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리뷰] 뮤지컬 ‘헤드윅’, 지난 14년간의 기록…돋보였던 정문성·제이민의 동료애
[인싸리뷰] 뮤지컬 ‘헤드윅’, 지난 14년간의 기록…돋보였던 정문성·제이민의 동료애
  • 승인 2019.09.17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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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포스터/사진=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헤드윅’ 포스터/사진=인터파크 티켓 홈페이지

2005년 4월, 서울 종로구 대학로 라이브 극장에서 막을 열었던 헤드윅이 어느덧 14년차를 맞았다.

1998년 2월 미국 뉴욕의 호텔 리버뷰 제인 스트리트 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던 뮤지컬 ‘헤드윅’(연출 존 카메론 미첼)은 2002년 서울에서 개봉한 동명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한국 대중에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헤드윅’은 바로 관람해도 충분히 신나고, 관객이 즐길 수 있게 구성되어 있지만 공연 관람 전 동명의 영화를 통해 주인공 ‘헤드윅’에 대해 이해한다면 보다 더 심도 깊은 관람이 가능하다.

‘헤드윅’에서 중점적으로 끌어가는 소재는 사랑이다. 헤드윅은 본인의 성전환수술에 이야기하기에 앞서 어릴 적 어머니가 들려주었던 신화를 ‘더 오리진 오브 러브(The Origin Of Love)’를 통해 노래한다. 

아주 오래 전, 세상에는 두 쌍의 팔과 다리 그리고 두 쌍의 얼굴을 가진 인간이 살았다. 여자와 여자가 만난 달의 아이, 남자와 남자가 만난 태양의 아이, 마지막으로 남자와 여자가 만난 땅의 아이는 신의 질투로 인해 신이 공룡을 잘라 도마뱀으로 만들었듯 반으로 갈라지고 만다.

정문성/사진=쇼노트
정문성/사진=쇼노트

헤드윅은 어릴 적, 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반쪽에 대해 꿈꾼다. 이는 곧 헤드윅 인생에 있어 소명이 된다. 그가 성전환 수술을 하기 전인 ‘한셀’시절, 헤드윅은 한 남자를 만나 그와 결혼해 동독에서 자본주의의 땅인 미국에 도달하기 위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한다.

실패로 돌아간 성전환 수술에서 그는 그가 ‘앵그리 인치’라고 일컫는 1인치짜리 살덩이를 얻으며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 3의 성이 된다.

어릴 적 자신의 반쪽을 찾아 헤매던 ‘한셀’이 ‘헤드윅’이 되어 진짜 나의 반쪽은 어디 있을까, 수없이 고민하는 장면들과 더불어 그가 토미를 만나 새로운 사랑을 꿈꾸는 부분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하다.

배우 정문성, 제이민 페어 공연에서 정문성은 극중 헤드윅과 토미역을 맡아 열연한다. 그는 2017년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서 유대위(정해인 분) 맏형 유정민 역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2016년 ‘헤드윅’공연을 맡은 이래 올해로 3년 차 헤드윅을 맡고 있는 정문성은 다년간의 충분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자신만의 헤드윅을 서슴없이 펼친다.

영화 ‘헤드윅’ 수준의 완성도 높은 노래 실력은 아니지만, 충분한 감정적 서사가 있기에 그의 연기는 눈물을 자극한다.

하지만 극을 관람하는데 있어 노래 실력이 아쉬울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올해로 데뷔 12년 차를 맞은 제이민이 특유의 성량과 노래실력으로 쉼 없이 귓가를 즐겁게 한다.

제이민/사진=쇼노트
제이민/사진=쇼노트

극중 헤드윅의 남편, 이츠학 역을 맡은 제이민 또한 정문성과 마찬가지로 헤드윅에 참여한지 올해로 3년 차가 됐다. 제이민의 노래 소리가 극과 맞지 않는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이츠학의 서사를 잘 보여줄 수 없는 공연 특징 상 그가 나름대로의 연구 끝에 그러한 발성을 선택했음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이츠학은 헤드윅의 남편으로, 남성이지만 드랙퀸(여장 남자)이 되고 싶다는 욕망를 가진 캐릭터다. 그는 해외 순회공연을 온 헤드윅에게 제발 나를 데리고 가달라며 사정했다. 헤드윅은 본인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츠학을 데려가기로 결정하고, 대신 다시는 여장을 하지 말라는 조건을 내세운다.

극이 진행되는 내내 헤드윅의 눈치를 보며 몰래 가발을 쓰다듬는 모습, 헤드윅의 우스갯소리에 전혀 웃지 않는 제이민의 이츠학 연기는 그의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그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내뿜게 한다. 

이츠학은 너무 돋보여서도, 묻혀서도 안 된다. 밸런스를 맞추기 어려운 역할을 제이민은 훌륭하게 해냈다. 극 중간 중간 헤드윅에게 잠시 눈을 떼고, 이츠학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정문성과 제이민은 각자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이해 끝에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극에 녹아난다. 사이사이 보이는 그들의 동료애도 주목할 만하다. 

정문성과 제이민/사진=쇼노트 인스타그램계정
정문성과 제이민/사진=쇼노트 인스타그램계정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사이인 이츠학과 헤드윅을 이어주는 것은 연민과 증오가 뒤섞인 애증이다. 정문성이 보여주는 헤드윅의 열등감과 제이민이 보여주는 이츠학의 증오는 그간 그들 사이에 꽤 많은 호흡이 오고 갔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뮤지컬 끝에 짜인 앙코르 콘서트도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다른 연극들과 다르게, 실제로 헤드윅의 공연에 온 것처럼 물을 뿌리고 노는 ‘헤드윅’의 앙코르 공연은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헤드윅은 오는 11월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서울 공연을 진행하고, 이후 오는 12월에 소향씨어터 신한카드 홀에서 부산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헤드윅 역에는 배우 오만석, 마이클 리, 정문성, 이규형, 전동석, 윤소호가 열연하고 이츠학역에는 배우 제이민, 유리아, 홍서영이 열연한다.

[뉴스인사이드 고유진 기자 kjin959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