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미스터백’ 서른한살 정석원이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
[SS인터뷰] ‘미스터백’ 서른한살 정석원이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
  • 승인 2015.01.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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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V 이현지 기자] 배우 정석원이 새로운 소속사에서 새 작품을 마쳤다. 2014년 11월에 시작한 드라마는 2014년의 마지막을 6일 앞두고 종영을 했다. 한해의 마무리를 앞둔 시기에 시작을 하고 한해가 끝날 때 마무리를 했다. ‘해운대 여인들’ 이후 2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었다. MBC ‘미스터백’(연출 이상엽|극본 최윤정) 정이건을 열연한 정석원은 “시원섭섭하다는 게 맞다. 뻔한 이야기지만 정말 힘들었다. 급하게 촬영을 하니까 잠도 못자면서 했는데 막상 끝나니까 섭섭하다. 더 아쉽다”라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정석원이 시원섭섭하다고 한데에는 ‘정이건’이 큰 이유를 차지할 것이다. 사랑 때문에 나쁜남자가 된 정이건을 연기한 정석원은 “캐릭터를 밀도 있게 가지고 갔어야 했다. 관객에게 제 역할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제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카타르시스가 해소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밑바닥에서 능력만으로 30대에 이사 자리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핸섬하고 능력 있고 거기다 매너까지 좋은 최고봉 회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가 ‘미스터백’ 공식홈페이지에 설명돼 있는 대략적인 정이건이다. 하지만 회사를 노리는 야심가다. 정석원은 ‘시청자에게 한번 보여주자’란 생각에서 정이건을 선택했다.

“대놓고 악역이다 보니 제 행동을 합리화 하려고 했죠. 정말 답답했어요. ‘이런 사람이 있나? 멀쩡하게 생겨서 회사를 얻기 위해 왜 이런 악행을 저지를까?’ 생각했죠. 고아출신인 정이건이 홍지윤을 쟁취하고 싶었던 거죠. 여자를 쟁취하고 싶은 남자의 자존심. 정이건도 잘났는데 홍지윤은 최대한에게만 관심이 있잖아요. 최대한 배경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호텔을 손에 넣기 위해 행동한 거죠. 그러다 최고봉이 나를 아들로 봐주지 않은 것, 그리고 최고봉에 대한 연민으로 국면을 맞은 거죠.”

   
 

아무리 나쁜남자라도 사랑하는 여자 홍지윤에게는 다소 일방적인 부분이 있었다. 뉴스로 사랑하는 여자에게 약혼 소식을 알려줬다. 정석원은 “홍지윤이 정이건의 고백을 받아들였을 때 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른 남자 돕기 위해 포기했다는 것. 거기서 기분 나쁘더라고요.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했어요. 근데 그걸 하나의 수단이 되면서 변했고 사랑해서 약혼한 게 아니라 갈 때까지 가보자 한 것 같아요. 홍지윤까지 내치고 우두머리가 행복할 수 있겠다 싶은 거죠. 돌이켜보면 정이건이 최고봉의 젊은 날 같아요.”

‘미스터백’에서 정석원은 젊은 나이에 이사 자리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을 연기했고, ‘해운대 연인들’에서는 변호사 출신의 호텔 부사장을 맡았다. ‘브레인’ 역할을 자주 한다는 질문에 정석원은 “그런 역할 정말 미치겠어요. 저는 한량인데…. 실제로 저는 친구들과 놀면서 자유롭게 살았거든요. 그런 역할과 분위기가 낯설긴 해요. ‘마이더스’에서도 김희애 선배님 옆에서 무게 잡는 역할이었어요. 제가 그렇게 생겼나 봐요”라며 웃었다.

   
 

극중 고학력 브레인에 짝사랑을 해 사랑이 이뤄지지 못하는 정석원은 달달하고 달콤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 실제로 아내 백지영의 콘서트장을 몰래 찾아가 깜짝 이벤트로 플랜카드를 드는 사랑꾼이다.

“달달한 역할은 시켜주면 할거에요. ‘운동’ ‘군인’ 이미지가 강해요. 사실 전에 연애 경험 없었고 남자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어요. ‘남자는 웃으면 안돼’ ‘한입으로 두말하면 안돼’ 이런 생각이요. 결혼도 하니까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했어요. 시야가 넓어졌어요. 뒤에서 여유있게 볼 수 있게 됐어요. 그러면서 조급만 마음이 ‘천천히천천히’가 가능해 졌어요. 많이 편해졌죠. ‘찬란한 유산’에서 함께한 스태프를 ‘미스터백’에서 만났는데 ‘그때 석원씨의 눈은 살인병기였다. 너무 무서웠는데 변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런 역할 오면 재밌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석원이 변했다기 보다는 변하는 중이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 첫해인 2014년의 정석원은 하루하루를 바쁘게 지냈다. 책도 읽고, 연극도 보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은 일을 했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남들에겐 일상이겠지만 생소한 일을 한다는 게 좋았다고.

“20대 때는 운동 생각을 많이 했어요. 운동 고민하고 운동 생각하면서. 작품을 봐도 액션이 잘 보였어요. 그것을 놓치지 않으려고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실천하는 과정이죠. 20대에는 바다에 빠져 ‘나살려’였다면 지금은 실내수영장에서 연습하고 바다로 갈 준비를 하는 느낌이에요. 바다에서 죽을 뻔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더 준비를 하고 끊임없이 갈고 닦는 거죠. 30대에 좋은 작품을 하면서 얻고 싶어요. 일기를 쓰면서 부족한 점, 고쳐야 할 점을 적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좋아지겠죠?”

   
 

지난해 공연한 연극도 정석원을 변하게 만든 한가지다. 스턴트배우를 하다 운 좋게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스스로를 무면허라고 생각했다. 연기에 대한 책도 보고 배우들의 인터뷰를 봤다. 선배 배우들의 인터뷰에는 ‘연극’이란 공통점이 있었다.

“연극은 과연 뭘까?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어려움도 겪고 힘든 점도 알고 이렇게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죠.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많다는 것과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도요.”

‘더글라스 케네디’, 신경숙 작가의 책, ‘상실의 시대’ 등 서정적이고 차분한 책읽기에 푹 빠진 정석원. 하루하루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 과거에는 몸을 써야만 ‘오늘 열심히 살았어’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책을 안보면 하루하루가 허무하다. 그리고 적는다. 관객에게 즐거움, 행복, 슬픔, 무서움을 알려주는 전달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는 얼굴에 수염이 자라 있었다. 차기작 영화 ‘대호’를 위함이었다. 자란다 자란다 자란다. 정석원 수염도 자라고 생각도 자란다.

사진= 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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