니 앨범 형식으로 5~6곡 정도 수록될 예정이며, 오는 3월쯤 발표하는 게 목표다. 순풍을 시작한 ‘오늘의 연애’부터 그의 감성을 드러낼 음반 활동까지, 2015년 상반기 이승기의 힘찬 멀티플레이는 시작됐다.

사진 =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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