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홍대마녀'+'늑대들'='대놓고 신나는' 오지은식 사랑노래
[SS인터뷰] '홍대마녀'+'늑대들'='대놓고 신나는' 오지은식 사랑노래
  • 승인 2011.02.0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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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좌로부터 오지은, 박민수, 신동훈, 정중엽, 박순철) ⓒ SSTV

[SSTV l 원세나 기자] “우리 지은이가 달라졌어요.”

새롭다 그녀. ‘홍대마녀’ 오지은 특유의 어둡고 쓸쓸한 분위기가 싹 가셨다. 기타 또는 피아노 하나로 나직하게 읊조리듯 노래하던 그녀가 밝고 경쾌한 사운드와 함께 상큼 발랄한 보이스를 들려준다. 무거운 카리스마를 벗고 설레는 소녀감성을 전한다.

지은의 기존 팬들은 어쩌면 ‘오지은과 늑대들’이라는 새로운 탈을 쓰고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가 조금은 낯설지도. 그러나 리얼하고 적나라한 그녀만의 가사 전달 방식은 여전하니, 오지은은 여전히 오지은인거다.

오지은이 네 마리(?)의 수컷 늑대들(기타 정중엽, 베이스 박순철, 드럼 신동훈, 건반 박민수)과 함께한 기타팝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한편의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 같은 앨범을 들고 온 그들을 만나 ‘깨알 같은 수다’를 떨었다.

기자 : 왜 하필 오지은과 늑대들이야?

중엽 : 회사에서 오지은이 들어가야 행사가 잘 잡힌다고 하더라. 그래서 일단은 오지은과 ooo으로 먼저.

지은 : 벼라별 이름이 다 나왔었지? 오지은과 1234, 오지은과 일촌들, 오지은과 무지개반사... 기타 등등

순철 : 팬들 투표를 통해 선정하려고도 했었는데, 쉽지 않더군. 그러다가 정말 데드라인 가까운 시간에 누군가 툭~ 늑대들 어때? 하고 물었고. 아무 이견 없이 통과가 된거지.

동훈 : 정말, 단 한명도 반대가 없었지 아마? 그렇게 우린 ‘오지은과 늑대들’이 됐을 뿐이고~

기자 : 밴드 음악을 들고 나온 오지은, 이번 앨범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어때?

순철 : 처음엔 ‘그냥 밴드음악이네’ 하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지인들이 막상 음악을 듣고는 전화해서 ‘전체적으로 모두 좋더라’고 말하더군. ‘보컬 좋고, 사운드 좋고!’ 라며.

동훈 : 슬쩍 듣고도 다들 좋아하던데?

민수 : 앨범이 나오면 보통 몇 곡만 좋다는 반응보다 앨범 전체가 좋다고 하는 말이 젤 듣기 좋은 것 같아.

중엽 : 난 아직 다른 사람들 만난 적 없어서 반응을 잘 모르겠어.

지은 : 이전의 내 음악을 좋아하던 팬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어. 그런데 의외로 나 덕분에 ‘연애세포가 다시 깨어나는 것 같다’고 말을 해주는 거야. 얼마나 고맙던지. 가벼운 음악이라고 결코 쉽게 만든 건 아니란 걸 알아주는 것 같아 기뻤어. 열심히 만들었거든.

   
기타팝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 SSTV

기자 : 너무 변했잖아. 갑자기 밝아진 이유, 대체 뭔데?

지은 : 대놓고 신나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 워낙 어둡고 무거운 감정들을 쏟아내다 보니, 무의식중에 나를 방어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진지하지 않고 무겁지 않은, 약간 살랑살랑한 감정? 그런 감정들을 노래해보고 싶었어.

기자 : 그 감성을 굳이 밴드 음악으로 풀어 낼 결심을 한 이유는.

지은 : 세션으로 함께 작업하던 사람들인데 이들은 연주할 때 자신이 주체가 돼서 연주를 해. 그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그들과 함께 하면서 5분의 1의 역할을 하고 싶었어. 밴드 음악은 모든 포지션이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꿈틀거리며 만들어 나가거든. 그런 생명력과 에너지가 정말 매력적이야.

