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퍼펙트맨’ 조진웅 “존경하던 설경구와 함께…소문대로 연기 맛집”
[인싸인터뷰] ‘퍼펙트맨’ 조진웅 “존경하던 설경구와 함께…소문대로 연기 맛집”
  • 승인 2019.09.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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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사진=(주)쇼박스
배우 조진웅/사진=(주)쇼박스

조진웅과 설경구, 두 연기 장인의 색다른 연기를 맛볼 수 있는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10월 2일 개봉하는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 분)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다. 

꼴통 건달 영기 역의 조진웅은 자유분방하고 위트 넘치는 매력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그는 고향인 부산에서 부산 사투리를 마음껏 사용한 캐릭터로 스크린을 자유로이 뛰어논다.

“다들 자기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있는 것 같아요. 부산은 아무래도 영화제도 열리고 구석구석 보면 1970년대부터 지금의 모습이 다 있어요. 할리우드에서 해운대를 배경으로 미래 도시처럼 찍고 가기도 했죠. 범일동 뒷골목 가면 완전 1980년대 같아요. 옛날 극장 같은 것도 있고요. 자유시장 뒷골목에서 저도 대학시절 단편도 찍었어요. 그리고 부산은 촬영 협조도 잘 돼서 크고 작은 영화가 다 만들어져요. 다만 계속 인구가 줄어서 걱정이긴 해요.” 

조진웅이 연기한 영기는 한탕주의를 꿈꾸는 꼴통 건달이다. 중고 벤츠를 사서 숫자만 바꾸는 등 허세가 가득하다. 조진웅은 건들거리는 영기를 표현하기 위해 화려한 의상을 입고 투블럭 헤어스타일을 하는 등 스타일에서 있어서 변화를 시도했다. 

“의상은 정말 평소라면 줘도 안 입어요(웃음). 그런데 묘한 매력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이게 뭐냐고 했죠. 너무 ‘양아치’ 같았는데 묘하게 의상을 입고 헤어스타일도 투블럭으로 하니까 에너지가 올라가더라고요. 의상과 헤어 분장이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어요. 왠지 그런 친구가 실제로 있을 거 같았어요. 아무 생각 없고 거리낄 것 없는 애들 있잖아요.”

의상으로 영기의 외형을 만든 조진웅은 생각 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의 완성을 위해 음악의 도움을 받았다. 매 촬영마다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유쾌한 에너지를 유지했던 그는 가장 민망했던 장면 중 하나로 나이트클럽 등장신을 떠올렸다.

“텐션을 계속 올리는 건 진짜 힘들어요. 원래 세상 진중한 사람인데 춤도 춰야하고(웃음). 촬영장에 도착할 때부터 음악을 틀었어요.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를 종일 들으면서 텐션을 올리고 촬영해서 끝나면 지쳐요. 나이트클럽에 들어가는 장면 같은 경우는 실제 촬영할 때는 사운드 때문에 음악을 못 트니까 얼마나 민망한데요. 춤추고 있으면 옆에서 사람들이 응원해주세요. 어느 순간 속에서 뭔가를 내려놓고 아무 것도 안보고 연기했어요. 주변 의식하고 내가 민망해지는 순간 장면이 꽝이 되는 거죠. 그래서 그냥 미쳐버리자는 생각으로 했어요.”

‘퍼펙트맨’은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와 함께 평소 존경하던 설경구와 함께 호흡을 맞춘 의미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조진웅은 설경구와 함께 촬영한 장면들을 회상하며 놀라운 지점이 많았다며 그의 디테일한 감성을 언급했다. 조진웅이 겪은 배우 설경구는 소문대로 ‘연기 맛집’이었다. 

“서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했어요. 그런데 연기하면서 놀란 부분은 많아요. 장수는 되게 절제되어 있어서 잔잔한데 조금 터지면 그 파장이 커요. 정말 안 움직일 것 같다가 살짝 미소를 보이는 장면들이 있는데 의식적으로 한다면 재미가 없고 설정처럼 보여서 맛이 안 살 거예요. 그런 부분이 실제 그런 사람이 있을 것처럼 느껴졌어요. 제 생각에는 본인이 그 동안 쌓아온 게 없다면 그렇게 나오지 않을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놀랐죠. 연기야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부분에서 ‘이집 진짜 잘한다. 역시 소문대로 맛집이군’이라는 게 느껴졌죠.”

부산 곳곳을 돌며 추억에 젖었던 조진웅은 특히 애정이 가는 장소로 황령산을 꼽았다. 과거 배우를 꿈꾸던 학생이던 조진웅은 연기의 방향을 잡지 못해 답답한 마음에 황령산을 찾았다. 시간이 흘러 황령산을 다시 찾은 조진웅은 주연 배우로 설경구와 함께였다.

“황령산이 기억에 남아요. 이십 몇 년 전에 갔는데 그때는 그렇게 좋은지 몰랐어요. 당시에 연극영화과 학도였고 답답한 마음에 올라갔었죠.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모를 때였어요. 작품 캐릭터가 너무 어려워서 도망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서 정말 존경해 마지않는 설경구 선배와 영화를 찍으러 올라와서 같은 장소에 있다니. 촬영하다가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와 설경구다. 이게 무슨 일이지’ 싶으면서 일기가 쓰고 싶었어요. 살아가면서 일기가 쓰고 싶은 날이 있잖아요. 추억하고 싶고. 저는 원래 예전에 배우일지는 써도 일기는 안 썼는데 가끔 그런 날이 있어요. 황령산에서 촬영할 때가 그런 날이었어요. 좋았죠.”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