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김범수 “발라드 가수로서 움츠렸던 한 풀었다”
[SS인터뷰] 김범수 “발라드 가수로서 움츠렸던 한 풀었다”
  • 승인 2014.11.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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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SSTV l 박선영 기자] 지난 1999년 데뷔 앨범 ‘어 프로미스(A Promise)’ 이후 대표적인 발라드 가수로 자리매김한 지 15년. 김범수가 이제는 오롯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변화를 꾀했다.

김범수를 대표하는 곡들은 ‘보고싶다’ ‘끝사랑’ ‘하루’ 등 감성을 자극하는 발라드다. 그간 앨범들이 김범수의 보컬리스트 역량을 보여주기 위한 곡들이었다면 지난 21일 발표된 정규 8집 앨범 ‘힘(HIM)’은 발라드 가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본인이 하고픈 음악과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9일 만난 김범수는 그동안 멀었던 자신과 마주한 기쁨에 들 떠 있었다.

“‘김범수’ 하면 발라드 가수로 각인돼 있다. 지금까지 했던 앨범은 프로듀서, 작곡가의 손길에 제 목소리를 얹힌 것에 가까웠다. 제 얘기라기 보단 대중들이 느끼기에 좋은 정서로 다가갔던 것이다. 그러다 문득 30대 중후반을 넘긴 이 시기에 제가 들려 드릴 얘기가 많을 것 같았다. 앨범이 트렌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 미루지 않기로 했다. 변화 시도라는 측면에서 여태껏 (발라드로)대중 맞춤 서비스를 해드렸다면 한번정도는 ‘제 얘기를 들어 봐 주십사’랄까.”

“본래의 나를 다시 찾은 앨범”

김범수의 정규 8집 앨범 ‘힘(HIM)’에는 띠동갑과의 이뤄지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이야기 ‘띠동갑’, 가식적인 카사노바지만 연인 앞에서는 아닌 척 하는 내용의 ‘카사노바’, 여자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남자를 표현한 ‘상남자’ 등 총 13곡이 담겨있다. 순애보 충만했던 김범수가 본인의 경험과 방황기를 그린 이번 앨범은 예상 외로 김범수를 비춘다.

김범수가 말하는 자신은 발라드 장르가 아닌 흑인음악(Black Music)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힘’은 변화가 아니라 본래의 자신을 찾아간 것이다.

“원래 좋아했던 것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며 해보고 싶던 흑인음악을 했다. 잘 할 수 있는 장르란 점에서 시도한 것이지만 대중은 이해를 못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범수가 그런 장르(블랙뮤직)를 좋아 했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테니까. 김범수는 김범수답지 않았을 때 반감이 클 걸 알면서도 무리수를 던졌다. 대중이 생각하는 ‘제일 김범수다운 앨범’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조금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다면 저의 음악인생도 살찌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데뷔 전 하드트레이닝을 받던 시절들은 지금의 내공을 쌓는데도 중요한 시기였지만 제대로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녹음한 앨범이기에  이번 작업은 더 없이 행복했다고. 창법도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때 생각하면서 노래하니 행복하더라. 그렇게 행복했던 것들을 이전에는 앨범 만들 때 마다 옷을 맞춰 입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던 거다. 위축시킬 수밖에 없었던 한을 풀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즐거웠다. 한국적인 기본 발라드 창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갈고닦았던 창법들을 이제야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데뷔이후 만들어진 창법보다 더 자연스럽게 연습했던 창법을 고이고이 묻어놨다가 이번 앨범에 다 쏟아냈다”

   
▲ 김범수

“‘집 밥’ 하나의 트렌드로 이끌고파”

김범수는 타이틀곡명인 ‘집 밥’이란 단어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길 원한다. 한 때 ‘웰빙(Well-being)’, ‘웰메이드(Well-made)’라는 단어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아졌던 것처럼 ‘집 밥’ 역시 지친 현대인들에게 위로 할 힘을 가진다고 보는 것.

“‘집 밥’이 현대인들을 치유하고 충족시키는데 필요한 단어가 됐다. 처음 그런 단어를 제시한 사람이 되고 싶다. 동명의 곡을 낸 양희은 선생님도 그런 면에 있어서 발 빠르고 정확히 짚으신 게 아닐까.”

힙합 장르의 색을 살리려니 이번 신보엔 젊은 세대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래퍼가 등장했다. 트렌드를 이끄는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본인이 놓칠 수 있는 문화를 채우려는 의도다.

“저도 핫한 나이나 트렌드를 이끄는 뮤지션은 아니다보니 젊은 피가 필요했다. 이번앨범에 공동으로 작업한 것이 많았다. 굉장히 신선한 작업이었다. 지금까지 저보다 연배있던 분들에게 곡을 받다가 한참 동생이랑 작업하다 보니 그들만의 에너지를 받을 수 있었다.”

   
▲ 김범수

대중음악 시장에서 만들어진 모습 탈피, 이제는 인간 김범수.

무대 위 모습이 전부였던 김범수가 어느 순간 MBC 예능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시작으로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6’(이하 슈퍼스타K)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중 앞에 성큼 다가온 김범수를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김범수라는 가수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인간 김범수 다 보여주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많다. 제작자로부터 만들어진 나였는데 ‘나는 가수다’ 출연이 큰 계기로 작용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음악안에 감추지 않은 김범수를 보여드릴 수 있었고 대중들은 호감으로 받아주셨다. 제 갈증을 채움과 동시에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니까 굳이 숨길필요가 없겠더라. 앨범을 떠나서 앞으로 제한적인 활동은 하지 않겠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대중은 김범수에 ‘비주얼 가수’라는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정말 잘생겨서 얻은 타이틀은 아니더라도 가수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좋은 역할이 됐음에 흡족해 하던 그는 “이전엔 본적인 연예인으로서 자질이 없었다. 소속사에선 브라운관에 모습이 드러나는 걸 반대하셨고 의상적인 부분은 지원을 최소화 하셨기 때문에 스타일리스트와 동대문 수입보세가게에서 옷을 샀다”면서 “그 때 자료보고 있으면 ‘김범수 용 됐다’하는 생각이 들지만 나름대로 풋풋하다. 지금 하려면 억지로 할 수 없는 모습이니까 아낀다”라고 미숙했던 과거에도 애착을 드러냈다.

김범수는 ‘슈퍼스타K’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며 가수를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야할 방향에 대해 고심한다.

“음악이나 방송 등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하시는 윤종신 씨를 닮고 싶다.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 스타’에서 과격한 말을 던지다가도 ‘슈퍼스타K’에서 조언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이렇게 되려면 대중들로 하여금 내가 맡는 역할에 깊이 소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력하고 있다.”

음악 외에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열망하는 김범수도 변치 않는 게 있다. 향후 어느 자리에 설 지 알 수 없지만 모든 게 바뀌어도 놓지 않을 노래는 그의 전부다.

“노래 외에 내로라하는 게 없는 사람이다. 타인이 저에 대해서 뛰어나다고 이야기해준 건 노래뿐이다. 가장 오랜 시간 해낸 것도 노래다. 가장 만족스럽고 저로서 완성되는 기분. ‘노래하는 나’는 변하지 않는다.”

SSTV 박선영 기자 sstvpress@naver.com

사진 = 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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