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범 전 코치, 심석희 성폭력의 핵심 증거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메모?
조재범 전 코치, 심석희 성폭력의 핵심 증거는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메모?
  • 승인 2019.06.0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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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쇼트트랙 선수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가 불구속 기소된 가운데 경찰이 증거로 제시한 심석희 선수의 메모 내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박현주 부장검사)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 치상) 등의 혐의로 조 전 코치를 불구속 기소했다. 

사정 당국과 빙상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심 선수의 고소장을 접수한 지 50여일 만에 이 같은 결과를 내놓기까지 수사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성범죄 특성상 확실한 물증이 나오기 어려운 데다 조 전 코치가 심 선수의 피해 진술을 두고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심 선수는 4차례에 걸친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이때 경찰에 자신이 기록해놓은 메모를 제출했다. 이 메모는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식으로 심 선수가 피해를 봤을 당시 심정을 자신만이 알 수 있도록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모두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 메모 내용을 통해 조 전 코치의 범행이 수차례 반복된 것으로 판단했다.

아울러 빙상연맹의 경기 일정표 등과 비교해 메모에 적힌 조 전 코치의 범행일시와 장소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 조 전 코치가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태릉·진천 선수촌과 한체대 빙상장 등 7곳에서 심 선수에게 범행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심 선수의 메모는 2000페이지 가량 되는 방대한 수사기록에서도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선수는 자신의 메모를 참고해 경찰 조사에서도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고 경찰은 조 전 코치의 진술보다 심 선수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조 전 코치는 2차례에 걸친 피의자 조사에서 구체적인 반박 없이 "성폭행은 없었다"는 주장만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조 전 코치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조 전 코치가 자신의 범행과 관련한 대화를 심 선수와 나눈 정황을 확인한 경찰은 조 전 코치의 혐의 입증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인 만큼 피해자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피해자 진술, 복원된 대화 내용 등 여러 증거가 조 전 코치가 성폭행했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어 혐의 입증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심 선수는 조 전 코치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고소장을 지난해 12월 중순 경찰에 제출했다.   

[뉴스인사이드 이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