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태현 "독고진처럼 달달한 역할, OK"
[SS인터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태현 "독고진처럼 달달한 역할, OK"
  • 승인 2012.08.1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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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첫 사극에 도전한 차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SSTVㅣ유수경 기자] 도포와 수염이 예상외로 잘 어울린다.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이며 '오케이'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극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하이톤의 목소리도 튀는 구석 없이 자연스레 흘러간다. 그렇게 그는 유쾌하고 시원한 '차태현표 사극'을 만들어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돌아온 차태현. 스무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연기 경력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 지금껏 다양한 작품 속에서 여러 가지 모습들을 선보여 왔지만 사극은 이번이 첫 도전이다. 본인도 내심 걱정이 많았단다.

"처음에는 '(내가 사극과) 어울릴까?' 하는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제 모습을 봤을 때는 썩 나쁘진 않았거든요. 촬영하면서 옆에 계신 분들도 (분장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고요. 왜 이제 오셨냐며.(웃음) 그때 그 느낌에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첫 단추가 잘 꿰어진 것 같습니다."

차태현은 이번 작품 속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혼자 힘으로 온전히 살려냈다. 영화 속 덕무는 차태현의 머리와 마음에서 나온 캐릭터인 셈. 처음 시나리오를 받을 당시에는 역할이 밋밋하기 그지없었다고.

"다른 캐릭터에 비해 시나리오상 너무 밋밋하더라고요. 작가 분이 저에게 많은 부분을 일임하신 것 같아요. 한 신 한 신을 살리는 게 굉장히 큰일이었죠.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많은 애드리브를 했던 영화예요. 저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할 때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는 아니거든요. 이번에 원 없이 했습니다."

   
인생 첫 사극에 도전한 차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 송중기 특별출연? 내가 설득했다

차태현은 이덕무가 실존인물이라는 사실만 알았지 일부러 그것에 관한 연구를 하거나 책을 읽지는 않았다. 그저 시대적 배경에 대한 책들만 읽었을 뿐. 혹여 이 영화가 나오고 나서 이덕무의 후손들이 싫어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했다. 차태현은 "그러나 그 캐릭터로 싫어할 것 같지는 않더라"고 덧붙이며 웃는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는 눈여겨볼 만한 인물이 몇 있다. 바로 신정근과 고창석, 그리고 송중기다. 신정근은 이번 폭탄제조전문가 역할을 통해 기존의 강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졌다. 또한 고창석과 송중기에게는 차태현이 직접 출연을 부탁했다고.

"고창석 씨는 평소에 너무 연기도 잘하고 이 배역에 딱인 것 같아서 제가 부탁했어요. (이)문식 형님은 제가 부탁한 건 아니지만 저희 영화에 정말 큰 공을 세웠고요. 효린이나 채영이가 함께하면서 굉장히 영화가 풍성해졌죠. 특별출연 (송)중기에게도 '결국은 너밖에 안 보인다. 정말이야' 하면서 설득했습니다."

사실 배우 차태현과 그가 맡은 덕무는 많이 닮아있다. 차태현이 덕무와 닮은 건지, 덕무가 본래 차태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던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사실 저는 그 배역에 들어가기보다는 저에게 잘 맞추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했던 배역들이 모두 저와 닮아있거든요. 장점은 자연스러운 거고 단점은 본 게 또 보여진다는 거죠. 처음부터 연기를 그런 식으로 배웠어요. 말하듯이 하는 위주로."

   
인생 첫 사극에 도전한 차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 양면성 지닌 박중훈 얼굴 부럽다

자연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 차태현은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하는 탁월한 재주가 있다. 그렇다고 그가 코미디 영화만을 고수한 것은 아니다. 혹자는 차태현에게 왜 늘 비슷한 류의 연기를 선보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그는 조금 입장이 다르다.

"코미디 외의 장르도 해봤는데 통계적으로 봤을 때 제가 밝은 영화를 해야 관객들이 좋아하거든요. 오히려 이미지 고정에 대한 걱정은 저랑 기자 분들이 제일 많이 하죠.(웃음) 관객들은 '차태현' 하면 원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과속스캔들' '헬로우고스트' '챔프' 세 작품 모두 의도하진 않았지만 가족을 다룬 영화였어요. 하지만 '챔프' 때 느꼈죠. 관객들은 지금 가족 얘기를 원하는 게 아니구나 하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코미디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복면달호' 이후 오랜만에 다시 코미디 영화로 관객을 찾은 차태현은 코믹하고 밝은 이미지로 고정되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단, 훌륭한 감독과 시나리오를 만나고 싶은 욕심은 있다.

"저는 박중훈 형이 부러워요. 제가 중훈이 형과 다른 것은 일단 얼굴자체가 선(善)쪽으로 너무 극대화 돼있다는 거죠. 그래서 선과 악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박중훈 씨의 얼굴이 부럽습니다. 저한테는 너무 뻔한 시나리오가 많이 오더라고요. 번듯한 얼굴을 한 내가 알고 보니 범인이고, 뭐 그런 거 있잖아요."

다소 평범하면서도 지극히 착하고 번듯해 보이는 자신의 얼굴이 때로는 싫다고 고백한 차태현. 하지만 그런 만큼 편안한 인상과 소탈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런 그의 장점은 '1박2일'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최근에 한 아주머니가 저보고 '내가 이 프로그램을 이승기 때문에 봤는데 요새는 차태현 때문에 본다. 너무 잘 웃어서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저의 잘 웃고 밝은 성격을 좋게 봐주시니 저도 기분이 좋죠. '1박2일' 하면서 6개월까지는 일을 안 하는 걸로 정했어요. 이쪽에 올인하고 싶습니다. (다른 활동은) 한 1년은 쉴 것 같아요."

   
인생 첫 사극에 도전한 차태현 ⓒ SSTV 고대현 기자

◇ 독고진 같이 '달달한 역할' 해보고 싶어

차태현은 '1박2일'도 하나의 '작품'이라고 말한다.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연기적으로 독이 될 수도 또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아직은 의문이라는 그. "(방송에) 노출이 많이 되는 게 배우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본연의 내가 신비주의는 아니니까 괜찮다"는 그다.

차태현은 어떤 작품과 역할을 새롭게 기다리고 있을까? 그에게 문득 전지현과 함께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 얘기를 꺼냈더니 크게 웃는다.

"그러고 보면 참 오래된 작품이죠. 지현이가 이제는 결혼을 했으니 말이에요.(웃음) 사실 이제는 달달한 게 좀 하고 싶더라고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보면서 독고진 캐릭터가 좋다기보다는 '저런 달달한 거를 이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태 안 해왔던 거니까 꼭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말미 차태현은 "한때 PD가 꿈이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꼭 감독을 해보고 싶었던 그지만 연기를 하면서 감독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어졌다고. 그저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있다면 특기와 장점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차태현. 이른바 '프로듀서 마인드'를 지닌 그가 보기만해도 반달눈이 되는 '달달한 영화'를 만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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