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가비' 김소연 "'예쁜 척, 착한 척' 오해 이젠 풀렸죠"
[SS인터뷰] '가비' 김소연 "'예쁜 척, 착한 척' 오해 이젠 풀렸죠"
  • 승인 2012.03.1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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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친근함을 주고 싶다는 배우 김소연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선입관 : 어떤 대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고정적인 관념이나 관점. 늘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 배우에게 이런 ‘선입관’은 치명적이다. 김소연은 그래서 선입관이 “너무 무섭다”고 말한다. 연기경력 18년. 강산이 변해도 두 번이나 변했을 긴 시간동안 그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연기자의 길을 걸어왔다.

“예전의 내 연기를 보면 어설픈 감정연기에 스스로도 민망한 적이 많았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김소연은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가비’ (감독 장윤현)에서 애절함을 가득 담은 눈동자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눈동자의 작은 흔들림 하나에서도 마음속에 이는 파도가 느껴진다.

‘가비’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벌어지는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김소연은 고종(박희순 분)이 곁에 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이자 일리치(주진모 분)의 연인인 따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늘 친근함을 주고 싶다는 배우 김소연 ⓒ SSTV 고대현 기자

◆ “‘가식적이라는 오해’ 가장 힘들어”

‘따냐’로 15년 만에 영화에 도전한 김소연은 연기자의 길에 조금 이른 나이에 들어섰다. 당시에는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외모, 차가워 보이는 인상 때문에 이유 없이 그를 미워하거나 오해하는 안티 팬들도 많았다.

“예전에는 제가 어떤 행동을 하면 ‘쟤 일부러 착한 척 하는 거 아니야?’ 하는 수근거림이 들려왔어요. 너무 싫었죠. 제가 인사도 안 할 것 같이 생겼는지 인사를 해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가식적인 사람이 너무나 싫거든요. 그런데 자꾸 오해를 받으니까 저를 감추게 되더라고요. 연기를 할 때도 제 나름대로는 진지하게 눈빛 연기를 하는데 애절한 표정을 지으면 예쁜 척 한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고요. 하지만 지금 그때의 제 모습을 보면 정말 예쁜 척 하는 것처럼 보여서 오글거리기도 해요.(웃음) 어느 순간 제 스스로 ‘속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내면연기를 하자’고 마음먹었고, 아마 그 시작이 드라마 ‘아이리스’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오해들로 어린 마음에 상처도 입었던 김소연. 그러나 ‘가비’에 참여했던 많은 스태프들은 한결같이 입을 모아 “김소연은 착하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주진모 역시 김소연에 대해 “너무 밝고 건강한 마인드를 지녀서 혹시 본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켜보니 늘 한결같더라. 정말 착한 심성을 지닌 배우”라고 칭찬했다. 이 말을 듣자 김소연은 수줍게 웃으며 손사레를 친다.

“아휴, 아니에요. 저도 은근히 까칠한 구석이 있는걸요. 하지만 그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감사하죠. 사실 어릴 때는 워낙 오해를 많이 받다보니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게 두려웠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이가 들고 제가 언니나 누나의 입장이 되니까 먼저 다가서서 ‘밥 먹었니’ 이런 것도 묻게 되더라고요. 아마 그런 점들을 좋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예능프로그램의 도움도 많이 받은 것 같고 지금은 조금 편해졌죠. ‘욕먹으면 어때? 나다운 게 좋다. 내가 느끼는 대로 하자. 용기를 내보자’고 스스로에게 늘 얘기해요.”

   
늘 친근함을 주고 싶다는 배우 김소연 ⓒ SSTV 고대현 기자

◆ “영화 촬영하면서 감정 억누르려고 많이 애썼다”

‘가비’에서 김소연이 연기하는 따냐는 폭발적인 감정의 흐름을 보이지는 않는다. 한 번에 터뜨리기 보다는 조금씩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따냐의 감정 곡선에 관객들을 서서히 끌어들이며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저는 공사관 신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오히려 뭔가를 하면 편하겠는데 아무것도 안하려니까 더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잘 잡아주셨습니다. 저는 감정이 자꾸 솟구치고 콧등이 시큰해지는 데 누를 수 있게끔 도와주셨죠. 사실 그게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절제된 연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게 됐습니다.”

연기에도 ‘절제의 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소연은 지난 1997년 영화 ‘체인지’에 출연한 이후 스크린 복귀는 15년만이다. 개봉일이 다가오자 “너무 떨려 잠도 못 자고 살도 빠졌다”고 고백하는 그. 그동안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주력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어렸을 때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들이 있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조금 벅찼던 것 같습니다. ‘어른 돼서 해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그런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더라고요. 공포영화는 가끔 들어왔어요. 하지만 어차피 늦어진 거 정말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싶었죠. 지금까지는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아마 ‘가비’를 만나려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기다려 왔나 봐요.”

   
늘 친근함을 주고 싶다는 배우 김소연 ⓒ SSTV 고대현 기자

◆ “개그콘서트 출연?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김소연은 지난 4일 방영된 KBS 2TV ‘개그콘서트’의 ‘꺾기도’에 출연해 뛰어난 예능감을 선보였다. 보통 배우나 가수들은 코너 말미에 잠깐 등장해 짧은 개그 연기를 선보이는 반면, 김소연은 이날 개그맨들과 혼연일체가 되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개그맨 분들의 족집게 과외와 작가 분의 덕을 많이 봤죠. 대본을 엄청 기다렸는데 그 전날 밤에 왔어요. 대본에는 귀여운 ‘야옹이’ 연기가 있었지만 제가 좀 바꾼 부분도 있습니다. 서인영씨의 ‘신데렐라’는 제가 직접 밤새 동영상 보면서 안무를 짠 거예요. 다음날 수정고가 나왔는데 태연씨 노래로 바뀌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둘 다 한다고 욕심을 부렸습니다.(웃음) 방송 나간 후 사람들이 잘했다고 전화가 왔는데 저는 아쉬웠어요. 혀를 ‘메롱 메롱’ 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긴장해서 깜빡하기도 했고…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숨겨진 개그 욕심과 끼를 마음껏 드러낸 김소연은 어느덧 한국나이로 서른 셋, 결혼 적령기를 지나고 있다. 절친한 친구 홍은희와 유준상 부부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다. 하지만 그는 연기 활동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 싶다고.

“5년 전 인터뷰 때도 결혼은 5년 후에 한다고 했는데, 또 ‘5년 후’라고 얘기하게 되네요. 어떻게 잡은 기횐데, 결혼보다는 일에 더 매진하고 싶어요.”

마지막까지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속사포’ 대답을 쏟아낸 ‘친절한 소연씨’. 그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은 아쉽지만 당분간 연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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