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사랑을 싣고' 이순재 "1950년 피난길·삶은 달걀 2개로 아내와 인연"
'TV는 사랑을 싣고' 이순재 "1950년 피난길·삶은 달걀 2개로 아내와 인연"
  • 승인 2020.12.3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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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캡처
사진=KBS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캡처

배우 이순재가 무려 61년만에 대학시절 친구와 재회했다.

30일 방송된 KBS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이순재가 60여 년 전 연락이 끊긴 친구를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이순재는 서울대학교를 함께 다녔던 친구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인상이 남는 친구다. 외적인 조건을 전혀 신경 안 썼다.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친구였다 이름은 채조병"이라며 "졸업하고 나서 행방을 모른다. 늘 머리에 남는 친구다. '살았으면 한 번 만나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고 출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38년 조부모님과 함께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을 거쳐 광복하는 모습을 지켜봤고,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전쟁을 겪었다.   

이순재는 "6월 25일날 수영복을 사러 갔다. 사가지고 나오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 26일날 학교를 갔더니 하늘에 비행기가 떴다. 선생님이 집으로 가라고 하더라. 27일날 피난을 내려왔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한국 전쟁이 끝나고 서울대학교 철학과 54학번 대학생이 된 이순재는 3학년 무렵 연극부에 입부하면서 배우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고. 그는 "56년에 연극을 시작했는데 78년도에 출연료를 처음 받았다"며 "돈보다 꿈을 쫓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순재는 사랑했던 연극 덕분에 평생을 함께 할 반려자도 만났다. 당시 배우로 활동중이었던 그가 고등학생이었던 아내의 여동생 연기를 가르쳐 주다가 지금의 아내와 인연이 닿은 것. 그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건네면서 동생을 잘 부탁한다고 했다"며 아내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이후 두 사람은 연결고리가 이어졌다. 이순재는 "처제가 연기상을 탔다. 장인이 저녁을 사주고, 집사람한테 영화를 보라고 영화표 값을 주더라"며 "갚야야 하니까 왔다갔다가 하니까 정이 쌓였다"고 말했다. 말은 무덤덤했지만 당시 아내를 위해 열정적인 구애를 했다. 그는 1960년 초 해외무용공연을 떠야야 했던 아내를 위해 "스케줄을 파악해서 미리 편지를 보냈다. 그것 때문에 집사람도 마음이 통했다"고 사랑꾼 면모를 과시했다.

이순재는 채조병 씨와 친해진 계기도 떠올렸다. 이순재는 "고등학교 동문이고, 다른 친구까지 세 사람이 동기였다. 늘 가깝게 지냈다. 나는 3학년 때문에 연기에 집중하다보니 그때부터 함께 있을 시간이 없었다"며 "대학교 이후로 본적이 없다. 마음속으로는 늘 함께 있었던 친구"라고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60년전 일이다보니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게 찾아낸 친구의 아내는 "어려운 점이 있다"며 난감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를 들은 이순재는 "나이가 있으니까 조심스럽다"며 여든 중반의 친구에게 행여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만남의 장소에 도착한 이순재는 친구의 이름을 불렀고, 친구 채조병 씨가 등장해 악수와 포옹을 나눴다. 1959년 결혼식 이후 한번도 만나지 못했던 두 사람은 "정말 반갑다"며 인사했다. 채조병 씨는 "오랜만에 보니까 정말 반갑다. 내 결혼식날 바로 옆에 있었다. 친했다는 거다"며 웃었다.

이순재는 친구와 장소를 옮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는 "드라마를 많이 봤다. 그런데 귀가 나빠지고 대화를 못 알아들으니까 드라마는 안 보고 '꽃보다 할배'를 재미있게 봤다"며 "광고도 잘 안 보는 데 딱 하나 보는 게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는'이다"고 이순재의 광고를 따라해 웃음을 안겼다.

두 사람은 옛 시절을 떠올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