기자 : 밴드 음악의 힘은 무엇일까?

지은 : 혼자 만들면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완성품이 나오는 게 신기하고 멋져. 무대는 굉장히 고독한 곳인데 이들과 함께하면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아. 솔로는 무거운 어떤 것을 끌고 가는 느낌이라면, 밴드는 누가 뒤에서 밀어주는 것 같은 든든함이 있지.

중엽 : 세션으로 참여하는 것과의 차이를 본다면, 세션은 자기 앞의 악보와 싸우는 느낌이야. 또 틀리지 않고 적당한 정도, 어느 정도로 할만큼만 하게 되거든. 그렇지만 밴드는 스스로도 더 욕심을 부리게 되고 더 보여주고 잘하려 하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그런 점이 재미있는 것 같아. 인스턴트는 적당히 똑같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그날그날 조금씩 다른 맛이 나는 것처럼. 그래야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잖아.

기자 : 좋은 점만 있지는 않겠지? 의견조율이라든지, 힘든 점도 있었을텐데?

동훈 : 지은이 큰 그림을 보고 지휘를 해 나갔다고 보면 될거야. 프로듀서의 능력이 좋았던 거지 뭐.

지은 : 공동프로듀스를 하려고 했는데 막상 작업에 들어가니 다들 너무 바빠서 그렇게 하기엔 어려움이 있었고, 정신없이 타이트하게 진행을 했지 뭐. 일단 진행하자! 마인드랄까?

순철 : 원래 작업할 때 간섭을 좀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 지은이랑 작업할 때는 전혀 그러지 않았던 것 같아. 어렵고 힘든걸 서로 너무 잘 아니까 어느 정도 배려해서 넘어가는 부분도 있었고.

중엽 : 시간이 워낙 촉박해서 고민도 사치였고, 무식하게 저돌적으로 나간거지 뭐.

   
기타팝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 ⓒ SSTV

기자 : 지은 특유의 리얼리즘 가사는 여전하더군. 하나같이 공감 100%!

지은 : 이번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 이야기 소스는 주변 사람들이지.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기도 하고 내 경험을 대입시켜보기도 하고. 수많은 연애와 이별 경험이 이럴 때 빛을 발하지.

기자 : 사랑에 서툰 여자 아이의 좌충우돌 연애담. 한 곡 한 곡이 단편극으로 이어지는 듯한, 마치 뮤지컬 넘버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 콘셉트였어?

지은: 멤버 전원이 적어도 한 곡 씩은 참여를 했어. 한 팀이라는 느낌과 함께 일관성을 주기 위해서 ‘복잡한 연애를 가볍게 그리는 것’에 포인트를 두고 작업을 해보자 했던거지. 모두들 ‘헐렁한 유머’를 키워드로 작업 했어.

기자 : 앨범 속 반전이 있더군. 띵~ 한방 맞은 기분이었어. 이건 오지은 노래야! 하고 들었던 노래가 오히려 다른 사람의 곡이었다는. 오지은을 염두에 두고 쓴거야? 아니면 철저히 오지은화 한거야?

순철 : ‘오늑’식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재미있잖아?

민수 : 지은을 굳이 염두에 두고 쓴 곡은 아녔는데, 어쨌든 내 의도에 부합하게 잘 표현해줬어.

중엽 : 난 우리의 앨범 콘셉트를 염두에 두고 썼어. 장난기 있고 유머가 있는 락. 그 의도에 부합한 곡을 만들었고.

지은: 원작자의 의중을 찾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잘 됐는지 모르겠어. 그냥 편하게 불렀던 것 같아. 다행히 모두들 만족해줬고.

기자 : 밴드음악들은 밴드가 보컬을 받쳐주는 선, 말 그대로 반주일 뿐인 경향이 있는데, 이번 앨범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더라. 악기와의 합이 완벽했달까. 철저히 의도된 작업이었나?

