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세상' 北 유도영웅 이창수 "1990년 한국 선수에 패해 탄광행→탈북 결심"
'특종세상' 北 유도영웅 이창수 "1990년 한국 선수에 패해 탄광행→탈북 결심"
  • 승인 2023.05.2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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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 '특종세상' 방송캡처
사진=MBN '특종세상' 방송캡처

'북한 유도영웅' 이창수가 탈북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25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서는 전설적인 북한의 유도 영웅이었지만 결국 탈북했던 이창수가 출연했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며 탈북을 했던 그는 지금의 김연아, 박찬호, 박세리를 능가하는 정도의 유명세를 가진 1980년대의 전설적인 유도 영웅이었다. 

그러나 이창수는 1년에 한 번씩, 3번 만났지만 한 눈에 대만 유도 선수였던 아내 진영진과 사랑에 빠져 결국 1991년 한국으로 망명까지 했다.

32년이 지난 뒤 이창수는 뜻밖의 장소에 있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던 것.

이창수는 "1990년 베이징아시아게임 결승에서 한국 정훈 선수한테 졌다. 진 다음 북한에 갔는데 버스를 타라고 했다. 탄광으로 바로 갔다. 당에서 이렇게도 죽여보려고 하고 저렇게도 죽여보려고 하니 살기 싫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이창수는 연인에 대한 그리움과 북한에 대한 실망으로 탈북을 결심했다. 그는 "북한 선수단은 국제대회 갈 떄만 비행기를 탄다. 들어올 때 비행기를 못 타고 비행기값이 없어서 기차를 탄하. 사람들이 내릴 때 같이 내리려고 했더니 뒤에서 잡았다. 이거 타고 가면 죽을 거고 그렇지 않으면 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창수는 탈북한 이듬해인 1992년 결혼했다. 진영진도 사랑을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이창수는 "나도 부모형제 다 버렸지만 아내도 다 버리고 았지 않나. 마음은 고마운데 표현은 못했다"고 마음을 전했다. 

한국에서의 생활도 녹록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이창수는 어머니와 형제를 데려오고 싶은 마음에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했던 것. 진영진은 "남편이 사기 많이 당했다. 1만 달러, 2만 달러 브로커에게 계속 보내줬다. 나중에 조선족 기자까지 사기를 쳤다. 자기는 기자라서 항상 북한에 갈 수 있다고 했다. 어머니와 사진까지 찍고 보내줬다. 물어보니까 정말 어머니가 맞다고 했다. 지금까지 7억 원을 날렸다"고 속상해했다. 

이창수는 "북한에 가서 우리 엄마 만나서 사진까지 찍어왔길래 이번엔 되는가보다 했었다. 근데 역시나 사기였다. 내가 영양실조로 실려갔던 적 있다. 밥을 하나도 안 먹고 보름동안 술만 마셨다. 술 마시고 취하면 자고 일어나면 술 마시고 한동안 그러면서 살았다. 집사람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영진은 "중환자실도 두번, 세번 들어갔다 나왔다. 간경화, 알코올 중독 진단 받고 폐에 물도 많이 차서 의사가 오래 못 산다고 했다. 그때 정말 너무 힘들었다"며 "알코올 중독으로 2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창수는 "세상에 가장 나쁜 놈이 가족 가지고 장난치는 놈이다. 자기도 가족이 있을 거면서. 이젠 잊기로 했다. 내가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더 아파지고 그리움이 깊어지는걸 느꼈다. 이제 그러면 안된다. 나도 가장인데"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대만 유도팀 총감독, 지난 올림픽까지 한국 대표팀에 있었던 이창수는 현재 일용직에 임하고 있었다. 그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 걱정을 많이 하는 거다. 아내도 내가 설마 이 일을 할지 몰랐다. 가보니까 일당이 세다. 하루 25만 원 이상이다. 다른 데서 일하면 월급이 160~180만 원이다. 그런데 이건 열흘만 해도 그거보다 많지 않나"며 "새로운 인생의 이창수다. 유도복 입은 이창수는 과거 이창수고 토류판 이창수는 새로운 인생의 이창수다. (유도계의 이창수에 대한) 서운함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