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송강호 “‘기생충’, 봉준호식 리얼리즘의 정점…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
[인싸인터뷰] 송강호 “‘기생충’, 봉준호식 리얼리즘의 정점…모두가 즐길 수 있는 영화”
  • 승인 2019.05.31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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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와 같은 곳에서 상을 받으면 예술적 가치는 뛰어나지만 상당히 어려운 영화라는 선입견이 생기잖아요. 관객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하는데 그런 선입견이 생길까봐 조금 우려가 되긴 해요. 물론 요즘 관객 분들은 해외 작품도 충분히 즐기는 추세라 좋은 것 같습니다.”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영화의 예술적 가치는 인정받았지만 국내 관객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는 송강호는 ‘기생충’이 어렵지 않게 관객과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라며 관람을 독려했다. 송강호가 이러한 자신을 갖게 된 건 본인 작품에 대한 자부심도 있지만 칸에서의 뜨거운 반응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칸 경쟁부문 상영은 좀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분석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하지만 ‘기생충’ 상영 당시에 관해 송강호는 “칸에서의 ‘기생충’ 상영은 마치 한국의 VIP시사회 같았다”고 회상해 웃음을 자아냈다.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기생충’까지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며 감독의 대표작품을 함께 해왔다.  네 번째 작품에 이르러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의 영광을 함께 누리게 된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칸 황금종려상은 생각도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이 20년 동안 추구해온 치열한 ‘봉준호식 리얼리즘’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래서 작가로서 예술가로서 늘 존경합니다. 후배감독이지만 나이도 두 살 차이니까 친구 같고. 늘 존경해마지 않는 봉감독이고 이번 ‘기생충’에서 작가로서의 야심이 딱 느껴졌습니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처럼 치밀한 설정과 디테일한 연출로 명성을 떨치는 봉준호 감독이지만 송강호가 생각하는 현장에서의 봉준호 감독은 예상 외로 소탈하고 유머러스하다. 송강호는 “평소에는 봉준호 감독이 정말 웃기다”며 “후배 배우들은 처음이니까 긴장하고 현장에 나왔다가 봉 감독의 스타일을 보고 너무 좋아하더라. 현장에서 집요하고 숨 쉴 틈 없는 환경이라고 예상했을 거다. 저야 예전부터 해온 거라 익숙한데 후배들의 반응이 웃겼다”고 이번 현장을 회상했다. 

물론 현장의 분위기는 편했지만 연기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장르의 변주를 꾀한 ‘기생충’에서 각 인물들은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클로즈업 등을 통해 세밀한 감정 표현을 완성시켜야 했다. 

“봉 감독 표현으론 장르영화의 틀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를 파괴하는 재미가 있는 변주된 장르 혼합이죠. 신선하면서 재밌으면서 어렵기도 했어요. 우리 인생이 그렇듯 캐릭터도 상황에 맞게 연체동물처럼 유연하게 적응하는 게 중요했죠.”

특히 송강호가 연기한 기택의 경우 초반부터 독특한 대사 톤으로 눈길을 끈다. 재학증명서를 위조해서 과외 면접을 보러 가는 아들 기우(최우식 분)에게 기택은 “아들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고 말한다. 또한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상징적이다” 등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말들을 사용한다. 

“봉준호 감독에게 왜 이 대사가 이런 식이냐는 이야기를 잘 안 해요. 오랜 세월 해오면서 느끼는 무언의 호흡과 일종의 신뢰감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아요. 처음에 기택의 대사가 연극적이면서 만화적이에요. 관객에게 관망을 해달라는 장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어렴풋이 들더라고요. 영화가 시작하면서 반지하가 나오는데 빨리 몰입하는 게 아니라 조금 떨어져서 관망하고 객관적으로 봐달라는 나름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물어보진 않았어요(웃음).”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배우 송강호/사진=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에는 다양한 상황에서 빚어지는 공감과 웃음이 있다. 또한 영화 외적인 요인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도 있다. 극중 기우가 아버지인 기택에게 연기를 지적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속에서 보면 평범한 장면이지만 영화 외적으로 본다면 한참 후배인 최우식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에게 연기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누군가 쉽게 지적할 수 없는 위치에 오른 송강호는 연기에 대한 철저한 자기 점검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는 눈치를 봐요(웃음). 이제는 감독님들도 대부분 후배이고 조심스럽죠. 그럴 땐 주변 눈치도 보고 정확하게 물어보기도 하죠. 모니터링도 하고 오히려 더 분주하게 노력해야 돼요. 후배 배우의 경우는 선배들이나 감독님이 정확히 알려주는데 저는 그런 환경이 점점 없어지니 더 분주하게 체크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습니다.”

또한 송강호는 후배들의 연기에 관해서도 “지적을 하는 분야는 아니다”며 선배로서 만들어 줄 수 있는 환경에 관해 소신을 밝혔다.

“애매한 지점이 있어요.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런데 연기라는 행위는 누군가 지적을 하고 가르침을 주고 가르침을 받는 분야는 아닌 것 같아요. 단지 그 환경을 만들어 주는 거죠. 제가 연극부터 딱 30년을 했어요. 30년을 하니까 더 조심스러워요. 선배로서 후배에게 할 몫이 있다면 그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여러 시도를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지적하고 틀렸다고 하는 분야는 절대 아닙니다.”

연극으로 시작해 어느덧 30년 동안 연기를 해온 송강호.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지금의 위치를 상상하지 않았다는 그는 연기와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지금까지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앞으로도 그는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연기에 대한 순수함을 갖고 여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연극할 때도 영화를 할 때도 배우로서 대성을 꿈꾸지 않았어요. 큰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지 않았죠. 사회적인 성공이라는 것의 가치가 크지 않았어요. 이 직업은 그런 것과는 안 맞아요. 그런 성공을 좇았다면 벌써 그만뒀을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순수하게 연기와 작품이 좋아서 시작했죠. 그런 태도가 아니면 견디기 힘들어요. 그래서 긴 세월 과분한 사랑을 받고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태도는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