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김희영 이사장 공개한 4년 전 편지 재조명... 편지 전문 포함
최태원 SK회장, 김희영 이사장 공개한 4년 전 편지 재조명... 편지 전문 포함
  • 승인 2019.05.30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 행사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SK제공
최태원 SK회장이 지난 28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 행사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SK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T&C)재단 이사장의 관계가 연일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 최 회장이 불륜 사실을 고백했던 편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소셜 밸류 커넥트 2019’에서 ‘Social Value, 미래 인재의 핵심 DNA’를 주제로 열린 마지막 세션에서는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함께했다. 

이 행사에서 최 회장은 한 대담자의 질문을 받고 김희영 이사장을 떠올릴 법한 발언을 해 관심을 받았다. 

이후 최 회장이 2015년 불륜 사실과 혼외자식을 고백했던 편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말 세계일보에 A4 3장 분량의 편지를 보냈다. 최 회장은 당시 편지에서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한다”며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오랜 시간 별거 중이고, 혼외자식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결혼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면서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 당시 제 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며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편지를 쓴 배경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이라며 노 장관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다. 현재 최 회장과 노 관장은 현재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하는 최태원 회장 편지 전문

기업인 최태원이 아니라 자연인 최태원이 부끄러운 고백을 하려고 합니다. 항간의 소문대로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성격 차이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 때문에,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 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종교 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입니다.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는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 주고 싶었습니다. 과거 결혼생활을 더는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가정상황이 어떠했건, 그러한 제 꿈은 절차상으로도, 도의적으로도 옳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기 전에 먼저 혼인 관계를 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순서임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수사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회사 일들과 저희 부부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고려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습니다.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사실을 세상에 숨겨왔습니다.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한 채로 몇 년이라는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저를 둘러싼 모든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침묵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공개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개인사를 자진해서 밝히는 게 과연 옳은지, 한다면 어디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에 깨진 결혼생활과 새로운 가족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숨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진실을 덮으면 저 자신은 안전할지도 모르지만, 한쪽은 숨어 지내야 하고, 다른 한쪽은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 일은 제 지위와 안전에 국한된 일이 아니라 저를 비롯한 몇 사람들의 앞으로도 지속될 삶에 관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평소 동료에게 강조하던 가치 중 하나가 ‘솔직’입니다. 그런데 정작 저 스스로 그 가치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치부이지만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하려고 합니다.

우선은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은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합니다. 두 가정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가정사로 실망을 드렸지만, 경제를 살리라는 의미로 최근 제 사면을 이해해 주신 많은 분께 다른 면으로는 실망을 드리지 않겠습니다.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합니다. 제 가정 일 때문에, 수많은 행복한 가정이 모인 회사에 폐를 끼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알려진 사람으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구성원 중 한 명으로서 큰 잘못을 한 것에 대해 어떠한 비난과 질타도 달게 받을 각오로 용기 내어 고백합니다.

2015. 12. 26 최태원

[인사이드뉴스 이선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