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기방도령’ 최귀화 “연기 부담에 잠 못 이뤄…슬기롭게 이겨내고 싶다”
[인싸인터뷰] ‘기방도령’ 최귀화 “연기 부담에 잠 못 이뤄…슬기롭게 이겨내고 싶다”
  • 승인 2019.07.0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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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귀화/사진=판씨네마
배우 최귀화/사진=판씨네마

“제가 출연한 작품을 처음 볼 때 재밌게 본 적이 없어요. 긴장되고 첫 공개라는 부담도 있고. 그런데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볼 때 놀라울 정도로 부담 없이 보게 됐어요. 저도 모르게 제가 나오는 장면에서 크게 웃어서 민망했던 상황도 있습니다(웃음).”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던 최귀화가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 이어 ‘기방도령’으로 스크린의 중심에 섰다. ‘기방도령’은 불경기 조선,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이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어 벌이는 신박한 코믹 사극. 최귀화는 허색과 기방결의를 맺는 괴짜 도인 육갑 역으로 분해 시종일관 웃음을 터트린다.

“이렇게까지 웃음을 줘야하는 역할은 처음이에요. 사실 굉장히 부담을 많이 갖고 있었고요. 다행인 건 공연을 하면서 코미디 작품을 많이 했어요. 다년간 경험하면서 코미디에 관해서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실패하는지 판단 기준은 갖게 된 것 같아요.”

최귀화가 연기한 육갑은 첫 등장부터 나체로 등장하며 파격적인 헤어스타일로 웃음을 자아낸다. 러닝 타임 내내 강력한 웃음을 담당하지만 스토리 안에 웃음을 녹여내지 못한다며 1차원적인 단발성 웃음밖에 되지 않는다. 최귀화는 “진정성이 있어야 그 안에서 관객이 즐거움을 느낀다”며 캐릭터와 상황의 개연성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원래 대본에는 육갑이 고려 왕족 출신이라는 전사가 없었어요. 대본에는 그냥 웃기기만 하는 인물이어서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며 전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죠. 고려가 망하고 긴 시간 숨어 지내던 후예, 산속에서 살다가 우연히 허색을 만나며 세상에 나온 거예요. 그래서 단순한 도인이 아니라 자존심도 있고 다른 이들을 낮게 볼 수도 있는 상황에 더해진 거죠. 덕분에 허색과 육갑의 팽팽함이 만들어 진 것 같습니다.”

육갑의 웃음에는 허색과의 코믹 케미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최귀화는 영화에서 이준호와 가장 많은 호흡을 나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코믹 연기와 주연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는 촬영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제가 갑자기 예고 없이 사투리를 쓰는 상황이 있어서 당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제 에너지를 받아 소화시키면서 또 다른 에너지를 주더라고요. 그래서 ‘이 배우 보통 아니구나’ 싶었죠(웃음). 처음에 이준호 배우 캐스팅에 관해 걱정이 있었어요. 영화는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현장을 어떻게 이끄는지도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에요. 그런 부분에 있어 나이가 어린데 모두를 아우를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그건 기우였어요. 너무 잘하더라고요.”

배우 최귀화/사진=판씨네마
배우 최귀화/사진=판씨네마

1997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최귀화는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거쳐 주연의 자리에 올랐다. 생계 부담으로 연기를 즐기지 못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조금씩 성장하며 본인만의 영역을 구축했다.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시켜준 ‘택시운전사’를 꼽은 그는 “일상적인 삶을 그리며 감동을 주는 작품을 하고 싶다”며 앞으로의 바람을 털어놨다.

“사실 저는 휴먼극을 좋아해요. 대본을 받을 때 끌리는 건 휴먼드라마예요. 사람 냄새도 나고 일상적인 삶을 그리며 진한 감동을 주는 내용. 그런데 그런 작품은 투자가 잘 안돼요. 좀 안타깝죠. 그런 갈증을 해소하려고 작년에 ‘드라마 스테이지 - 진추하가 돌아왔다’라는 tvN 단막극을 했어요. 영화에서도 그런 작품이 있으면 도전해보고 싶어요.”

‘곡성’, ‘부산행’, ‘더 킹’, ‘택시운전사’, ‘범죄도시’ 등 최귀화의 필모그래피에는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다양한 작품이 있다. 비중이 많아지고 기대가 높아질수록 부담감을 느낀다는 최귀화는 최근 고민을 슬기롭게 해소할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사실 요즘 고민이 많아요. 너무나 운이 좋게 잘된 작품이 많은데 연기에 있어서 부담이 많아졌어요. 더 잘하고 싶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잠도 잘 못자요. 시사회도 거의 못자고 갔어요. 갈수록 더 할 것 같아요. 이 부담을 어떻게 슬기롭게 이겨내야 할지. 외롭기도 하고 이런 이야기를 나눌 동료도 없고. 그래서 요즘 그런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기방도령’에 이어 드라마 ‘달리는 조사관’에 출연하는 최귀화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독립영화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소속사에도 나름 힘이 있는 배우가 되면 독립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고 전달했어요. 미비하지만 나름 알려진 최귀화가 힘을 보태서 영화가 빛을 보고 감독이 잘 되서 나중에 다시 절 찾아주면 좋은 방향이 될 것 같아요. 독립영화 마음껏 봤습니다. 소속사와 이야기해야겠지만 출연료도 안주셔도 됩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