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지한 모친 "윤석열 대통령 조계종 사과, 저희에게 와닿지 않았다"
고(故) 이지한 모친 "윤석열 대통령 조계종 사과, 저희에게 와닿지 않았다"
  • 승인 2022.11.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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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지한SNS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숨진 배우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가 최근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국가배상이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진상규명이 정말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어머니인 조 씨는 22일 K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아들 방에 보일러를 틀고 있고, 물건도 하나도 건드리지 않았다”며 스물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조 씨는 “아들이 ‘깜지’라는 거북이를 키웠는데 대신 밥을 주면서 아침마다 ‘깜지야, 밥 먹자. 근데 오늘 너를 키운 오빠가 없구나. 오늘부터는 내가 네 밥을 줘야 돼’라고 말을 붙이고 있다”며 “아직도 지한이가 없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라며 “그만큼 슬픔이 아직. 제가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실감이 안 난다. 밤에 구둣발 소리가 나면 아들이 촬영을 마치고 들어오나 싶은 생각에 잠들 수도 없고 환청에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또 조 씨는 “그런 와중에 ‘(이태원에) 왜 놀러 갔냐’, ‘부모는 왜 잡지 못했나’라는 악성 댓글이 가슴에 비수로 꽂혔다”며 “학생은 소풍을 가고 대학생은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우리 어른들은 단풍놀이를 가고 모두 다 갈 자유가 있다. 왜 잡지 못했냐니, 다 큰 성인을 왜 잡아야 하나”라고 밝혔다.

조 씨는 언론 인터뷰에 나서게 된 이유도 전했다. 그는 “제 슬픔이 가장 슬픈 슬픔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어렵게 유가족들을 연락해서 만나보니 제가 슬픈 건 슬픈 것도 아니었더라”며 “그래도 지한이는 이름이라도 국민들이 좀 알고 있으니까 나라도 나서서 이 참사를 알리고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조 씨는 사건 관련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저희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몇 시에 갔는지, 어느 병원에 있었는지, 제대로 과정을 아는 분이 부모조차 없다. 왜 나라에서 그런 사소한 과정조차 부모에게 설명해주지 않는 거냐”고 꼬집었다.

유가족, 부상자 등에 대한 국가배상이 논의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선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그만 진상규명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 10조를 받아도 그것이 국가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다. 그런 뇌물이면 필요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조 씨는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라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우리들을 모아놓고 진심어린 사과 한 마디, 그거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공간을 만들어서 서로 위로하고 충분히 울 수 있는 시간을 주시라.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는 곳에다 국화꽃을 헌화하며 애도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는 아무리 더듬어 생각해봐도 사과를 받은 적 없는 것 같다. 조계종에서 이루어진 사과는 저희에게 와닿지 않았다. 방송용 사과 아닌가"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추모 위령 법회’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한편 조 씨의 아들 고(故) 이지한 씨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 참가해 얼굴을 알렸다. 배우로 전향해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 등에 출연했다. 최근엔 MBC 새 드라마 ‘꼭두의 계절’에 캐스팅돼 지상파 데뷔를 앞둔 상황이었다.

[뉴스인사이드 이경아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