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아임 쏘리’ 더 필름, 사랑에 다친 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처방전
[SS인터뷰] ‘아임 쏘리’ 더 필름, 사랑에 다친 이들을 위한 아름다운 처방전
  • 승인 2010.04.27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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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필름 ⓒ SSTV

[SSTV l 최정주 기자] 수백 번을 생각하다… ‘그’를 이렇게 표현하기로 했다.

‘사랑’이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해내는데 더 없이 탁월한 글쟁이, 더 필름(The Film·황경석).

이별에 관한 그의 음악은 고막 끝에 그렁그렁 맺혀 떨어질 줄 모르는 눈물처럼 슬프고 슬프며, 설레임을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는 세상 그 어떤 사탕보다 달콤하고 또 달콤했다.

그래서 기자는 ‘사랑에 다친 이들’을 마주할 때면, 늘 일종의 ‘치료제’처럼 그의 음악을 추천하곤 했었다.

이는 그의 노래가 ‘마치 도둑 같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사랑’이란 녀석이 찾아왔던 혹은 떠나갔던 그 날의 기억을 몰래 보고 훔쳐가 멜로디로, 너무나도 정제된 가사로 풀어내는 그런 도둑 말이다.

자신의 이름 ‘더 필름’처럼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사실적이고 세세한 감정 묘사는 영화 ‘이터널 썬샤인(Eternal Sunshine)’ 속 조엘처럼, 사랑했던 기억 저편으로 리스너를 떨겨버리고는 엉엉 울고 있는 그녀를 포근히 감싸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런 더 필름이 3개월 만에 돌아왔다.

지난 1월, ‘두근두근’으로 시린 첫 사랑의 설레임을 들춰내던 그는 새 봄, ‘헤어짐’에 관한 가장 아린 정서를 들려주고 있다.

단, ‘더 필름’답게…. ‘네가 그립다’는 흔한 이별의 후담 대신, ‘기억나지 않는다. 잊어버려서 미안하다’라며.

   
더 필름 ⓒ SSTV

§ ‘아임 쏘리(I'm sorry)’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 거라고 수만번 외치고 다짐해도 잘 안돼. I'm sorry. 그런데 내 기억이 널 묻은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제자리. 널 사랑했던 기억마저 점점 사라져. 그래서 난 더 아파.」(가사 中)

새 노래 ‘아임 쏘리(I'm sorry)’는 퇴색돼버린 옛 사랑에 덧칠을 하고 싶지만, 어느덧 세월에 빛이 바랜 기억이 스케치마저 흐릿해졌음을 깨달아버린 한 남자의 아픈 독백을 담고 있다.

“10년 전에 쓴 곡이에요. ‘한번만’이란 제목에 후렴구가 마음에 들어 아껴두던 곡인데, 최근 한 2개월 사이에 가사를 붙이게 됐죠. 참 신기한 게요…어떤 가사나 멜로디 모두 주인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잠시 후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10년을 기다렸나보다”고 말을 잇는 그의 목소리에 왠지 모를 진솔함이 묻어나 이를 놓치지 않았다.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을까.

“그 때는 추상적이었다면, 지금은 말 하고픈 상대가 있었던 거죠. 저는 음악을 할 때, 누군가에 대한 주제가 커지는 편이에요. 지금껏 제가 발표했던 모든 곡들은 거의 90% 이상이 제 얘기인걸요.”

더 필름은 ‘도둑’이 아니라 ‘바보’였다. 사랑에 대한 자신의 잔상을 보다 주저 없이 음악에 녹여내는 아름다운 바보 말이다.

자신의 경험담를 직접 만든 멜로디에 얹어 누군가의 이야기인 듯 편안하게 들려주는 사람.

‘싱어송라이터, 더 필름’ 분명 그는 자신이 낳은 감정들을 무책임하게 다른 목소리에 맡겨두고 후다닥 도망가는 여느 작곡가와 분명한 차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음악이 그토록 달콤하고, 또 슬프게 느껴졌던 이유…. 모두 이 때문이었다.

   
더 필름 ⓒ SSTV

§ 데니안이 아닌 곡을 상상할 수 없다

색다른 점은 더 필름이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랩이 가미된 노래를 선보였다는 거다.

때문에 랩이란 장르가 흔히 알고 있듯 ‘서정성’을 헤친다고 생각했던 팬들의 염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반전’. 더필름은 “(곡이) 마술같이 잘 나왔다”며 흡족함을 표했고, 그 공은 생애 처음으로 시도한 랩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데니안에게 돌렸다.

“가사 중 ‘미안해’라는 내레이션이 있는데, 읊조리다 바로 ‘데니안’이 떠올랐어요. god 당시의 느낌이 겹쳐진 거죠. 물론 랩발라드가 처음이기 때문에 녹음 직전까지도 걱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웬 걸? 정말 마술처럼 묘한 조화가 이뤄진 거예요. 마치 마술처럼!"

더 필름은 ‘가수’이기 전에 ‘프로듀서’로서 데니안의 감성적인 랩을 가히 최고로 평가했다.

“이게 바로 ‘10년차 아이돌의 힘’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어요. 느끼하거나 오글거리는 노랫말도 그의 목소리를 통하는 순간, 진실되게 바꿔버렸죠. 정말이지 이 곡을 살려낸 친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데니가 최고가 되어 줬으니, 저 역시 최고의 곡을 얻을 수 있었죠.”

§ ‘더 필름스럽다’는 것.

기계음만 가득한 멜로디, 기교를 남발하는 창법의 최근 가요 트렌드는 늘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반면 옛스럽고 소박한 느낌이 조금은 촌스러운 ‘더 필름표 음악’은 늘 휴식 같아 좋았다.

“친구같고, 위로가 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소박하지만 누군가의 의미 있는 순간에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는 음악 말이죠.”

지난해 겨울에 출간된 그의 저서 ‘사랑에 다친 사람들에 대한 충고’에서도 이런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애정 행각에 대한 고해성사’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을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사랑에 바보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좋습니다. 어쨌든 좋습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어쨌든 이 책을 보며 옛 기억에 젖은 사람들은 바보들일테지요.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며 한 장면이라도 저와 같은 추억을 떠올린 사람들도 바보들일테지요. 나도, 우리도 바보들일테지요.」(에필로그 발췌)

절감하는 부분은 세상 그 누구도 ‘똑똑한 사랑’을 꿈꾸는 이들은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누군가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사랑은 지독히도 지고지순한 ‘바보같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사랑이 지닌 가장 순수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더 필름은 자신의 음악세계로 리스너들을 끊임없이 초대해 내보일 것이다.

비도 바람도 불지 않는, 마음 속 가장 소중한 곳에 담고 싶었던 한 사람. 그리고 늘 그 사람의 배경 뒤로 ‘사소함’이란 이름으로 흐르던 ‘영화 같은 음악’ 더 필름.

바로 지금, 더 필름의 목소리가 ‘세상 가장 바보 같은’ 당신의 마음을… 울려버린 이유다.

[영상 황예린 PD·사진 이새롬 기자]

[스포츠서울TV 새이름 SSTV|www.newsinside.kr, 장소 협찬 야오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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