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골, 박지성 '또 다시 진화하다'
시즌 첫 골, 박지성 '또 다시 진화하다'
  • 승인 2010.02.0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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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 Press Association images

[SSTV|김태룡 기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캡틴' 박지성이 1일(이하 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에서 시즌 첫 골을 만들어냈다. 박지성 스스로가 가장 바랬을 골이지만 팬들도 오매불망 기다리던 골이었다. 특히 이 날 박지성의 골은 어려움 앞에서 꾸준한 노력으로 한 걸음씩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던 '박지성만의 장점'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골이었다.

2002년 한국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쓰며 한국 축구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살 약관의 박지성을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주전으로 과감히 발탁했다. '작은 키,왜소한 체구,명지대를 간신히 들어간 실력 등' 지금도 완전히 거두어지지 않은 한국 축구계의 학연.지연의 압박을 히딩크 감독은 특유의 뚝심과 자신감으로 헤쳐나가며 박지성에 대한 자신의 눈을 믿었다. 히딩크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자신의 한계를 딛고 꾸준히 진화한 박지성은 월드컵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왼발 슛으로 상대 오른쪽 골문을 꿰뚫어 자신에 대한 시기어린 반대의 눈초리를 평정했고 예선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는 화려한 트래핑에 이은 왼발 발리슛으로 당시 피구를 앞세워 세계 축구계를 호령하던 포르투갈을 좌초시켰다.

월드컵 이후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델란드 아인트 호벤에 진출한 박지성은 또 한번 한계에 봉착했다. 의사 소통의 한계와 격한 몸싸움이라는 벽에 부딪힌 박지성은 무릎 부상과 함께 홈구장에서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홈팬들의 아우성에 마음의 상처까지 입으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훗날 '박지성답지 않게' "야유를 퍼붓던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할 땐 배신감마저 들었다"는 말을 할만큼 마음의 상처를 입었던 박지성은 하지만 또 한번 진화하며 히딩크와 함께 아인트호벤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 놓았다.

당시 박지성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활약 특히 AC밀란전에서의 활약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러브콜을 이끌어냈고 박지성은 '조금 후에'라는 자신의 인생의 멘토 히딩크 감독의 충고마저 뒤로 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승선했다. '유니폼 판매 마케팅용'이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맨유에 승선한 박지성은 입단 첫 해인 2005-2006 시즌에서 또 한번의 진화된 변신을 하며 맨유의 스쿼드에 안착한다.

반 니스텔루이, 웨인 루니, 호날두 등 세계적인 공격수들을 보유한 맨유에서 박지성은 '수비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의 역할로 팀에 녹아들며 맨유의 스쿼드에 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산소탱크'라는 별명을 얻으며 그라운드를 누빈 박지성은 점점 '한발 앞서는' 공격력의 예봉을 잃어버리고 '골 부족'이란 비난을 받으며 '반쪽짜리 공격형 미드필더' 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떠 안기 시작했다. 팬들은 좀 더 이기적인 공격성을 요구했지만 박지성의 이타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원래의 저돌적 공격형 미드필더로서의 공격성을 쉽게 되찾아주지 못했다.

올시즌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팬들은 박지성의 위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호날두가 떠남으로서 생긴 맨유의 공격의 공백을 감안할 때 '수비하는 공격형 미드필더'인 박지성의 효용가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불안감은 현실이 됐고 박지성은 맨유에 영입된 발렌시아에게 밀려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게다가 '회춘'한 맨유의 레전드 라이언 긱스의 활약과 퍼거슨 감독의 품안에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대런 플레처의 활약은 박지성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경기 스쿼드에도 빠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고 가끔 찾아 온 기회에서 '좀 더 공격적'이고자 하는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결과는 팬들을 안타깝게 할 뿐이었다.

하지만 1일 아스날 전에서 박지성은 또다시 진화했다. 아스널 골키퍼 마누엘 알무니아의 자책골인 첫 골은 이 날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인 '봉산나니' 나니의 개인기가 중심이었지만 루니와 나란히 선 박지성의 위치선정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만약 공이 알무니아의 손을 넘어갔다면 박지성의 첫 골은 좀 더 빨리 터졌을 상황이었다. 두번째 골 역시 박지성의 진화된 공격성이 빛을 발한 장면이었다. 수비에서 공을 잡은 박지성은 공을 준 뒤 자신의 자리인 왼쪽 라인을 따라 아스널의 골문을 향해 돌진했다. 예전 같으면 루니보다 처져서 뛰었을 박지성이지만 이 순간 박지성은 중앙의 루니보다 한 발 앞서 아스널의 골문을 향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스널의 중앙 수비수들은 박지성을 향할수 밖에 없었고 중앙의 루니는 거의 무인지경인 상태에서 나쾴의 패스를 받아 상대의 골문을 가를 수 있었다.

박지성의 시즌 첫 골은 '과연 정말로 박지성이 진화한 것일까'라는 물음표에 방점을 찍은 장면이었다. 하프 라인 부근에서 공을 넘겨 받은 박지성은 상대 골문을 향해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