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암전’ 서예지, 이질감 없이 넓혀온 연기 스펙트럼 
[인싸인터뷰] ‘암전’ 서예지, 이질감 없이 넓혀온 연기 스펙트럼 
  • 승인 2019.08.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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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서예지/사진=킹엔터테인먼트
배우 서예지/사진=킹엔터테인먼트

“시나리오가 너무 독특했어요. 공포영화인데 공포영화를 찍는 감독의 이야기라는 소재와 캐릭터가 신선했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감독님도 너무 신선한 거예요(웃음). 그래서 하게 됐어요. 생동감이 있는 신선함에 이끌렸어요.”

2017년 드라마 ‘구해줘’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장르물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하던 서예지가 그녀의 비주얼과 목소리 모두 완벽히 부합하는 장르와 캐릭터를 만났다. ‘암전’은 신인 감독이 상영 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한 기이한 사건을 그린 공포영화다.

서예지는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미정 역을 맡았다. 미정은 후배로부터 지나친 잔혹함으로 인해 상영이 금지된 영화에 대해 듣고 그 실체를 추적하는 인물이다. 평소 공포,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는 서예지는 공포영화 마니아이자 본인만의 확고한 생각을 지닌 김진원 감독을 믿고 공포 영화 주연에 도전했다.

공포영화를 찍는 감독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 속 미정은 실제 김진원 감독의 성향이 투영됐다. 서예지는 미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감독과 꾸준히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했다. 

“보통 감독님이 배우에게 궁금한 부분이 많을 텐데 반대로 제가 감독님께 궁금한 게 많아서 질문을 자주 했어요. 감독님은 공포영화를 보다가 지치면 고양이 영상을 보신다고 하더라고요. 미정이라는 캐릭터가 감독님을 투영한 게 많아서 감독님을 보면서 미정을 연기 했어요. 처음에 미정에 관해서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많았어요. 제가 이해를 하고 연기해야 관객도 이해를 할 것 같다고 감독님께 이야기를 드렸는데 ‘주변 사람들이 저를 이해 못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게 정답이고 그게 미정이라는 캐릭터구나 싶었어요. 이해가 안가는 생각을 지닌 사람도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접근하고 이어갔어요.”

서예지는 미정의 강박적인 성향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습관을 캐릭터에 부여했다. 인물의 심리 상태가 대사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외형부터 눈빛, 불안할 때 나오는 습관 등을 장면에 맞게 넣어 세밀하게 감정을 전달했다.

“원래 대본에는 손을 물어뜯는 설정은 없었는데 감독님이 제안하셨어요. 실제로 감독님이 그런 습관이 있어요(웃음). 그리고 다리를 떠는 부분은 제가 설정했어요. 미정은 감정적인 높낮이가 크지 않아서 습관, 버릇을 통해 심리를 보여주려고 설정을 더했어요. 안경의 경우는 제가 눈이 안 좋아서 제가 원래 쓰는 도수로 맞췄어요. 실제로 안경이 떨어지면 미간을 찌푸리고 그래요. 비주얼적인 부분은 감독님의 의견이 대부분 반영됐어요. 저는 예쁘게 나오길 바랐는데 옷도 안 갈아입어요(웃음). 감독님이 똑같은 옷을 다섯 벌씩 사서 입어요. 미정이 옷도 감독님 옷과 같아요. ‘암전’ 때문에 탈색도 열 번 했어요. 주근깨를 표현하기 위해서 메이크업도 아예 안했어요. 메이크업을 하고 주근깨를 그리면 유분 때문에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배우 서예지/사진=킹엔터테인먼트
배우 서예지/사진=킹엔터테인먼트

모든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한 서예지는 심지어 극 중 귀신 목소리까지 담당했다. 속삭이듯 울려 퍼지는 귀신 목소리는 영화의 긴장감을 한 층 높였다. 여기에는 미정의 욕망과 광기를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가 담겼다.

“감독님이 안부문자를 보내셨는데 보통 연락을 자주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하실 말씀 있냐고 물었더니 귀신 목소리를 해달라고 하셨어요. 단 번에 거절했죠(웃음). 제 역할도 아니고 귀신을 연기하신 분이 직접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감독님이 평소 생각이 깊으신 분이니 왜 그런 제안을 하셨는지 여쭤봤어요. 미정의 욕망이 결국 귀신과 닿아있다는 말을 하셔서 제안을 받아들였죠. 촬영 다 마치고 녹음을 또 하러 가게 된 거죠. 기계로 만진 게 아니라 직접 다양한 소리를 냈어요. 느리게도 하고 빠르게도 하고 목도 조르면서 소리도 내고 별 시도를 다하고 그 중 선택한 것들이에요.” 

서예지에게 ‘암전’의 의미를 묻자 “최선을 다한 작품이다. 30년 살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러본 적도 처음이고 안 해본 액션, 제스처, 감정들을 많이 도전했다”며 “그래서 ‘암전’은 저에게 애틋한 느낌이 있다”고 답했다. 시트콤으로 데뷔해 공포장르에 도전하기까지 이질감 없이 스펙트럼을 넓혀온 서예지는 앞으로도 새로운 장르, 색다른 캐릭터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소망보다는 새로운 작품에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해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주셨으면 해요. 저희는 평가를 받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좋은 평가를 받길 원하는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