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시체가 돌아왔다’ 김옥빈 "다크한 반항아? 실은 미소천사"
[SS인터뷰] ‘시체가 돌아왔다’ 김옥빈 "다크한 반항아? 실은 미소천사"
  • 승인 2012.03.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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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옥빈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순수와 퇴폐의 공존, 자유분방함 속에 내재된 책임감, 차가운 이미지 속에 드러나는 따뜻한 배려심.

대체 이 여배우를 뭐라고 정의해야 할까? 한마디로 ‘독특한’ 그가 ‘시체’라는 특별한 소재의 영화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감독 우선호)에서 펑키한 매력을 마음껏 발산한 김옥빈은 영화 속 핑크색 머리는 온데간데없이 짧은 숏커트 헤어스타일로 인터뷰 장소에 등장했다.

“머리카락이 너무 상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런데 사람들이 잘 어울린다고 해서 앞으로 그냥 기르지 말까봐요”라며 웃어보이는 김옥빈은 내숭이나 가식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보통 여배우들이 입을 가리고 “호호” 웃는 반면, 그는 웃을 때도 머리를 탁 뒤로 젖히며 “하하하” 하고 웃는다.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은 배우’ 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옥빈 ⓒ SSTV 고대현 기자

◆‘반항아’ 한동화,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는 서로 다른 목적으로 하나의 시체를 차지하려는 이들의 치열하고 대담한 쟁탈전을 그린 범죄사기극이다. 김옥빈은 극중 몸이 앞서는 과감한 행동파 한동화 역을 맡았다. 그는 시체를 훔치는 기발한 발상의 근원이자 백현철(이범수 분)을 범죄에 끌어들인 장본인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치장을 한 반항아 동화의 캐릭터가 김옥빈은 자신과 닮아서 좋았다고 말한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 동화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어요. 이건 제가 귀엽단 얘기예요.(웃음) 극중 동화는 겉모습은 아주 세 보이고 ‘나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다가오지마’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나를 알아달라’고 티를 내고 있는 거거든요. 또 자기보다 한참 나이 많은 사람한테 틱틱대기도 하고 이런 모습들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20대 꽃다운 나이에 뽀얀 피부, 예쁜 얼굴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센 캐릭터들에 도전하는 그에게 “공주 같은 콘셉트의 밝은 캐릭터를 왜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사실 멜로물의 시나리오는 받고 있어요. 제가 안한 영화를 다른 분이 하기도 했고...그런데 아직 철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통 멜로를 생각해서 그런지 먼 얘기라고만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희한한 것은 멜로와 다크한 역할이 있다면 ‘다크’가 먼저 끌린다는거죠.(웃음) 타이밍 문제도 있는 것 같고요.”

   
솔직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옥빈 ⓒ SSTV 고대현 기자

◆ ‘박쥐’ 이후의 작품들이 내 취향이다

어두운 역할에 묘한 매력을 느낀다고 고백한 김옥빈은 앞서 영화 ‘박쥐’(감독 박찬욱)를 통해 스페인에서 열린 제42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에게 ‘박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은 ‘박쥐’ 이후부터 제 취향이 드러난 거예요. 그전에는 취향이란 게 없었죠. 신인이었으니까. 저는 작품을 선정할 때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한 호흡으로 읽었는가, 그게 기준이 되요. 제가 집중을 할 수 있고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시나리오를 선택하게 됩니다. ‘시체가 돌아왔다’를 처음 접했을 때는 너무 재밌긴 했는데 걱정이 됐죠. 감독님한테 ‘이 영화를 진짜 만들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 세 개쯤 더 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박쥐’ 속 태주 역할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옥빈에게 이후 노출을 감행하는 작품의 제안이 또 있었을 법도 한데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제안이 없었어요. 아마도 노출을 할 만한 시나리오가 없나 봐요. 감독님들끼리도 무언의 경쟁을 하지 않을까요? 노출 신에 대해서 욕심을 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게 필요한 건지, 얼마만큼 아름답게 의미를 담을 것인가에 대해서...이미 저는 ‘박쥐’에서 한 번 쓰였으니까 다른 모습으로 활용하려면 감독님들도 고민이 많으시겠죠.”

   
솔직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옥빈 ⓒ SSTV 고대현 기자

◆ 우리가 고생한 건 ‘감독님 이름’ 때문이다

김옥빈은 ‘시체가 돌아왔다’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여행가는 기분으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촬영지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 엉뚱하게도 ‘공동묘지’를 꼽았다.

“제일 많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고 공기도 맑아서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처음에는 관리인 아저씨가 영화 촬영한다고 하니 무척 환영해 주셨죠. 그런데 관을 불태우는 장면을 찍는 것을 보시고는 사색이 돼서 표정이 굳었던 기억이 나요.(웃음) 그리고 저는 후한이 두려워서 잠들어 계신 분들께 화내지 말아달라고 기도하고 잡초도 뽑고 그랬어요. 분장팀 언니들이 ‘너 왜 혼자서 착한 짓 하냐’고 하더라고요. 제가 원래 착해요. 하하”

‘시체가 돌아왔다’의 촬영 당시 김옥빈에게 ‘공동묘지’ 외에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 것이 또 있다. 바로 영화촬영때마다 시도때도 없이 내렸던 ‘비’다.

“그놈의 비가 뭔지...이번 여름에 촬영하는 영화인들에게는 제발 세트장으로 들어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희가 촬영할 때는 정말 일주일에 세 번은 비가 왔는데 예보에 없는 비였어요. 안개도 매일 끼고 비가 그치려고 하다가 우리가 나오면 또 내리고...그래서 힘들었죠. 농담으로 감독님께 ‘이게 다 감독님 이름 때문이다. 왜 이름이 우선호냐. 비를 부른다’고 한탄하곤 했습니다.(웃음)”

   
솔직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옥빈 ⓒ SSTV 고대현 기자

영화 속 ‘다크’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김옥빈은 웃음이 많고 솔직함으로 무장한 사람이었다. 유쾌, 상쾌, 통쾌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이 거침없는 여배우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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