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비스트’ 유재명 “배우의 운명, 어떻게든 공감하고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것”
[인싸인터뷰] ‘비스트’ 유재명 “배우의 운명, 어떻게든 공감하고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것”
  • 승인 2019.06.2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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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유재명/사진=NEW
배우 유재명/사진=NEW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비밀의 숲’, ‘자백’, 영화 ‘명당’, ‘악인전’ 등을 통해 신뢰를 쌓은 유재명이 ‘비스트’로 영화 첫 주연에 나섰다. ‘비스트’는 이성민, 유재명 등 연기력으로는 이견이 없는 배우들의 격돌을 예고하며 기대를 모았다. 

인터뷰 현장에서 유재명은 노트와 펜을 꺼내며 취재진을 맞이했다. “생각을 잘 정리해서 말하고 싶다”는 유재명의 태도에서 작품을 대하는 존중과 신중함이 느껴졌다. 

“긴장도 되고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었어요(웃음). 의도했던 것들이 잘 정리됐을까 싶었는데 좋았어요. ‘이 장면이 이렇게 나오는 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고. 아무래도 저희 영화가 이야기 구조를 차분하게 가는 게 아니라 밀어붙이는 형태라서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죠.”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이성민 분)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다. 유재명이 맡은 민태는 한수에게 경쟁심과 열등감을 지닌 인물로 사건을 접근하는 방식부터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모든 것에서 충돌한다.

“민태라는 캐릭터에 있어서 감독님이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과 저라는 배우를 만나면서 고민한 부분에 있어 공통점이 있었어요. 태생적인 성격의 결함, 왜 한수를 미워하는지 보면 그냥 싫은 거죠(웃음). 일상에서도 그냥 싫을 때가 있잖아요. 민태와 한수의 전사를 이야기하면 민태는 감사과 출신이고 좌천성 인사로 한수와 함께 일하게 됐어요. 그리고 서로의 방법은 틀렸다고 생각하며 평행선을 걷게 되는 두 사람이죠. 한수는 인간적이고 불타는 성격이라면 민태는 교감하지 않고 고립적인 태도를 취해요. 그런 두 사람의 전사와 동기를 장면을 넣어 설명하기 보다는 눈빛과 태도, 호흡에서 드러나길 바랐어요.”

영화에서 한 줄의 대사로 표현됐지만 두 사람은 한 때 파트너였다. 감독은 두 사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과거에 집중하기 보다는 현재 두 사람의 태도와 말투 등을 통해 전사가 느껴지길 바랐다. 유재명은 민태의 눈빛, 대사 등 모든 것을 세밀하게 설정하고 표현하며 관객에게 캐릭터를 전달했다.

“민태의 모습을 잘 보면 누군가 대화할 때 대화를 나누는 것 같으면서 아니에요. 그냥 듣고 흘리고 자신의 생각에 빠지죠. 말의 뉘앙스도 애매해요. 그런 인물의 태도가 연기에 있어서 주안점이었어요. 이후에 민태도 한수 못지않은 뜨거운 욕망을 보여주는 접근이 중요했어요. 고민도 많았고요. 민태는 스스로 합리적인 인물이라 생각해요. 한수와는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닮은 그런 인간의 본성을 말하고 싶었어요.”

배우 유재명/사진=NEW
배우 유재명/사진=NEW

영화에서 각 캐릭터는 후반부로 갈수록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다. 선택의 기로에서 그들의 행동은 보편적인 정서와는 어긋나있기도 하다. 캐릭터에 공감하고 표현해야하는 배우로서 유재명은 이를 ‘운명’이라 표현했다. 배우에게 캐릭터는 어떻게든 공감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캐릭터에) 공감이 안 되면 고민을 하죠. 무조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태에 빠지려고 했어요. 우리 영화는 왜 저 인물이 저렇게 집착하고 무엇을 위해서 저런 선택을 하는지 설명하지 않아요. 그 구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운명 같아요. 이를 거부하는 순간 작품을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런 고민은 감독님께서 많이 하셨을 테니 저는 그 인물로 살 수밖에 없었어요.” 

영화는 캐릭터들의 마음속에 있는 괴물을 깨우는 동시에 관객에게 누가 진짜 괴물인지, 우리 안에 숨어있는 괴물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묻는다. 

“본성에 대한 이야기 같아요. 민태가 한수에게 진심으로 범인을 같이 잡자고 하고 공조했다면 우리 영화는 자주 볼 수 있는 범죄액션물이 됐을 거예요. 하지만 ‘비스트’는 형사의 애환을 다루는 게 아니에요. 정의를 지킨다는 명분아래 악다구니를 쓰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가 짐승의 모습 같아요.”

‘비스트’는 범인을 쫓는 서스펜스보다 두 인물의 대립과 충돌에서 오는 긴장감이 주를 이룬다. 때문에 이정호 감독은 캐릭터의 감정을 열어두고 배우에게 다양한 시도를 요구했다.

“지독한 부분도 많고 소년 같은 모습도 있어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엄청 열려있는 분이세요. 배우의 선택을 존중하고 의지하기도 하는 다양한 모습이 있어요.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어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런 작업이 재밌었어요. 현장에서 정답이 없었어요. ‘오케이’ 사인이 나도 다른 관점으로 또 찍어보고. 스태프는 힘들 수 있는데 적확한 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분이신 거 같아요.”

극단으로 시작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무대에 오르고 어느덧 영화만 40편이 넘게 출연했다. 첫 주연작으로서 어느 때보다 큰 기대와 부담을 안고 있을 유재명에게 관객에게 듣고 싶은 말을 묻자 “이런저런 기대는 당연히 있는데 관객의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 허무한 바람이다. 다만 생각할 거리를 가져갈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좋은 평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요행을 바라지 않고 작품에 최선을 다하는 것.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극의 중심에 서기까지 유재명이 지닌 마음이다.

“저희 영화가 자리를 잘 잡았으면 좋겠고 다음 작품도 요행 바라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노력해서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감을 발동시키고 싶어요. 그 다음 작품에서도 마찬가지고요. 관점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그동안 목표였는데 요즘은 나만의 관점, 스타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도 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