지은 : 본능적으로 무식하게 진행했다고 보는 게 더 맞을거야.

순철 : 정해진 플레이라기 보단, 살아서 꿈틀거리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 다행히 연주들을 잘 해줘서 방향만 제시하면 그대로 잘 따라줬지.

중엽 : 결과적으론 매력적으로 들리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작업 할 때는 힘든 부분이기도 했지. 같은 걸 열 번 연주해 실수하지 않은 걸 고르는 게 아니고 열 번 연주하면 열 번 모두 다른 음악이 나오는 식이었으니.

   
기타팝 프로젝트 밴드 ‘오지은과 늑대들’(좌로부터 오지은, 박순철, 신동훈, 박민수, 정중엽) ⓒ SSTV

기자 : 프로젝트 밴드에 머물기엔 아깝다는 평이 많은데, 앞으로 또 다른 계획 없어?

동훈 : 이번 앨범은 시기가 다들 잘 맞았지 뭐. 그래서 결과물이 이렇게 잘 나온거고. 앞으로도 또 주변 여건이 잘 맞아 떨어진다면 얼마든지.

지은 : 일단 밴드 음악 앨범 제대로 한번 잘 만들어보자 하고 급결성 된 팀이긴 하지. 그러나 이들이 시간만 된다면 또 빠른 시일 내에 또 다른 작업을 해보고도 싶은 게 사실이야.

순철 : 일단은, 지금 ‘하고 있다’는 사실, ‘같이 하는 것’이 즐겁고 ‘같이 하고 싶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 지금밖에 못하는 음악을 바로 지금 하고 있는거니까.

기자 : ‘오늑’에게, 또는 ‘오늑’ 팬들에게 한 마디.

순철 : 자연스럽고 순수한 의도로 멋 부리지 않는 음악을 했던 것 같아서 즐거웠고. 정말 오랜만에 작업을 즐겼던 것 같아.

동훈 : 서로의 매력에 끌려서 시작을 했고,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도 모른 채 과정을 즐기고 최선을 다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 신선한 느낌을 주는 그런 밴드였으면 좋겠어.

중엽 : 홍대신 음악 스타일이 점점 획일화 되고 있는 것 같아 속상해. 요즈음의 트렌드나 취향에 따라가지 않고 ‘그냥 우리 음악’하겠다고 고집 부린 면이 있어. 세련되지 않은 음악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재미있게 들어주면 좋겠어.

민수 : 음악을 만들다보면 아무리 즐거운 음악을 만들어도 과정 자체는 힘들게 마련이거든. 그리고 만든 이후에도 진심으로 즐기기 힘들고. 이번 작업은 정말 즐겁게 연주하고 끝내고 나서도 즐겁게 즐기고 있는 듯 해.

지은 : 한 여름 땡볕아래 운동장에서 남자애들이 뛰어 놀고 있는데 여자 아이 하나 더해져서 놀고 있는 느낌으로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 그런 느낌을 담으려고 노력했고. 머리를 안 쓴 음악이 사람들에게 주는 기쁨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

코끝이 쨍하게 춥던, 잠깐이지만 살짝 비춘 햇살이 반가웠던 어느 겨울 오후 가졌던 그들과의 만남을 이렇게 글로 정리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더구나 말과 글로 전하는 메시지의 간극은 상당하다.

이러다가 또 어느 날 문득 지독하게 무거운, 암울한 노래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오지은. ‘열정 하나만으로 열심히 음악을 하던 그 많던 형 누나들 지금 어디에 계시냐’며 안타까워하는 늑대들. 그들과 나눈 알토란 같은 이야기들을 오롯이 글로 전하지 못하는 이 능력의 부재.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는.

여하튼, '마녀'의 탈을 벗고 '늑대'의 탈을 쓴 오지은의 일탈. ‘밝은 음악 한 번 해보자’는 단순하고도 청순한 생각으로 뭉친 이 프로젝트 밴드의 발걸음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하기도, 또한 기대되기도. 무한도전의 하하식으로 말하자면 한 마디로, “놓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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