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유전무죄 지강헌 사건 조명...인질들 탄원서로 징역 15년→7년
'꼬꼬무' 유전무죄 지강헌 사건 조명...인질들 탄원서로 징역 15년→7년
  • 승인 2020.06.15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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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연, 장항준, 장성규/ 사진=
장도연, 장항준, 김기혁/ 사진= SBS스페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 방송 캡처

 

생존 인질들을 통해 198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지강헌 사건'이 재조명됐다.

14일 밤 방송된 SBS스페셜 파일럿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꼬꼬무)에선 지강헌 일당에게 인질로 잡혔던 피해자들의 입을 통해 그날의 뒷이야기가 공개됐다.

'지강헌 사건'은 호송버스에 타고 있던 죄수들이 돌발 행동을 일으켜 단체로 탈주한 사건이다. 당시 이곳저곳으로 흩어진 죄수 중 지강헌은 가정집에 숨어들어 인질극을 펼치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경찰들과 대치했다. 특히 지강헌 일당의 인질극은 TV로 생중계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권총을 든 지강헌이 겁에 질린 여성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에게 비지스의 '홀리데이'를 들려달라고 요구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또 그가 발언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도 우리 사회의 고유명사가 됐다.

시인이 꿈이었던 지강헌은 인질들에게 "난 대한민국 최후의 시인이다.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낭만적인 염세주의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탈주를 한 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의 비리를 모두 파헤치고 죽겠다"라며 "연희궁으로 가려다 경비가 심해서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지강헌은 문정동 인질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속마음을 고백했다고 한다. 지강헌은 부모없는 집에 자라 물건을 훔치게 된 이야기, 전과자란 이유로 이발소에서 쫓겨난 이야기, 꿈이 시인이란 것 등 삶의 애환을 인질들에게 말했다. 

탈주 7일째 일당이 들이닥친 네번째 집의 딸의 음성 증언이 공개됐다. 그는 "사람들이 우두두두 소리가 들어와서 봤는데 방에 탈주범들이 들어와 있었다. 그때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일당에게 건넨 말은 '밥은 먹었냐'였다. 저희 어머니한테 밥을 차리라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강헌이 나에게 '어떻게 죽는 게 제일 멋있어 보이냐'고 물어봤었다. 또 그에게 성경책을 권했는데, '자기를 위해서 기도해줄 수 있냐. 내가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 마음이 되게 해달라'라고 부탁했다. 무릎을 꿇고 같이 기도를 하다 엄청나게 울었다"고 고백했다. 

탈옥범 중 당시 21살이었던 강씨가 징역 15년에서 7년으로 형량이 줄어든 이유도 나왔다. 장항준은 "지강헌 일당에게 붙잡혔던 인질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송 말미에 송은이와 장도연은 인질들의 탄원서를 읽었다. 두 사람은 "처음엔 모두 겁을 먹었지만 점차 이들의 행동은 모두 부드러워졌습니다. 이들 모두 마땅히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서 후회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고, 인간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라고 읽어내려갔다.

그러면서 "아침밥을 먹은 이들은 '잘 먹었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자기들이 떠나면 곧 신고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가고 우리 네 식구 모두 울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흐르는 눈물인지 모르겠습니다. 죄는 미웠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 부디 이 탄원서를 읽으시고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셔서 세상의 좋은 등대지기가 되시길 기도합니다"라고 문장을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뉴스인사이드 민가영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