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변신’ 성동일, 현실에 발붙인 인물로 그려낸 색다른 오컬트 
[인싸인터뷰] ‘변신’ 성동일, 현실에 발붙인 인물로 그려낸 색다른 오컬트 
  • 승인 2019.08.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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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동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성동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다작의 아이콘 성동일이 공포 영화로 돌아와 낯선 얼굴로 관객을 만난다. 언제나 공감 가는 생활연기로 대중들의 신뢰를 쌓아온 성동일은 ‘변신’에서도 현실에 발붙인 연기와 캐릭터로 공포를 그려내 더욱 실감나고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색다른 오컬트를 완성시켰다.

공포 영화지만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각 인물들의 감정선과 교감이 중요했다. 성동일은 김홍선 감독에게 직접 전체 리허설을 제안했고 덕분에 시나리오에선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감정들이 나왔다.

“처음에 감독에게 풀 리허설을 하자고 제안했어요. 혼자서 시나리오를 읽으면 제 대사야 제 감정을 넣지만 상대방 대사는 그렇지 않잖아요. 전체 리허설을 하면 눈을 보고 연기하니까 생각지도 못한 감정이 나올 때가 있어요. 후반부에 배성우의 멱살을 잡는 장면에서도 그렇게 눈물이 나올 줄 몰랐죠. 우리 영화의 장점은 사람이 무섭다는 거예요. 매일 보는 내 아내, 동생, 자식이 악마로 변하는 거니 기존 오컬트와는 다르죠. 다른 영화는 상상도 못한 얼굴의 악마가 나와서 벽을 뚫고 그러는데 저희는 그런 게 전혀 없어요. 악마가 하는 대사들도 톤이나 상황이 달라서 그렇지 대사만 보면 평소 가족들이 할 수 있는 말이에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 주방신이 무서웠다고 하는데 저는 그냥 망치를 들고 걸어갔을 뿐이에요(웃음).” 

성동일은 크게 설정을 더하지 않은 편한 연기를 했다고 하지만 강구의 모습을 한 악마의 섬뜩한 표정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을 자아낸다. 성동일은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와 영화의 톤이 좋았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연기적으로 아무것도 더하지 않았어요. 상황이 무서운 거죠. 칼을 꺼낼 때도 특별히 격하게 연기하지 않아요. 평소 성동일로 연기해도 재밌겠다 싶었어요. 다들 새로운 장르라서 굉장히 고민한줄 아는데 그냥 했어요. 다른 작품에 비해 캐릭터 설정도 필요 없고 인상을 크게 쓸 필요도 없었어요. 모든 배우가 그랬어요. 가장 편한 사람들과 편한 집에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CG라고는 까마귀 정도 사용했고 배우가 직접 분장했어요. 그런 담백함이 좋았어요. 촬영도 현장 편집본을 극장에 바로 걸어도 될 정도의 분량이 나왔어요.”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대부분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만큼 반복과 기시감을 피하기 위한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했다. 특히 누가 악마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며 관객에게 혼란을 줘야 했다.

“저도 연기를 못하니 지적은 잘 안 해요. 대신 그런 이야기는 해요. 거짓말을 잘하자. 배우는 결과를 알고 시작하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게 배우가 하는 일이라는 거죠. 사기꾼이 누가 봐도 사기꾼인 것처럼 하고 있으면 안 속잖아요. 사기꾼이 친절하니까 사람들이 속는 거죠. ‘변신’에서도 누가 악마로 변했는지 배우는 알지만 그걸 모르게끔 거짓말을 하는 거죠. 배우는 일상에서는 아니지만 작품에서는 거짓말을 잘하는 게 낫지 않나 싶어요.”

배우 성동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성동일/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성동일은 영화 ‘안시성’, 드라마 ‘라이브’ 등으로 호흡을 맞춰온 배성우와 ‘변신’에서 형제로 재회했다. 후반부 진한 감정이 부딪히는 장면은 온전히 두 사람의 호흡으로 만들어낸 장면이다.

“연극을 했던 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멋 부리는 연기를 안 해요. 리허설을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감정이 나오더라고요. ‘라이브’를 찍을 때도 그런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서로 눈물이 터졌어요. 항상 상대방 대사도 잘 듣고 눈을 보고 연기해요. 성우하고는 이야기를 안 해도 주고받는 게 잘 맞아요. 너무 좋죠. 술도 자주 마셨어요. 다른 후배들은 나이가 어려서 술 마시자고 하기도 미안해서 성우나 스태프들과 함께 했죠.”

그동안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다양한 부녀 호흡을 맞춰왔던 성동일은 이번에도 두 딸과 함께 했다. 드라마 ‘킹덤’과 영화 ‘미성년’에서 호연했던 김혜준이 첫째 선우로 분했으며 조이현은 높은 경쟁률의 오디션을 거쳐 둘째 현주로 발탁됐다. 성동일은 특수분장까지 감행하며 열연을 펼친 두 후배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저보다 나은 거 같아요. 참을성이나 인내심, 욕심, 환경이 다 다르죠. 연기자에 대한 생각이나 바람도 다를 거예요. 저는 30년 하니까 제작사나 투자사가 싫어하지 않는 배우가 되면 되겠다 싶고, 좋은 배우보다 좋은 가장이 되는 것이 1순위예요. 직업을 위해서 가족을 버릴 생각은 없어요. 잘 벌어서 함께 쓰는 게 목표고. 물론 일은 좋아해요. 반면 그 친구들은 지금 책임져야하는 것도 다르고 꿈도 저보다 훨씬 커요. 열심히 했어요. 특수 분장의 경우 4시간씩 걸려서 촬영장에도 4시간 먼저 가있어야 했어요. 뜯는 것도 면봉으로 조금씩 뜯어서 1시간 반은 걸려요. 촬영 내내 땀구멍이 없다고 봐야죠. 힘들어서 눈물이 글썽거릴 때도 있더라고요. 입을 크게 못 벌리니 밥도 잘 못 먹어요. 고통스러웠을 텐데 버티는 걸 보면서 좋은 배우의 조건을 갖췄구나 싶었어요. 열정이 좋았어요. 너무 고통스러우니까 앞으론 그런 역할 안하겠죠(웃음).” 

배우 성동일은 “누군가를 평가할 만큼 연기를 하지 못한다”며 항상 자신을 낮춘다. ‘배우’라는 것에 특별함이 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우는 그의 태도는 수많은 후배, 동료 배우, 스태프들이 따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자신보다 후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인터뷰 말미 그는 “‘변신’은 기존에 없던 오컬트 영화고 가족 모두가 주인공이다.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이 공포로 느껴지는 내용이니 같은 오컬트라도 완전히 다르다”며 영화를 추천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