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나는 왕이로소이다’ 주지훈 “사실 굉장히 ‘허술한 남자’랍니다”
[SS인터뷰] ‘나는 왕이로소이다’ 주지훈 “사실 굉장히 ‘허술한 남자’랍니다”
  • 승인 2012.07.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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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 있는 배우 주지훈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주지훈. 그를 얘기할 때 많은 이들은 과거의 실수를 떠올린다. 주변 사람들을 앞으로 영원히 속이고 살 자신이 없었다는 그. 나쁜 마음을 먹으면 어물쩍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고백했고, 많은 이들의 손가락질과 실망 섞인 질타를 받아야했다. 그러나 원망은 없었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하지 않겠나. 순간의 짧은 실수라도 어쨌든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라며 당시의 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던 주지훈은 못 본 새 더욱 단단하게 여물어 ‘속이 꽉 찬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데뷔작 ‘궁’ 이후 7년 만에 세자로 돌아온 주지훈. 그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유약하고 소심한 세자 충녕과 생각보다 몸이 앞서는 노비 덕칠, 1인2역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강단 있는 배우 주지훈 ⓒ SSTV 고대현 기자

◆ 박영규, 백윤식, 변희봉…‘대단한 배우’는 이유가 있다

상반된 두 캐릭터를 능청스레 오가며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한 주지훈에게 “어떤 역할이 더욱 끌렸냐”고 물으니, “정(情)은 충녕이 더 간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충녕에게 더욱 정이 가는 이유는 촬영을 오래했기 때문일 거예요. 덕칠은 셋트장에서 몰아서 찍었고 충녕은 밖에서 고생하며 더 오래 찍었거든요. 약간 얄미운 모습이 매력적이기도 하고요.(웃음)”

머리에 상투를 틀고, 곤룡포를 ‘제 옷’처럼 소화했던 세자 주지훈. 하지만 현실 속 그는 세련된 외모에 긴 팔다리를 뽐내는 ‘21세기형 미남’이었다. 환한 미소와 강단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던 주지훈에게 극중 함께 호흡을 맞춘 ‘대선배’들에 관한 얘기를 꺼냈더니 “정말 배울 점이 많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먼저 왕 역할을 맡은 박영규 선생님은 ‘열정’의 심볼이에요. 그 열정과 에너지로 현장을 확 이끌어 가시는 거죠. 저는 그냥 거기 올라타서 갈 뿐이고요.(웃음) 백윤식 선생님은 ‘여유’의 심볼입니다. 귀찮음이 아니고 모든 사태를 굉장히 여유롭게 바라보시죠. 변희봉 선생님은 집중력이 엄청나요. 현장에서도 늘 침착하게 앉아 대본을 바라보고 계시죠.”

하지만 주지훈은 대선배들과의 작업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단다. 강요하는 말투를 쓴다던지, 손주나 제자처럼 자신을 대하지 않고 세 분 모두 주지훈을 온전히 상대배우로만 대해줬다고. “권위의식을 내세우지 않았고, 그래서 멋있었다”며 웃는 그는 “그 분들이 왜 대단한 배우로 인정받는지 알 것 같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강단 있는 배우 주지훈 ⓒ SSTV 고대현 기자

◆이하늬? ‘해피 바이러스’ 그 자체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주지훈이 호흡을 맞춘 건 비단 어려운 선배들만이 아니다. 그는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이하늬와도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극중 이하늬는 덕칠이 모시는 양반댁 규수이자 덕칠의 첫사랑인 수연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지조 있고 당찬 성격의 소유자를 연기한 이하늬, 실제로는 어땠을까?

“하늬는 일단 진심으로 ‘해피 바이러스’ 그 자체예요.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에너지가 넘치죠. 아주 좋은 사람 같아요. 인간적으로도 그렇지만 연기자로서도 같이 연기를 해 본 결과, 주고받는 호흡이 좋았죠. (한 인터뷰에서 이하늬가 주지훈에 대해 ‘영악하게 머리를 쓰지 않는 바보 같은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하니) 제가 계산적으로 생각하면서 행동하지 않는 건 맞아요. 아무리 그래도 ‘바보’라고 하다니…. 이런.(웃음) 바보는 아니에요.”

사실 주지훈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군복무중일 때 받았다. 한 번 읽어보고 그 자리에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그는 평소에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단다. 이유는 굉장히 단순하고 솔직했다.

“사실 저는 그렇게 밖에 돌아다니며 노는 스타일도 아니고 인생을 좀 심심하게 사는 편이라 책 보는 걸 좋아해요. 어차피 똑같이 놀더라도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은 거 같아 좋더라고요.”

   
강단 있는 배우 주지훈 ⓒ SSTV 고대현 기자

◆‘골목’을 좋아하던 남자

하지만 주지훈이 연기한 2역 중 노비 덕칠은 책과는 거리가 멀다. 단순무식. 네글자로 모든 걸 말해주는 캐릭터. 다소 허술한 모습도 있어 실제의 주지훈과는 달라보였다.

“에이, 아니에요. 제가 얼마나 허술한데요. 사실 언젠가 한번은 친구와 통화를 하며 집을 나섰다가 휴대폰을 가지고 오지 않아 집에 돌아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참을 찾아도 없는 거예요. 더 웃긴 건 친구에게 ‘나 휴대폰이 어디 있는지를 모르겠어’라고 얘기했는데 친구가 ‘얼른 찾아봐’ 그러더라고요. 서로 통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거죠. 그런 ‘덤앤더머’가 없었어요. 하하.”

당시 상황이 생각나는 듯 크게 웃던 주지훈은 본인 성격의 변화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이상하게 제가 ‘골목’을 좋아해요. 지금은 가다가 큰 길이 있으면 가는데 예전에는 일부러 골목만 찾아다녔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일하는 스타일도 ‘이게 좋은 거고 저건 안 돼’ 하는 생각이 확고했었죠. 하지만 나이가 서른을 넘어가니까 많은 부분에서 유해지고 융통성이 생기더라고요. 또 신체도 변했죠. 이상하게 요샌 술을 먹으면 눈이 침침해요.(웃음)”

   
강단 있는 배우 주지훈 ⓒ SSTV 고대현 기자

◆나이 드니 공감가는 이야기 많아져

나이가 들면서 많이 유해졌다는 그. 실제로 많은 배우들은 캐릭터에 따라 자신의 성격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물론 그 부분은 주지훈도 어느 정도 공감했다.

“부드러운 캐릭터를 맡으면 조금 현실에서 유해지는 건 사실이에요. 왠지 말투도 좀 조곤조곤해 지고. 그럴 때 남자친구들을 만나면 ‘재수 없다’고 하죠.(웃음) 제 실제 성격은 좀 남성적인 편이거든요. 친구들과 대화할 때 육두문자도 쓰고요. 반대로 거친 캐릭터를 맡으면 욕도 더 잘 나오고…. 대본에 집중하다보면 분명히 묻어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통해 코믹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매력을 한껏 발휘한 주지훈.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일부러 작품수를 늘리려고 다작을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그렇지만 좋은 작품이 있다면 많이 해야죠. 제가 어느 날 쭉 나열해놓고 봤더니 제 또래 친구들은 저보다 두 배씩은 더 많이 (작품 활동을) 한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나이도 먹어서 관심가고 공감 가는 얘기가 많아졌으니 더욱 도전의 폭도 넓어질 것 같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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