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무비] 황금종려상 수상 ‘기생충’ 봉준호…장르 자체가 된 감독
[NI무비] 황금종려상 수상 ‘기생충’ 봉준호…장르 자체가 된 감독
  • 승인 2019.05.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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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들고 입국한 봉준호 감독/사진=김혜진 기자
황금종려상 들고 입국한 봉준호 감독/사진=김혜진 기자

장르의 변주를 거듭하던 봉준호 감독이 장르 그 자체가 됐다.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날 공항에서 봉준호 감독은 “저도 처음이지만 한국 영화 전체로서도 처음이기 때문에 특히 더 기쁘다”며 “폐막식 파티 때 심사위원들과 얘기를 나눴다. 한국 영화 100주년이라고 하니 기뻐하더라. 이번 수상은 칸이 한국 영화 100주년에 준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가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것은 처음이며, 세계 3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는 건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준호 감독은 ‘괴물’(2006년 감독 주간)로 처음 칸의 초청을 받았으며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부문)에 이어 다섯 번째 칸에 진출했다. 경쟁부문에 오른 건 ‘옥자’에 이은 두 번째다.

칸에서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고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한 영화광이었다”고 말했다. 1969년생 봉준호 감독은 외할아버지가 소설가인 박태원이며 아버지는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그래픽 디자이너다. 예술가 집안에서 나고 자란 봉준호는 어려서부터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고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해 한국 영화아카데미를 거쳐 본격적으로 감독의 길을 걸었다.

단편영화 ‘백색인’, ‘지리멸렬’, ‘프레임 속의 기억들’ 등을 연출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후 봉준호 감독은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장편 데뷔했다. 주연은 이성재, 배두나가 맡았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홍콩 국제 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2003년 봉준호 감독은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살인의 추억’으로 50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는 감독으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와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2006년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괴물’로 그의 첫 천만 영화를 만들어 냈다. ‘괴물’은 봉준호 감독에게 상업적 성공과 함께 칸 영화제 초청이라는 성과까지 가져온 작품이다. ‘한강에 나타난 괴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봉준호 감독이 학창시절 우연히 한강에서 괴물을 본 개인적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미군 독극물 한강 방류 사건, 무능한 정부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서민 등을 디테일한 연출과 블랙코미디 감성으로 녹여냈다.

‘살인의 추억’에 이어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금까마귀상, 시체스 영화제 최우수작품상 등 국내외 영화제에서 다수의 트로피를 들었다.

다시 3년 뒤 봉준호 감독은 ‘마더’로 그동안 한국영화가 그려왔던 모성의 이미지를 과감히 부수며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특히 김혜자의 춤추는 신은 아직까지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마더’는 ‘살인의 추억’, ‘괴물’에 비해 많은 관객을 모으진 못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수상을 기록한 작품이다.

세계적 감독으로 명성을 높인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와 함께 해외로 눈을 돌렸다.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는 송강호, 고아성과 함께 틸다 스윈튼, 크리스 에반스 등 해외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4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설국열차’는 빙하기 미래를 배경으로 계급사회를 기차의 칸에 비유하며 호평을 받았다.

‘설국열차’에 이어 봉준호 감독은 다시 해외 영화를 제작했고 이번에는 기존 극장 영화가 아닌 새로운 플랫폼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극장 상영이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되는 ‘옥자’로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옥자’는 넷플릭스 영화 최초로 경쟁부문에 진출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당시 프랑스 극장협회 등에서 극장 상영작이 아닌 스트리밍 영화가 후보에 오른 것에 반발해 이후 스트리밍 영화의 경쟁부분 진출이 불허됐다.

사회적 현상에 바라보는 남다른 시선, 장르의 변주로 발전을 거듭한 봉준호 감독.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은 “봉준호라는 장르가 생겼다”라는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 수상만큼이나 기뻐한 평이었다. 

한편 황금종려상을 들고 금의환향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30일 개봉해 국내 관객을 만난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