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공모자들’ 임창정 “살아야하니까 내던진다”
[SS인터뷰] ‘공모자들’ 임창정 “살아야하니까 내던진다”
  • 승인 2012.08.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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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정 ⓒ SSTV 고대현 기자

[SSTVㅣ국지은 인턴기자] “영화를 찍는 4개월 동안은 마치 형을 당한 죄수 같았어요. 지금은 형을 다 마치고 퇴소해 되돌아보는 느낌이랄까. 정말 힘들었어요”

영화 ‘공모자들’(감독 김홍선)을 찍고 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형을 마친 사람 같다’고 하는 임창정은 그간 고생에 대해 한숨 섞인 웃음을 보였다. 그러나 그만큼 값진 보람이 있는 듯 영화에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영화 ‘색즉시공’을 찍고 ‘개봉만 해봐’라는 마음으로 기다렸어요. 흥행을 예감한 기분이랄까. 근데 지금이 딱 그렇습니다. 느낌이란 게 다 맞는 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확신이 들어요”

◇ '공모자들' 4개월형(刑) 마쳤다

임창정은 데뷔 22년 만에 찍은 첫 ‘범죄스릴러’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왠지 코미디광(狂)일 것 같은 그는 사실 스릴러광이다. 스릴러를 좋아한다는 기자에게 영화를 추천할 만큼 반전스릴러에 푹 빠진 그는 스릴러 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그러나 코미디 이미지가 강한 임창정에게 범죄스릴러의 도전은 한편으로 걱정이었다.

   
임창정 ⓒ SSTV 고대현 기자

“사실 부담스럽고 힘들어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없앨 수 있을까. 영화 내내 머릿속에 웃겨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어요. 사람들이 내가 웃기지 않으면 지루해 하지 않을까란 생각들을 많이 했어요. 사실 웃긴 장면이 자꾸 생각나는데 그걸 참는 것도 힘들더라고요.(웃음)”

레모네이드를 시키며 시럽을 빼는 그에게 “신걸 좋아하시나 봐요”라고 묻자 “임신 중이에요”라는 농담으로 응수한다. 그런 그에게 유머란 삶 자체다. 그러나 영화에 임하는 자세는 누구보다 진지해 고뇌하는 영화 ‘공모자들’과 많이 닮아있다.

“‘영규’란 인물이 입체적인 캐릭터라 연기하기 쉽지 않았어요. 영규는 죄책감이 없는 인물이 아니에요. 일명 ‘사이코패스’처럼 극단적 캐릭터가 아니죠. 그에게 사람의 장기는 ‘물건’일 뿐, 그저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는 나쁜 놈이죠. 남의 생명은 중요하지 않은 영규에게 자신과 연관된 ‘채희’라는 물건이 들어온 겁니다”

고뇌가 느껴졌다. 갈비뼈가 부러지는 육체적 고통에 극 중 인물을 소화해야하는 연기까지. 데뷔 22년차, 이것저것 많은 역할을 해봤음에도 이렇게까지 힘들었다고 표현하는 걸 보면 배우 인생에서 정말 고됐던 영화임에 분명했다.

“요즘 사투리 연기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기자들 누구나 다 노력하는 거예요. 부산지역 사람마다 사투리도 다르고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를 내뱉는 것이지 말투를 내뱉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한 달여 정도 부산에 살면서 최대한 그 정서를 가지려 노력했습니다”

   
임창정 ⓒ SSTV 고대현 기자

◇ 지독하게 악한 사람, 연기해보고 싶다

임창정은 김홍선 감독을 일명 ‘악마’라 표현할 만큼 고된 일정이었음을 거듭 이야기했다. 감독과의 호흡이 궁금했다.

“잘 맞을 수밖에 없어요. 김홍선 감독님은 스타일이 뚜렷하고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 정확해요. 사실 애매하게 말하는 스타일이 일하기 힘들어요. 촬영환경이 좋고 사람이 착하다고 해도 일에서 타협점을 못 찾는다면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죠”

왠지 악역이 잘 어울릴 포스다. 여러 가지 감정이 담긴 그의 표정에 연기파 배우다운 면모가 드러나 보였다. ‘영규’보다 더 '못된 놈'을 연기해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착한 사람 끝을 연기해 봤으니 악한 것의 끝을 해보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오달수 선배님. 그야말로 감탄이죠. 연기가 곧 생활이신 분입니다. 처음엔 연기를 하는 걸까 할 정도로 카메라 앞에서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그런데 어느새 연기가 돼있는 그런 분이죠.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화 ‘공모자들’에서 임창정과 오달수의 연기 격돌도 기대를 받는 만큼 연기 대결에 은근히 신경 쓰지 않았냐는 말에 고개를 단호히 저으며 “인정하기에 존경한다”고 경의를 표한다.

“오달수 선배님은 연기는 두말할 것도 없고 짜증날 정도로 착하고 겸손하세요.(웃음) 3일 밤을 새는 지독한 일정에도 불평불만 하나 없으시죠. 그런데 그런 선배님조차 ‘공모자들’ 촬영 때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그만큼 살인적인 스케줄이었어요.”

이어 같이 호흡했던 후배 최다니엘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아마 영화를 보시면 최다니엘을 다시 보게 될 거예요. 저도 놀라울 정도였어요. 나이가 어린데 50살 정도의 포스가 묻어난달까? 보통내기가 아니에요. 치밀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임창정 ⓒ SSTV

◇ 악바리 근성이 생긴 이유 ‘가족’

유부남 7년차인 그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을 터, 아빠 임창정에 대해 물었다.

“혼자였을 때는 친구들하고 놀고 ‘술 먹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많았는데 지금은 촬영을 안 하면 불안해요. 일을 더 해야 할 것만 같죠. 그래서 현장을 나가면 마음이 편해요. 가족을 위해서 뭐랄까, 악바리 근성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몸을 사리지 않게 돼요. 살아야하기 때문에 던지게 되는 거죠”

영화에서 몸을 불사른 이유로 ‘가족’을 말하는 그에게 생활인의 책임감 같은 것도 묻어난다. 가족이 있어 오히려 몸을 사리지 않을까 싶지만 오히려 내던진다는 그. 끝으로 그런 열정을 담은 영화 ‘공모자들’의 관전 포인트가 궁금했다.

“혹자들은 ‘공모자들’을 어떤 실태를 보고하는 걸로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마치 ‘2580’ 프로그램과 같은 현장 보고처럼 말이죠. 하지만 이건 다큐가 아닌 하나의 꾸며진 스토리예요. 신혼부부가 겪게 되는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즐기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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