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원래 그곳에 있던 사람처럼…시대를 담는 젊은 배우
[인싸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원래 그곳에 있던 사람처럼…시대를 담는 젊은 배우
  • 승인 2019.08.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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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준열/사진=(주)쇼박스
배우 류준열/사진=(주)쇼박스

“역사자료가 정말 얼마 없어요. 그분들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이름도 모르는 분들이에요. 정말 슬픈 게 숫자로 밖에 기억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저 몇 명이 참가했다고 기록되는 건 지금도 속상해요.”

‘더 킹’, ‘택시운전사’, ‘리틀 포레스트’, ‘독전’ 등 매작품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신뢰를 쌓고 있는 류준열. 시대를 담는 젊은 배우로서 그는 ‘봉오동 전투’가 지닌 의미를 되새겼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름 없는 영웅들을 스크린에 옮기는 과정은 고단하고 숭고했다.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그린 영화다. 류준열은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가 되어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임무를 위해 몸을 내던진다. 류준열은 지금은 쉽게 느낄 수 없는 나라를 빼앗긴 울분, 나라를 되찾기 위한 분투를 표현하기 위해 나라를 가족에 대입해 감정을 쌓아갔다.

“어느 배우는 자신을 지우고 캐릭터를 새로 입는 분도 있는데 저는 제 안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제 안에 있는 이장하의 작은 부분을 찾아서 상상으로 부풀리고 공감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역할에 관해 고민할 때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나라를 되찾는 것’은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니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어요.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나라를 잃은 건 어머니의 죽음과 같지 않겠냐고 했는데 감독님께서도 같은 생각이라며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어머니를 뺏겼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 쉬울 것 같아요. 그렇다면 되찾는 게 당연한 거니 나라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어요.”

비록 촬영이지만 실제로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은 실제 독립군의 고생을 떠올렸다. 류준열은 “동굴이나 막사 장면에서 문득 ‘독립군이 이런 곳에서 생활하고 버티고 있었겠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저희야 잠깐 고생해도 집에서 쉴 수 있는데 그 분들은 아니지 않나. 느낀 게 많다”고 말했다.

배우 류준열/사진=(주)쇼박스
배우 류준열/사진=(주)쇼박스

영화는 한국의 다양한 절경을 담아내 사실적이고 치열한 전투와 함께 탁 트인 전경을 맛볼 수 있다. 제주도와 강원도 등지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때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제작진은 실제 봉오동의 지형과 유사한 곳을 찾기 위해 로케이션에만 15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심지어 농민들이 밭을 일구고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촬영 4개월 전부터 만 평의 대지에 옥수수, 메밀, 수수, 호박, 보리 등을 심었다. 

“스태프를 보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가장 먼저 오고 늦게 퇴근해요. 그리고 이번 영화는 촬영을 위해 장비를 모두 짊어지고 산을 오르락내리락 했어요. 배우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저희가 도우려고 하면 배우가 다치면 촬영이 중단될 수 있으니 돕지 말라고 했어요. 마음이 무거운데 도와줄 수도 없어서 몰래 짐을 옮기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이 속상했어요.”

목숨을 담보로 봉오동 죽음의 골짜기까지 일본군을 유인하는 과정은 활자에서 이미 고단함이 느껴졌다. 시나리오를 받고 쉽지 않은 촬영이 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실제 촬영 과정은 상상 이상이었다.

“절벽 신이 제가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상상했던 절벽과 달랐어요. 실제로 거의 낭떠러지에 가까워서 와이어도 착용했어요. 다행히 와이어 액션을 무사히 마치고 박진감 있게 담긴 것 같아서 감사해요. 경사가 심해서 가만히 서있을 수가 없는 곳이었어요. 채석장이라 돌이 뾰족해서 바지도 다 찢어져서 몇 겹을 입었어요. 두세 번 내려가도 바지가 다 찢어져요. 그 외에도 우리끼리는 ‘반지 원정대’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드론으로 전경을 촬영했어요. 마치 CG같은데 실제 전경이에요.”

‘봉오동 전투’ 개봉에 앞서 공개된 스틸과 포스터에서 류준열은 마치 실제 독립군이 돌아온 것 같은 비주얼로 ‘국찢남(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 같은 수식어는 시대를 담고자 하는 그의 연기와도 맞물려있다. ‘봉오동 전투’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갖는 류준열은 또 다시 원래 그곳에 있던 사람처럼 돌아올 것이다.

“국사책을 찢고 나온 남자라는 말이 너무 좋았어요. 학창시절에 연기 공부할 때 배우고 추구하던 게 ‘원래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사람’이에요. 그동안 해온 연기나 앞으로 할 연기도 그런 부분을 중점에 두고 하고 싶은데 ‘국찢남’이라는 말은 그 이상의 극찬이라 너무 좋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