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기방도령’ 정소민 “울림 있는 작품 할 때 시너지 생겨”
[인싸인터뷰] ‘기방도령’ 정소민 “울림 있는 작품 할 때 시너지 생겨”
  • 승인 2019.07.05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정소민/사진=판씨네마
배우 정소민/사진=판씨네마

정소민이 데뷔 이래 첫 사극에 도전했다. 한복과 착 달라붙는 단아한 미소를 지닌 그녀는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늦게 만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소민의 첫 사극 ‘기방도령’은 불경기 조선,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어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소민은 단아한 이미지와는 다른 당찬 성격의 해원 역을 맡아 이준호와 함께 로맨스를 형성한다.

“시나리오의 다음 장이 궁금해지고 저에게 울림이 있으면 장르를 떠나서 선택해요. ‘기방도령’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비행기에 가지고 갔는데 너무 피곤한 상태였는데도 계속 보게 됐어요. 자야하는 걸 알면서도 계속 보는 만화책 같았어요. 끊을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하기로 결심했던 거 같아요. 그런 대본 만나기 쉽지 않은데 안 할 이유가 없었죠.”

데뷔 초부터 사극에 욕심이 있었지만 마땅한 작품을 만나지 못한 정소민은 데뷔 9년 만에 첫 사극을 만났다. 만화책을 읽듯 빠르게 작품에 빠져든 그녀는 바라던 작품을 만나 기쁨이 컸다. 오랜 기간 한국무용을 해서 한복이 평상복처럼 편하다는 그는 정통 사극이 아닌 만큼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정통 사극이 아니어서 부담이 덜 한 건 확실히 있었어요. 처음 리딩할 때 말투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방금 리딩한 것처럼 편하게 하면 된다고 했어요. 사극 말투라는 틀에 갇히면 다른 부분을 잃을 수 있고 장르도 자유로운 분위기라 고민 안 해도 된다고 해주셔서 짐을 덜었어요. 그 말을 듣고부터는 말투보다는 해원의 캐릭터에 집중했어요.”

영화는 조선 시대 첫 남자 기생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 시대 만연했던 계급의 차별과 남존여비사상 등을 풍자한다. 해원 캐릭터는 신분에 얽매이지 않는 진취적인 모습으로 허색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허색은 수많은 여자들에 둘러싸여 자란 캐릭터인데 해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어머니와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지만 신분을 구분 짓지 않는 성품을 보고 매력을 느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런 해원의 포인트가 매력적이었어요. 시대 여성답지 않은 자아를 지닌 올곧은 성품이 멋있다고 생각해요.”

해원의 성품에 매력을 느끼고 캐릭터를 체화하는 과정에서 정소민은 해원과의 공통점을 찾으며 캐릭터와 가까워졌다.

“부모님이 안 계신 상황에서 오빠를 챙겨야 하고 죄책감이 있어요. 시작점은 다르지만 저도 장녀라서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지 않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저도 좀 더 신나게 연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비슷해요.”

2015년 정소민은 ‘스물’을 통해 이준호와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동료 배우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두 사람은 ‘기방도령’에서 더욱 진한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낸다.

“‘스물’에서는 단둘이 호흡을 맞출 기회가 없어서 아쉽더라고요. ‘스물’ 이후에 서로 새작품 들어가면 응원하고 종종 연락을 주고 받았어요. 이번에 준호 씨가 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든든하더라고요. 작품을 같이 한 배우이자 동갑친구니까. ‘스물’ 때도 현장이 너무 좋았어요. 좋은 기억이 있어서 더 든든하고 기대가 됐죠. 생각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고 너무 잘하더라고요. 영화보고 더 고맙더라고요. 누구보다 궁금할 텐데 어쩌다보니 가장 늦게 보게 됐어요. 훈련소 들어가기 전에도 미안한 일이 아닌데 미안하고 잘 부탁한다면서 입대했어요.” 

배우 정소민/사진=판씨네마
배우 정소민/사진=판씨네마

어려보이는 외모와 순한 이미지로 그동안 선한 역을 주로 맡아왔던 정소민은 인터뷰 중 거친 악역과 액션에 대한 욕심도 드러냈다. ‘골든 슬럼버’에서 반전을 선사하며 액션연기를 펼쳤던 정소민은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의 재미를 느꼈다.

“‘골든 슬럼버’에서 카메오로 악역을 해보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센 캐릭터고 액션도 있었는데 나중에 긴 호흡으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들었어요. 당시 두 달동안 액션 스쿨에 다녔어요. 동원 선배가 워낙 키가 크셔서 저만한 여자가 큰 체구의 남자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로 바꿔서 훈련했죠. 주짓수 삼각조르기는 호신술로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익혔어요. 동원 선배님 대역 분이 계시는데 본 촬영 때는 풀 파워로 해도 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했는데 실핏줄이 터지고 기절할 뻔했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죄송했는데 한 편으론 기술이 제대로 들어갔다는 희열도 있었어요(웃음).”

2010년 드라마 ‘나쁜 남자’로 데뷔한 정소민은 어느덧 20대를 연기로 채우고 30대를 맞이했다. 데뷔 초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자신과 다른 캐릭터를 찾아 도전했던 그녀는 “점점 어떤 배우가 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고민은 사람에 대한 탐구와 작품에 대한 애정이 더해지며 결국 좋은 배우를 향한 고민이 되고 있다.

“데뷔 초반에는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저와 거리가 먼 캐릭터를 선택하는 시도를 했는데 지금은 그게 최우선은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은 시나리오를 읽을 때 나에게 울림이 있고 정말 재밌는 작품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나갈 때 시너지도 더 있고요. 글에 애정이 가는 것부터가 어떻게 보면 출발선이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떤 캐릭터를 해도 분명 배우는 게 있어요. 지금은 캐릭터보다는 작품 전체를 더 보게 되는 것 같아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