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시신 부패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연 냉장고"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시신 부패 막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자연 냉장고"
  • 승인 2019.05.2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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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용의자/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전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3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제주도 보육교사 살인 사건’을 다뤘다. 

2009년 2월 1일, 제주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하던 20대 여성이 실종됐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간 뒤에 연락이 끊긴 것이다. 당시 술을 마셨던 친구는 그녀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다고 기억했다. 

그녀는 실종된 지 일주일 후 농업용 배수로에서 목이 졸린 채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곧바로 범인을 특정했다. 당시 사건의 실체를 담고 있는 CCTV를 확보했던 것. 그러나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경찰은 2월 1일을 사망 시각으로 추정했으나 시신 상태가 장기도 부패되지 않을 정도로 깨끗했던 것이다. 대기 온도가 9.2도인데 직장(대장의 최하부) 온도가 13도. 이것은 사망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걸 의미한다. 2월 1일을 범행 시간으로 추정했던 경찰은 6일이나 차이가 나는 그 시간을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용의자는 풀려났다. 

그리고 지난 해 1월 특별한 실험이 시작됐다. 돼지에 무스탕을 입히고 살인 사건 현장이었던 농업용 배수로로 옮긴 것이다. 무스탕 역시 피해 여성이 입고 있었던 옷. 이 실험은 장기미제 사건을 푸는 첫 번째 열쇠가 됐다. 이 동물실험으로 인해 용의자는 지난해 5월 16일 긴급체포됐다. 사망 시간의 미스터리가 풀리자 알리바이가 깨진 것이다. 

당시 동물실험의 당사자였던 이정빈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2017년부터 공소시효가 사라지면서 미제 사건을 다시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5년, 6세 아이인 태완이가 황산 테러로 48일 만에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공소시효 때문에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이 사건으로 2015년 7월 공소시표를 폐지하는 이른바 태완이법이 발의됐다.

당시 부검의는 시신의 부패 상황이 없고 위 속 내용물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망 시간을 7일로 발표했다. 

이정빈 교수는 사망 시간이 2월 1일이 특정되어야 용의자를 범인 선상에 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신은 너무나 깨끗했다. 사후에도 24시간이 지났는데도 대기 온도보다 체온이 더 높은 경우도 이상했다. 사망 시각이 2월 1일이어야 하는 상황. 수사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됐다. 이어 피해자 증거물 핸드백에서 수첩이 나왔는데 젖은 흔적이 나왔다. 당시 2월 1일부터 8일 사이에 비가 온 것은 2일과 3일이었다. 

시신이 깨끗했던 이유는 밝혀졌으나 시신이 썩지 않은 것을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바로 동물실험. 

당시 사건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 결과 피해자의 시신처럼 돼지가 부패하지 않았다. 이정빈 교수는 이를 자연 냉장고라고 설명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시신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강한 태풍과 햇빛이 들지 않는 등 환경 조건이 들어맞으면서 깨끗한 시신이 된 것이다. 대기 온도와 직장 온도의 차이 역시 동물실험으로 인해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용의자는 2월 7일이 사망 시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정빈 교수는 용의자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이 같이 복잡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또 동물학대법 등의 통과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기 위해서 한 달은 기다렸다고 한다. 

한편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매주 목요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된다.

[뉴스인사이드 이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