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광대들: 풍문조작단’ 손현주 “말이 될까 싶었던 시나리오, 조화롭게 완성”
[인싸인터뷰] ‘광대들: 풍문조작단’ 손현주 “말이 될까 싶었던 시나리오, 조화롭게 완성”
  • 승인 2019.08.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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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현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손현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매 작품 진한 잔상을 남겨온 손현주가 팩션 사극으로 관객을 만난다.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오랜 기간 필모그래피를 채워온 손현주지만 주연으로 본격적으로 사극에 출연하는 건 처음이다.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손현주 분)에 발탁되어 세조(박희순 분)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로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김주호 감독은 미담을 만들고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패라는 더욱 신선한 스토리와 풍성한 스케일로 돌아왔다. 

“(감독은) 기발한 상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에요. ‘광대들: 풍문조작단’이라는 제목 전에 ‘조선공갈패’라는 시나리오였는데 희한했어요. 세조실록의 40여개 미담을 추려서 한명회가 기획하고 광대가 만들며 이를 백성에게 보여주는 것이 영상으로 나올 때 말이 될까 싶었어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사극을 어렵지 않게 풀어서 가족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영화는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시나리오와 비교하면 편집의 순서가 바뀐 부분도 있는데 조화롭게 잘 나왔어요.”

손현주가 연기한 한명회는 조선전기 계유정난의 설계자로 권력의 정점에 있던 인물이다. 한명회는 이미 다양한 작품을 통해 표현되어 왔다. 손현주는 이전 작품과의 차별성을 찾기보다는 팩션 사극이 주는 새로움에 캐릭터를 맡겼다. 또한 어려운 역사와 정치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물과 표현에 집중했다.

“실존인물인데 우리가 실제로 볼 수는 없잖아요. 최근에는 ‘관상’에서 김의성 씨가 연기했죠. 예전에 드라마에서 이덕화 선배님도 했어요. ‘광대들’의 배경은 세조 말인데 조카를 도륙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의 미담이 올라와요. 광대를 시켜 세조의 미담을 만든 한명회는 그동안 한 번도 없었어요. 그래서 다른 작품을 참고할 건 없었어요. 실제 역사를 보면 칠삭둥이로 태어나 거구로 자라 천수를 누리고 죽어요. 세조 이후에 왕들과 분란도 있었고요. 하지만 ‘광대들’은 그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편하고 쉽게 만들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명회의 강인한 모습을 위해 손현주는 귀와 수염을 붙이고 등장한다. 특수 분장 때문에 이른 새벽 가장 먼저 촬영장에 가야 했던 손현주는 나중에는 다시 분장하는 것이 번거로워 일주일 동안 분장을 제거하지 않았다고 고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명회의 강인하고 힘 있는 권력가 모습을 위해서 귀와 수염을 붙였어요. 귀는 수차례 본을 떠서 만들었어요. 요정귀 같고 예뻤죠(웃음). 특수 분장 때문에 새벽 다섯 시에 촬영장에 갔어야 했어요. 제가 가장 먼저 나와서 분장 받고 있으면 박희순, 조진웅 순으로 오고 가장 마지막에 고창석이 와서 가발만 딱 써요. 약이 오르죠. 그래서 한 일주일 분장 제거 안하고 계속 촬영 했어요. 정자세로 잘 누워서 자면 괜찮더라고요.”

배우 손현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손현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동안 사극에 출연하지 않았던 손현주는 사극과 말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1991년 대하드라마에 출연했던 손현주는 당시 말에 밟히고 부상을 입었고 이후 사극을 피해왔다. ‘광대들’에서 다시 사극에 도전하고 말에 오른 손현주는 이번에는 말에 탄 채로 불에 휩싸이며 힘겨운 촬영을 이어갔다.

후반부 사방에 불이 나는 장면을 회상하던 손현주는 “처음에 시나리오를 볼 때 CG로 할 줄 알았는데 다 실사로 촬영했다. 7월에서 8월 정도에 일주일 넘게 찍는데 배우랑 말은 죽을 것 같았다. 하도 뜨거워서 특수분장한 귀도 녹았다”고 털어놨다.

“불 때문에 위험했어요. 컷 하고 제가 다가가는데 감독님이 절 안보고 모니터를 계속 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어느덧 모니터를 봤는데 잘 나왔더라고요(웃음). 의외로 기가 막힌다 싶었죠. 그런데 절 보더니 한 번만 더 올라가라고 하는 거예요. 카메라에 말과 제 얼굴이 정면으로 나온 컷이 안 나왔다고. 결국 또 찍었는데 찍고 보니 괜찮더라고요. 감독님이 조용조용하게 집요해요. 더 무섭죠(웃음). 큰소리라도 치면 싸울 텐데 차분하게 할 말을 다 해요. 그러니 뭔가 또 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배우가 의문이 가는 부분에 관해 잘 들어주고 타협도 많이 하는 감독이에요. 머리가 좋은 거죠. 다 몫이 있나 봐요.”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팩션 사극으로 돌아온 손현주는 인터뷰 말미 앞으로도 무게를 내려놓는 작품을 통해 대중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췄다.

“드라마 ‘추적자’ 이전에는 푸근하고 정감 가는 평범한 역할을 많이 했고 그 뒤로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지만 무거운 역을 많이 했어요. ‘저스티스’를 마지막으로 조금 편안한 작품들을 하고 싶어요. 눈싸움 그만하고 편하게 읽히고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저스티스’도 힘들어요. 최진혁, 박성훈 등 절 째려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웃음).”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