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말싸미’ 송강호·박해일 그리고 故 전미선, 한글 창제 위해 모인 진심 (종합)
‘나랏말싸미’ 송강호·박해일 그리고 故 전미선, 한글 창제 위해 모인 진심 (종합)
  • 승인 2019.07.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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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현 감독, 배우 송강호, 박해일/사진=김혜진 기자
조철현 감독, 배우 송강호, 박해일/사진=김혜진 기자

 

‘나랏말싸미’이 한글 창제의 벅찬 순간과 그 안에 담긴 세종의 고뇌를 담아냈다.

15일 오후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조철현 감독과 배우 송강호, 박해일이 참석했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영화사 두둥의 오승현 대표는 최근 세상을 떠난 전미선 배우에 관해 “전미선 님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 영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애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개봉을 늦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고인의 가족과 했다. 하지만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영화를 통해 좋은 모습을 기억하는 것도 옳다고 생각해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영화 홍보 일정은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오승현 대표는 “진실이 왜곡될까봐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며 거듭 전미선 배우를 향한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한 원작과 관련된 출판사와의 소송에 관해서도 “최근 저작권 소송에 휘말렸다. 영화 개봉하면 모두가 아시겠지만 순수 창작물임을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오히려 그쪽과 합의를 하지 않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판사 나녹 측은 지난 2014년 자신들이 발간한 도서 ‘훈민정음의 길-혜각존자 신미평전’을 각색해서 만든 영화 ‘나랏말싸미’가 이 저작물에 대한 독점 출판권 및 영화화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출판사 동의 없이 영화화했다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출판사 측은 합의 의사를 밝혔지만, 제작사 측이 “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해 합의는 무산됐다.

조철현 감독은 억불정책을 왕성하게 펼쳤던 세종대왕이 신미 스님에게 ‘우국이세 혜각존자’(나라를 위하고 세상을 이롭게 한, 지혜를 깨우쳐 반열에 오른 분)라는 법호를 내렸다는 기록과 훈민정음과 불경을 기록한 문자인 범어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영화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왕과 낮은 곳에 있는 스님과의 관계와 세종의 고뇌를 통해 한글이 창제되기까지 힘을 모았던 이들의 진심을 담았다.

조철현 감독은 “신미 스님에 관해서는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다. 책자와 자료, 행적을 찾아서 탐방도 했다. 계기가 된 것은 대장경 테마파크가 있다. 어느 전시에서 대장경이 인도 티베트를 거쳐 고려, 일본까지 전파되는 과정을 아시아 지도에 표시를 해놓은 것을 봤다.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대장경 로드이면서 표음문자의 로드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화를 연출한 계기에 관해서 언급했다.

이어 감독은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님의 ‘’한글의 발명‘이라는 책에 아시아의 표음문자는 스님들이 만들었다고 나와 있다. 산스크리트어의 요소가 한글을 만드는데 있어 어떻게 활용되었을 지에 관해 참고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세종대왕 역을 맡은 송강호는 “세종대왕님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성군이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성군의 모습이 우리가 봐 온 모습도 있지만 스스로 머리와 마음에 ‘세종대왕은 이럴 것이다’라는 것도 있을 거다”며 “저는 배우로서 새롭고 창의적인 파괴를 통해 표현하는 것에 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위대한 업적인 우리 말을 만든 걸 다루는데 지금까지 만드는 과정과 세종대왕의 고뇌, 군주로서의 외로움에 초점을 맞춘 건 우리 영화의 특별함인 것 같다. 연기도 그쪽으로 주안점을 뒀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언급했다.

또한 송강호는 ‘사도’에 이어 왕을 연기하는 것에 관해서 “‘사도’에서는 영조를 연기했다. 우리가 만들어온 이미지가 분명 있을 거다. 많은 드라마, 영화, 매체를 통해서 차곡차곡 쌓인 것들이다. 그걸 깨고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 배우의 기본적인 의무라 생각한다. 물론 설득력을 갖춰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세종 앞에서도 당당하게 소신을 지키는 신미 스님 역을 맡은 박해일은 “신미 스님은 감독님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실존인물이었다. 이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면 많은 관객 분들이 궁금해 할 캐릭터라 생각했다. 배우로서는 스님답게 촬영 전부터 준비할 것들이 있었다. 다른 점은 문자에 능통했기 때문에 산스크리트어를 배우면서 집중도 있게 찍었다”고 밝혔다.

박해일은 “세종대왕은 애민정신을 발휘하고 계셨고 거기에 한글 창제가 주효했다. 신미 스님도 문자에 대한 목적이 있었을 거다. 신미 스님은 자존심이 강하고 진리에 의지한 캐릭터다. 독자적인 문자에 관해서 말하자면 세종대왕은 총감독이라면 신미 스님은 디자이너나 편집의 역할을 맡았기에 그런 태도를 취한 것 같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조철현 감독은 ‘나랏말싸미’의 실제 고증과 영화적 상상력에 관해 “33년 동안 영화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은 사극에 참여하게 됐다. 그러면서 역사 공부도 했다. 배운 게 있다면 아무리 많은 자료를 섭력하고 공부해도 역사적 사실에 대한 판단은 늘 열린 마음이어야 한다는 거다”라며 “이 영화에도 창제설 중 하나를 참고해 만들었다는 문장을 넣었다. 누구도 역사적 사실의 판단에 있어서는 겸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영화는 한글을 창제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씨줄로 하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을 날줄로 한 영화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저도 이제 헷갈린다.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 시나리오를 구축할 때는 상상력의 영역, 팩트의 영역을 나누지만 찍어가는 과정에서는 이를 넘어서 진실이라고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지금은 그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감독은 “준비과정에서 시간 순서나 인물 설정은 조금 달라졌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나랏말싸미’는 최근 세상을 떠난 전미선의 유작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전미선은 소헌왕후를 연기했으며 공교롭게도 영화는 소헌왕후의 천도재 장면이 나온다. 이날 조철현 감독은 해당 장면을 회상하던 중 “힘듭니다”라며 눈물을 삼켰다.

한편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