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미래에 고전이 될 지금의 명작…봉준호 감독, 공생과 기생의 경계를 그리다 (종합)
‘기생충’ 미래에 고전이 될 지금의 명작…봉준호 감독, 공생과 기생의 경계를 그리다 (종합)
  • 승인 2019.05.28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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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사진=김혜진 기자
봉준호 감독/사진=김혜진 기자

문학의 역사에서 후세에 끊임없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위치가 인정되는 작품을 고전이라 한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이라는 지금의 명작이자 미래의 고전을 탄생시켰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이 참석해 작품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이날 봉준호 감독은 “중학교 시절 월간지를 스크랩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친구 중 하나였다. 성격이 집착이 강해서 계속 영화를 좋아하고 하다 보니 오늘까지 온 것 같다”며 어린 시절 영화감독을 꿈꾸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까지를 짧게 회상했다.

봉준호 감독은 사회계층의 극단에 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기생충’과 과거 단편 ‘지리멸렬’과의 관계에 관해 “‘지리멸렬’은 1994년도 실습작품이다. 25년이 지났다. 옴니버스 형식이고 사회 고위층이 나온다. 독특한 기행이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기생충’은 그것과 구조는 다르지만 가난한 자와 부자가 나온다. 굳이 ‘양극화’라는 단어를 동원하지 않아도 일상에서 마주치는 현상이다. 이를 사실적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은 “이 영화가 사회 경제적으로 학술적으로 분석하는 작품은 아니다. 배우들이 뿜어내는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 거다”며 “요즘 들어서 생각이 드는 건 부자와 가난한 자라기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인간의 존엄을 건드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어느 정도 지키느냐에 따라 공생이냐 기생이냐가 갈라지는 것 같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짚었다.

전원 백수 가족의 가장 기택을 연기한 송강호는 “장르 영화의 틀을 갖추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혼합 같은 변주의 느낌이 있다. 다들 처음 이런 이야기를 연기하게 됐다. 낯섦이 두렵다고 하지만 신기하기도 하다”며 “어떻게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지라는 측면을 고민하게 됐다. 참신한 진행이 두려움을 상쇄시키고 배우들끼리 가족 단위로 앙상블을 만들어가며 자연스럽게 연기했다”고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에 관해 설명했다.

배우 송강호/사진=김혜진 기자
배우 송강호/사진=김혜진 기자

IT기업 CEO 박사장 역의 이선균은 “캐릭터는 대본에 워낙 잘 설계되어 있어서 편하게 연기했다. 많이 부자로 나오는데 겪어보지 않아 부담이 되긴 했다. 기억에 남는 건 일단 너무나 존경하는 감독님, 선배님과 연기하는 첫날 신인배우로 돌아간 것처럼 기분 좋은 떨림이 있다. 첫 촬영이 기억에 난다”며 연기 소감을 밝혔다.

박사장의 아내 연교 역의 조여정은 “연교는 돌아가는 상활을 모르는 채 자신의 연기만 하면 됐다. 평소 다른 역할을 할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았는데 그런 면에서는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기택의 장남 기우 역의 최우식은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이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다. 가족끼리 하는 건 다 재밌었다. 피자 박스 접는 신에서도 서로 장난치고 웃으면서 촬영했다”며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기우의 동생 기정을 연기한 박소담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기정의 대사를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편하게 들어와서 감독님께 감사했다. 빨리 연기하고 싶을 정도로 대사가 너무 좋았다. 기정을 하면서 제 목소리로 제 말을 할 수 있어서 가장 행복했다”며 만족을 표했다.

기택의 부인 충숙 역을 소화한 장혜진은 “이렇게 큰 작품에 큰 역할을 한 게 처음이라 긴 호흡을 끌고 갈 수 있을지 걱정하고 부담스러웠다. 감독님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고 여기 계신 배우들이 다 도움을 주셨다. 한 장면, 한 장면 신나지 않은 장면이 없었다”며 눈물을 삼켜 눈길을 끌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젊은 세대의 현실에 관해 “최우식, 박소담 훌륭한 배우가 이 시대 젊은 사람을 잘 표현했다. 나보다 잘 알고 표현했다”며 “솔직하게 담고 싶었다. 영화 마지막 쪽에 최우식 배우의 모습이나 감정적 여운을 생각해보면 다들 잘 되길 바라지만 실제로 녹록하지 않다. 거기서 오는 슬픔도 불안도 있을 거다. 그런 복합적인 것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영화의 장면은 아니지만 마지막(엔딩 크레디트)에 최우식 배우가 노래를 한다. 그것도 영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라스트신이라고 할 순 없지만 느낌이 담긴 노래다. 젊은 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양극단에 있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 계기에 관해서는 감독은 “한강에 괴물이 있었고 눈을 뚫고 가는 기차가 있었듯이 두 가족이 출발점이다”며 영화의 중심이 된 최초의 이미지를 언급했다.

봉준호 감독은 “부자 4인 가족, 가난한 4인 가족을 기묘한 인연으로 뒤섞으면 어떨까 싶어서 그린 것이 최초다. 일가구, 이가구 이런 표현을 하는데 삶의 기본적 단위다. 우리의 삶에 가장 밀접한 이야기다. 2013년에 처음 구상하고 스토리 라인을 썼다”며 “그때는 설국열차 후반 작업 중이었다. 그때도 부자와 가난한 자의 이야기였다. 서로 싸우는 어떻게 보면 SF적 이야기다. 좀 더 현실에 가깝게 그리고 기본 단위인 가족을 중심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냄새는 영화의 강한 모티브다. 친한 사이에도 그런 걸 말하기 어렵다. 공격적이고 무례한 거다. 영화는 내밀한 것을 파고들어가기 때문에 서슴없이 말한다”며 영화의 전개에 있어 활용되는 냄새에 관해 말문을 열었다. 감독은 “재밌는 건 부자와 가난한 자가 냄새를 맡을 기회가 잘 없다. 동선이 다르다. 가는 식당도 일하는 곳도 다르다. 비행기를 타도 클래스가 다르다”며 “이 영화에 나오는 상황은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가까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영화는 그 상황의 연속으로 이뤄져있다. 이 영화에서 쓰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수 있는 날카로운 도구가 냄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그는 “칸은 벌써 과거가 됐다.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소감이 궁금하다. 틈만 나면 약간의 가벼운 분장을 하고 일반 극장에서 좌우에 있는 진짜 관객 분들 틈바구니에서 몰래 이야기 들으며 영화 보고 싶다. 궁금하다, 어떤 느낌으로 보게 될지”라며 관객과의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한편 영화 ‘기생충’은 오는 5월 30일 개봉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