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두 개의 달’ 박한별 “내년이면 서른? 마음은 고등학생”
[SS인터뷰] ‘두 개의 달’ 박한별 “내년이면 서른? 마음은 고등학생”
  • 승인 2012.07.1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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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박한별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2002년. 대한민국이 붉게 물들고 국민들이 ‘한일 월드컵’에 열광할 때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얼짱 붐’이 조용히 일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세를 톡톡히 치른 박한별. 당시 압구정 거리에 박한별이 ‘떴다’하면 사람들이 “전지현이다”하며 몰려가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그런 그가 ‘제2의 전지현’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버리고 배우 ‘박한별’로 거듭난 지도 어느덧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속된 말로 ‘한 다리 건너면 다 안다’는 이 좁은 대한민국 땅에서 박한별과 기자는 가까운 듯 멀리 있었다. 얼짱으로 유명세를 치르던 시절의 고등학생 박한별과 친구들이 바라보는 인간 박한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친구같이 느껴졌던 그를 10년이 지난 후 기자와 배우의 관계로 만나게 되다니. 사람 일은 한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인터뷰에 앞서 ‘두개의 달’ 미디어 데이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ㅇㅇ이와 친구”라고 하니, 큰 눈을 더욱 동그랗게 뜨면서 “정말요?”라고 묻는다. “친구의 친구가 기자라니 세상이 정말 좁은 것 같다”며 놀라워하던 박한별. 그를 언론시사회 이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밝게 인사를 건넨 박한별의 첫 질문은 “영화는 보셨냐”였다. 그가 열연을 펼친 ‘두개의 달’(감독 김동빈)은 아침이 오지 않는 밤, 죽은 자들이 깨어나는 집을 배경으로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나게 된 세 남녀의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박한별 ⓒ SSTV 고대현 기자

◇ 캐릭터 끌려서 선택? NO!

‘두개의 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김지석은 이번 영화를 촬영하면서 박한별 때문에 많이 놀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박한별이 예쁜 얼굴과 다르게 영화에서의 착 가라앉은 무거운 분위기가 참 좋았다고. 실제로 공포소설 작가 소희 역을 맡은 박한별은 영화 속에서 베일에 싸인 여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늘 공포를 주는 입장이었다가 받는 입장이 되니 어려웠다”는 박한별. 이번 영화에서는 하이톤의 목소리를 최대한 다운시켰고 소리를 지르는 부분에서도 막 내지르기보다는 오히려 갈라지게 하는 등 목소리에 신경을 많이 썼단다. 통통 튀는 이미지가 대중에 각인된 만큼, 이번 역할은 분명히 그에게도 새롭다.

“이중적인 캐릭터라 어려웠어요.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어 캐릭터 잡는 데 애를 먹었죠. 소희 대사가 명확하게 ‘화내는 것’ ‘냉정한 것’ 이렇게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표현을 해보고 리허설도 많이 했어요. 그 중 감독님이 선택하신 걸로 간 거죠.”

극중 소희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차갑고 냉정해보이지만 이면에는 다른 모습들이 많이 내재돼있다. 박한별은 이 작품을 선택할 때 캐릭터에 끌려서 한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사실 소희는 캐릭터가 딱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내가 만들기 나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감독님도 ‘너 편한 대로 한 번 해봐라’ 하시더라고요. 무엇보다 귀신들에게 느끼는 감정이 제일 처음에 했던 설정과 많이 달라졌어요. 퇴마사는 말 그대로 귀신을 물리치는 것이고 영매는 영의 기운을 느끼고 교감하는 존재라고 들었거든요. 특히 지박령들에게는 불쌍한 감정과 연민을 느낀대요. 그래서 다시 콘셉트를 바꿨죠.”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박한별 ⓒ SSTV 고대현 기자

◇ 돈 벌기 위한 배우? NO!

귀신을 접하는 여인. 심지어 귀신의 면전에 대고 부적을 든 채 주문을 외우는 ‘강심장’ 소희. 이를 연기한 박한별 역시 귀신이라는 존재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고.

“사실 저는 귀신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어요. 심지어 가위도 안 눌려봤거든요. 무조건 ‘안 믿는다’는 아닌데 믿을 기회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는 믿었어요. 공포가 극에 달할 때 모습은 다 혼자 촬영한 거예요. 반응샷은 ‘원맨쇼’였던 셈이죠. 귀신에 대한 공포는 없지만 벌레가 무서워요. 하하”

실제로 이날 인터뷰 도중 박한별은 날아다니는 모기와 나방 등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아이처럼 겁에 질려 벌레를 바라보던 그는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운 듯 웃어보였다. 여전히 소녀 같은데 벌써 데뷔 10년차다. 그 말에 박한별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너무 신기한 것 같고요. 예전에는 ‘10년 뒤에 내가 어떤 모습일까, 그 때도 이 일을 할까’ 생각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니…. 저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제 인생에서 저를 너무 힘들게 한다면 포기할 수 있어요. 또 이 일을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진 않고 ‘이 일로 뭔가 해야겠다’ 그런 생각도 안 해요. 일도 일처럼 하고 싶지 않은 거죠. 같이 일하는 분들과도 그냥 언니, 오빠, 동생 이런 관계로 지내요. 전 그게 좋아요.”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는 박한별은 ‘마음이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밝고 씩씩한 박한별에게도 속상한 순간은 있다고.

“가끔 인터뷰나 기사 같은 것을 보면 속상해요. 흥행작이 없다고 말씀하실 때요. 사실 저는 결과가 안 좋을 경우에 낙심하는 스타일은 아니거든요. 뜨기 위해 작품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번에도 흥행하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은 없어요. 물론 흥행에 대한 희망은 갖지만 잘 안 됐다고 해서 어둠의 세계로 들어가진 않을 것 같아요.”

   
더욱 깊어진 눈빛으로 돌아온 박한별 ⓒ SSTV 고대현 기자

◇ 고등학생 역할? YES!

더불어 박한별은 연인 세븐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감을 표했다. 작품으로 주목받기 이전에 세븐과의 관계에 더욱 관심이 모이는 점은 조금 서운하기도 할 듯. 기사가 나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함께 영화를 만든 분들에게 민폐를 끼칠까 걱정스럽단다.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던 박한별은 인터뷰 도중 스스로 “연기인생의 목표가 없다”고 했다. 잠시 귀를 의심했지만 부연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는 정해두고 뭔가를 한다는 건 불평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 목표에 다다르지 않았을 때 만족하지 못하고, 도달하면 허무하고…. 그래서 주어지는 일을 열심히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서 하자는 주의예요. 제가 매력을 느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하고 ‘이건 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들면 하지 않죠.”

치열한 연예계에서 10년을 지내왔지만 아직까지 소녀 감성을 간직하고 있는 박한별. 열아홉 살에 데뷔한 그도 내년이면 서른 살이다.

“저는 아직 이십대도 실감이 안 나는데 삼십대가 말이 되나 싶어요. 마음은 항상 고등학생인걸요. 다시 고등학생 역할도 해보고 싶네요. 어릴 때는 ‘어려보인다’는 말이 정말 싫었었는데 요즘은 그런 말 들으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아,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정말 나이가 들긴 했나 봐요. 나 어떡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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