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봄, 눈' 임지규 "감정신 위해 스태프들과 말도 안했다"
[SS인터뷰] '봄, 눈' 임지규 "감정신 위해 스태프들과 말도 안했다"
  • 승인 2012.04.23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범함'이 강점이라는 임지규 ⓒ SSTV 고대현 기자

<배우 임지규 인터뷰 영상 : 황예린 PD>

[SSTV l 유수경 기자] 까무잡잡한 얼굴, 사슴같이 맑은 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초동안’ 외모.

‘아, 저 배우! 분명히 어디서 보긴 봤는데…’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많을 테지만 영화 ‘봄, 눈’(감독 김태균)을 통해 그는 ‘임지규’라는 이름 세 글자를 세상에 알리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영화 ‘봄, 눈’은 암 선고를 받은 엄마와 가족들의 마지막 이별을 통해 눈물과 행복, 그리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임지규는 영화 속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와의 이별을 눈앞에 둔, 혼란스럽고 가슴 아픈 아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또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족 걱정에 여념이 없는 엄마 역은 ‘연극계의 대모’ 윤석화가 맡았다. 극중 ‘무능력한 남편’으로 분한 이경영은 각박한 생활 속에 지친 이 시대 남성의 짜증과 분노를 자연스럽게 표현해냈다.

   
'평범함'이 강점이라는 임지규 ⓒ SSTV 고대현 기자

◎ 대선배들과의 작업 “언제 또 이런 기회 있을까”

지난 2004년 단편영화 ‘핑거프린트’로 데뷔했지만 아직 인지도로 따지면 ‘신인’에 가까운 임지규는 이번 영화에서 ‘대선배’들과 나란히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마냥 영광스럽기만 하다.

“윤석화씨는 선배이면서 같은 배우로서 상대를 잘 배려해줍니다. 제가 어떤 신에서 고민을 하거나 패닉에 빠질 때 정답을 지어서 지적을 하는 게 아니라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 주시는 편이었죠. 제가 대선배들과 같이 연기하면서 아무래도 기가 많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럴 때마다 기를 살려 연기 할 수 있게끔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셨어요.”

극중 ‘엄마’ 윤석화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임지규는 아버지 역을 맡은 이경영에 대해서도 강한 존경심을 표했다.

“개인적으로 배우라는 꿈을 꾸기 전부터 어렸을 때 TV에서 영화만 하면 이경영씨가 항상 나왔었습니다. 정말 멋있고 동경했던 배우가 제 아버지가 돼서 제 앞에 서 있는 게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배우들과 언제 또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극중 엄마의 무한 사랑을 받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로 분한 임지규는 타지 생활을 하며 엄마와는 종종 전화로만 안부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그는 엄마의 몸속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다. 실제로 임지규는 유독 우는 장면이 많아 촬영할 때 힘이 들었다고.

“사실 저는 우는 연기를 잘 못해요. 그래서 아직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역할을 하게 돼 두려움도 많았지만 선배님들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전체적으로 상황을 만들어주시더라고요. 감정신을 찍을 때도 예전 같으면 스태프들과 편하게 얘기도 하고 그랬을 텐데 이 영화부터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엄마를 잃은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작품 밖에서 웃고 떠드는 것은 좀 아닌 거 같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스태프들과 말도 줄였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외로운 행동이었죠. 그렇지만 꼭 필요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평범함'이 강점이라는 임지규 ⓒ SSTV 고대현 기자

◎ 든든한 지원군 “노점장사 하신 부모님, 언제나 내편”

가끔 배우들을 인터뷰하다보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질문에도 뻔한 대답으로 맥이 빠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너무나 뻔한 질문에도 예상치 못한 ‘솔직함’을 발휘하며 기자를 놀라게 하는 배우들도 있기 마련.

그런 면에서 임지규는 완벽히 후자에 속하는 배우였다. 그의 솔직하고 담대한 태도는 신선한 놀라움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 영화 ‘봄, 눈’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 역시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김 감독은 “임지규가 불과 얼마 전까지도 교회 앞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귀띔한다. 이러한 임지규에게는 ‘최고의 팬’이 있다. 바로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노점 장사를 하셨어요. 제가 처음에 모델을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는 안 하시더라고요. 아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웃음) ‘우리 집 형편이 도와주지는 못하는데 네가 할 수 있으면 해봐라’라고 하셨어요. 23살에 서울에 올라와서 30살이 될 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 걱정도 많으셨을 텐데 ‘이제 그만해라’라고 하시지 않고 ‘너가 힘들면 그만 하고 와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언제나 아들을 믿고 응원해주는 부모님에 대해 언급하며 임지규는 잠시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긴 무명생활을 부모님이 마음으로 외쳐주는 응원덕분에 견뎌낼 수 있었다.

“정말 감사했죠. 하지만 서울에 와서 저도 생활비를 벌어야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했고 남들 하는 만큼 고생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한테는 제 길을 먼저 걸어간 선배들이 없었습니다. 제가 처음 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원래 힘든가 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주위에서 직접적으로 아는 선배가 있었더라면 힘든 모습을 보면서 포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라서 두렵지만 담대하게 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범함'이 강점이라는 임지규 ⓒ SSTV 고대현 기자

임지규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았던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연출 박홍균, 이동윤|극본 홍정은, 홍미란)에서 독고진(차승원 분)의 매니저로 출연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은 바 있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윤계상과 친분도 쌓았다고.

“지금은 서로 바빠서 보지는 못하지만 그때 당시 계상이와 동갑내기 친구라는 사실을 알았죠. 같이 찍는 신이 딱 한 번 있었는데 인사를 했더니 ‘지규씨 알아요’ 하더라고요. (윤계상이) 인터넷 검색을 해봤는데 동갑이더라며 먼저 친근하게 대해줬습니다. 촬영 중간에 같이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그랬죠.(웃음) 독고진 선배와도 가끔 연락을 하고요.”

‘최고의 사랑’ 이후 얼굴을 많이 알렸음에도 불구, 활발히 작품활동을 하지 않은 점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의문을 가졌지만 정작 임지규는 “캐스팅 제의가 없더라”고 말하며 웃는다.

자신의 매력이 ‘평범함’이라고 말하는 임지규의 가슴 절절한 눈물 연기가 빛난 ‘봄, 눈’을 통해 그에게도 멋진 시나리오가 쏟아질 날이 머지않았음을 예감한다.

[보도자료 및 제보=sstvpress@naver.com

Copyright ⓒ SS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