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우도환 “‘사자’, 넘어졌던 날 일으켜준 작품…연기 좋아했던 이유 깨닫게 해줘”
[인싸인터뷰] 우도환 “‘사자’, 넘어졌던 날 일으켜준 작품…연기 좋아했던 이유 깨닫게 해줘”
  • 승인 2019.08.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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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우도환/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우도환/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구해줘’, ‘매드 독’ 등 드라마를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우도환이 스크린 주연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격투기 챔피언 용후(박서준 분)가 구마 사제 안신부(안성기 분)를 만나 세상을 혼란에 빠뜨린 강력한 악(惡)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자’에서 우도환은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 지신 역을 맡았다. 

‘사자’에서 우도환은 국민배우 안성기, 대세배우 박서준과 함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밸런스를 조율했다. ‘라이징 스타’로 불리던 우도환은 ‘사자’를 통해 그를 비추던 스포트라이트 이후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은 게 작년 1월이었어요. 너무 어려웠어요. 어떻게 악을 숭배해야 하며 지하 제단은 또 어떤지도 모르겠고. 너무 어려워서 거절하려고 했어요. 그냥 거절의 뜻을 전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회사 대표님이 감독님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면 하게 될 거라고 했어요. 저는 만나면 단호하게 거절하려고 했어요. 그게 예의라 생각했어요. 제가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감독님을 만나니 대중에게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고 섹시한 악역을 만들어 가보자는 말을 하셨어요. 그리고 CG보다 사실적인 묘사로 만들자는 이야기도 하시고. 제가 용기만 낸다면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아서 감독님을 믿었어요. 덕분에 지금의 지신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우도환이 연기한 지신은 클럽을 운영하는 사장이자 악을 퍼뜨리는 검은 주교다. 겉으로는 친절하며 살가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며 지하 제단에서는 악을 숭배한다. 차가운 듯 부드러운 미소와 그 안에 담긴 악의는 ‘섹시한 빌런’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에 관해서 감독님이 뱀파이어 이야기도 하셨어요. 지금보다 피부 톤이 밝은 설정도 있었어요. 머리를 올리는 것도 처음이에요. 악역이지만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신의 등장 신에 대해 감독님과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장면도 많이 바꿔봤는데 처음에 클럽에 등장할 때 부하들에게 따뜻하게 인사하고 안부 묻는 부분에 관해 말씀 드렸어요. 유한 성격의 클럽 사장이 지하로 내려가면 악을 숭배하고 있다는 그런 차이를 주고 싶었어요.”

제단에서 주술을 거는 장면은 다른 배우들의 도움 없이 온전히 홀로 극을 끌고 가는 장면이었다.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아 단독으로 책임져야 하는 장면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오랜 고민과 준비 끝에 이전에 없던 언어와 의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주술 하는 장면은 처음에는 라틴어로 하려고 했다가 한 달 뒤에 없는 말을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해보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집에 막연하게 제단처럼 향초도 준비해서 연습해봤어요. 무의식적으로 손도 움직여봤어요. 혹시나 특정 대상을 따라하게 될 수도 있어서 일부러 다른 자료는 보지 않았어요. 녹음기를 켜놓고 아무 말이나 하다보니까 감정이 잘나오는 발음들을 찾게 됐고 이를 큰 틀로 잡아 단어들을 정하면서 만들었어요.”

오컬트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인 만큼 우도환은 7시간 동안 특수 분장을 받고 후반부 액션을 소화했다. 지신을 상대하는 용후 역의 박서준은 손에서 나는 불을 표현하기 위해 LED를 장착하고 합을 맞췄다. 새로운 시도들이 많아서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만큼 이전에 볼 수 없던 비주얼의 액션 신이 탄생했다.

“처음 볼 때 진짜 괴물 같았어요(웃음). 매일 보는 제 모습도 아니고 입 안도 검은 색에 손도 더 커졌죠. 카메라에 어떻게 담길지 기대가 컸어요. 테스트 촬영 때도 파충류 같은 느낌이 재밌게 다가왔어요. 저도 스태프도 처음이고 감독님도 처음 찍는 거라 모두가 재밌었던 거 같아요.”

배우 우도환/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우도환/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단기간에 드라마, 영화에 두각을 보이며 라이징 스타로 불리는 우도환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없이 떨어졌던 오디션들이 있다. 2011년 단역으로 데뷔한 그는 4~5년 동안 100번에 가까운 오디션을 보며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

“부모님께서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일이 없어도 가만히 지켜봐주셨던 게 가장 큰 힘이었던 거 같아요. 20대 초반에는 저를 억압하면서 혹독하게 살았어요. 그게 답이라고 생각한 거 같아요. 남들이 놀 때 놀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항상 체중을 유지해써요. 무언가 하고 있다는 느낌을 위해서였던 거 같아요. 오디션을 볼 때도 대사가 열 줄도 안 되지만 전사들을 만들었어요. 그렇게라도 안하면 아무것도 안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았어요. 언제 오디션 기회가 올지 몰라서 365일 베스트 컨디션을 만들려고 몇 년은 그랬어요. 심지어 해외여행도 가본 적 없어요. ‘마스터’ 때 처음으로 여권을 만들었어요(웃음). 선배님들 행보를 보면 그런 기다림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이왕이면 잘 기다리고 항상 일하는 중이라는 생각을 각인 시키고 있었던 거 같아요.”

혹독했던 20대 초반을 지나 어느덧 드라마에서 두각을 보이던 시작했던 우도환은 대중의 평과 인기를 의식하며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다. 그때 만난 ‘사자’는 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자 처음 연기 자체를 좋아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어 준 작품이 됐다.

“‘사자’는 애틋하고 고마운 작품이에요. 드라마를 하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쳤었어요. 힘든 20대 초반을 보내고 스포트라이트를 갑자기 받으면서 이걸 놓치지 싫은 상황이 왔었어요. 돌아볼 시간 없이 작품을 연달아서 하니까 주변에 누가 내 편인지도 모르는 상황이 있었어요. 그때 ‘사자’를 찍으면서 내가 연기를 좋아했던 이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다시 느끼게 됐어요. ‘사자’는 넘어졌던 저를 다시 엉덩이 두드리며 일으켜준 작품이에요. ‘사자’ 이후 작품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와 닿고 있어요. 스태프와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도 전해주고 싶고요. 안성기 선배님께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영향을 받은 거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