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양동근 "내게 있어 연기는 '독서실 공부', 음악은 '야외수업'"
[SS인터뷰] 양동근 "내게 있어 연기는 '독서실 공부', 음악은 '야외수업'"
  • 승인 2012.01.0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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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역이든 훌륭히 소화해내는 양동근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차라리 붙어버리고, 그리고 이겨버릴랍니다!"

이 남자, 독기를 품어도 제대로 품었다. 존경하는 선배를 닮고 싶었고, 피나는 노력 끝에 어느새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는...이기고 싶어졌다. 영화 '퍼펙트게임' 속 양동근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연기 경력 23년, '카메라를 가지고 노는 배우'라는 말을 들을 만큼 연기에는 도가 텄지만 그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보다 현실감 있는 선동열 선수를 그려내기 위해 일부러 살도 찌우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끊임없이 공을 던졌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평생 던질 공을 다 던졌다"고 말하는 양동근은 "스포츠 영화를 또 하고 싶냐"는 질문에 손사레를 친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그만큼 그는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모든 것을 불태웠다.

'퍼펙트게임' (감독 박희곤)은 1980년대 불안과 격동의 시기 속 전 국민을 뜨겁게 달궜던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역사적 대결을 그린 영화다. 극중 선동열 선수 역을 맡은 양동근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최고를 향한 열정과 독기가 대단하다. 벌어진 손가락의 살점을 본드로 붙여가며 극한의 고통 속에서 대결에 임했던 그의 모습은 관객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솔직히 저라면 그렇게까지는 못 했을 것 같아요. 원래 성격 자체가 좀 느긋한 편이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니까요. 사실 저는 독기가 있는 편도 아니고 승부욕도 별로 없어요.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죠. 그래서인지 어릴 때는 '애어른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늘 어른들과 같이 있고 혼자 사색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익숙했거든요. 중학교 때 담임선생님이 '사람은 자기 나이다운 게 가장 좋은 거다'라고 말씀해주셔서 그 때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어떤 배역이든 훌륭히 소화해내는 양동근 ⓒ SSTV 고대현 기자

양동근은 어린 나이에 연기자로 데뷔해 또래들보다는 의젓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우연히 신문에 난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무작정 어머니를 졸라 연기에 입문하게 된 그는 다소 내성적인 성격에 친구도 10년 이상 봐야 '친하다'는 표현을 쓸 만큼 진중하다. 오랜 배우 생활로 인해 연예인 친구들이 많을 법도 한데 딱히 자주 만나 어울리는 편은 아니다.

"사실 저도 연예인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류승범과도 친하고 군대에서 만난 공유와 김재원 역시 자주 연락하는 사이고요. 이번에 '퍼펙트게임'에서 함께 연기한 조승우도 승범이를 따라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보러 갔다가 알게 됐어요. 하지만 제가 '친하다'는 표현에 인색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동안 지켜봐야 진짜 친구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런 관점에서 친한 친구로는 배우 정준을 꼽을 수 있겠네요. 준이랑은 정말 친해요."

항간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양동근이 이번 영화 '퍼펙트게임'에 출연하게 된 것은 조승우의 힘이 컸다. 먼저 시나리오를 접한 조승우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이 영화 하자"고 설득했다는 것. 그리고 양동근은 큰 고민 없이 제안을 수락했다.

"제가 공연 때 처음 보게 된 승우는 정말 멋있었어요. 혼자 멋진 거 다하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웃음) 물론 제가 보수적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헤드윅' 때는 좀 쇼크를 받기도 했었죠. 그 캐릭터가 살갑지는 않더라고요. 하지만 분명한 건 조승우라는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거예요. 이 영화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때, 속으로는 '할렐루야'를 외쳤습니다."

   
어떤 배역이든 훌륭히 소화해내는 양동근 ⓒ SSTV 고대현 기자

어떤 역이든 맡기기만 하면 척척 제 옷처럼 걸치고 소화해내는 양동근은 사실 배우 외에도 하나의 타이틀이 더 있다. 바로 무대에서 춤을 추고 랩을 하는 가수다. 그는 젊은 날 고민과 방황의 분출구가 춤이었다. 어린 시절엔 이태원 클럽이 그의 주무대였다.

"제게 있어 연기가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느낌'이라면 음악은 '야외수업'을 하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딱 적절한 듯해요. 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 밖에 나가 야외수업을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잖아요. 그래서 연기와 노래 중에 어느 것에 더 애착이 간다고 말하기는 좀 힘듭니다. 서로 매력이 너무나 다르니까요."

배우로, 때로는 가수로 활약하다 뒤늦게 입대한 군에서 2년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새 양동근은 30대를 훌쩍 넘겼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동안 외모를 지니긴 했지만 그도 이제는 결혼을 생각해야 할 나이. 주변에서는 결혼에 대한 질문들을 참 많이 한다.

"집에서도 결혼 얘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뭐든 자연스러운 것이 좋기 때문에 크게 연연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때 되면 가겠지'하는 생각이었다고 할까요? 요즘 들어서 특히 결혼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한마디만 하고 싶네요. 먼저 여자부터 소개 시켜주고 그런 질문을 하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진심으로요."

   
어떤 배역이든 훌륭히 소화해내는 양동근ⓒSSTV 고대현 기자

평소 말이 없고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던 양동근은 군 제대 이후 제법 넉살이 좋아졌다. "여자 소개시켜달라는 말은 반드시 써 달라"고 당부할 만큼. 실제로 만나본 그는 아주 솔직하고 재치 있으며 현명함과 진지함을 갖춘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양동근은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이번 '퍼펙트게임'이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라서 여성분들이 관심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야구를 모르는데도 재밌었다고 하시는 분들을 굉장히 많이 봤습니다. '엉덩이에 털이 나고 싶으신 분'은 꼭 보세요. 울다가 웃으면 털 난다고 하잖아요."

짧은 인터뷰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유쾌하게 자신의 얘기를 풀어놓은 양동근은 끝까지 '퍼펙트게임'에 대한 강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그는 관객을 웃기고 울리며 메말랐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다. 마치 포도주가 숙성되듯, 시간이 지날수록 멋지게 여물어가는 남자 양동근의 앞날이 '퍼펙트게임'과 함께 오랜 시간 빛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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