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악인전’ 김무열 “대표작은 관객이 정해주는 것…꾸준히 일하는 배우 되고파”
[NI인터뷰] ‘악인전’ 김무열 “대표작은 관객이 정해주는 것…꾸준히 일하는 배우 되고파”
  • 승인 2019.05.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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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무열/사진=㈜키위미디어그룹
배우 김무열/사진=㈜키위미디어그룹

제72회 칸 영화제 초청, 미국 리메이크 제작 등 개봉 전부터 겹경사를 맞이한 영화 ‘악인전’이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악인전’은 연쇄살인마를 잡기위해 협력한 조직폭력배 보스와 강력반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무열은 연쇄살인마 K(김성규 분)를 잡기 위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와 손을 잡는 형사 정태석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 ‘악인전’으로 칸에 처음 입성하게 된 김무열은 어느 때보다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심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개봉 전에 칸 초청 소식이 먼저 알려져서 그런지 더 떨리고 긴장돼요. 한국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 걱정이 커지더라고요. 더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랄까. 호평도 감사하고 어느 때보다 질타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아요. 이 시기에 개봉한 영화 중 어떤 의미로는 대표격으로 영화제에 가는 모양도 있잖아요. 책임도 느끼고 더 조심스러워지네요.”

칸에서의 계획을 묻는 말에 김무열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모르겠다”고 답했다. 걱정이 앞선다는 그는 칸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날이 자신의 생일이라며 부끄러운 듯 웃어 그의 심정을 짐작케 했다.

“칸에 대한 갈망은 없었어요. 영화제에 초청되고 레드카펫에 오르는 건 제가 생각한 배우의 길에서 중요하지 않았어요. 나에겐 가능성이 없는 남의 일이라는 마음도 있었던 거 같아요. 제가 배우를 하게 된 계기와 지금 하고 있는 이유와는 다른 것들이라. 갑자기 생각하지 못한 순간이 다가와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기분은 좋죠(웃음). 배우들끼리 믿기지 않는다고 정말 가는 거냐는 이야기를 했었어요. 칸에서 상영하는 날이 제 생일이에요. 생일선물 같은 기분이죠.”

극중 김무열이 맡은 정태석은 기존 범죄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형사 캐릭터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살인자를 쫓는 정태석의 마음이나 범죄자를 대하는 태도, 어쩔 수 없이 장동수와 손을 잡는 계기에 관해서 고민했다”는 김무열은 실제 형사들을 만나 느낀 점을 토대로 캐릭터를 다듬었다. 단순히 기존 클리셰를 피하고 새로운 표현을 하기 위해 설정을 추가하기 보다는 캐릭터 내면에 자리 잡은 사명감과 강한 의지에 무게를 뒀다.

“실제로 경찰 분들을 만나면서 인상적이었던 건 그분들이 범죄를 대하는 태도와 강박이었어요. 평소에는 옆집 아저씨 같아요. 어떤 분은 강력 사건을 맡는 팀장이신데 인상이 너무 좋아서 형사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런 분이 범죄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갑자기 표정도 바뀌고 에너지가 달라요. 몽타주를 하도 많이 봐서 어떨 때는 지나가는 사람이 범죄자 얼굴처럼 헛것이 보일 정도로 강박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정태석이 왜 이렇게 K를 잡으려 안달이지 싶었는데 경찰에게 왜 범죄를 해결하려고 하느냐 묻는 건 어불성설이잖아요. 직접 만나보니 너무 고생을 많이 하시고 상상 이상으로 험난한 환경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어요. 이런 사명감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는데 오히려 쉽게 접근하니 답이 나오더라고요. 실제로 물어보니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합니까’라고 하더라고요. 당연히 정태석은 형사이기에 범죄를 쫓기 위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구나 싶었어요. 고민 끝에 얻어진 쉬운 결론이죠.”

배우 김무열/사진=㈜키위미디어그룹
배우 김무열/사진=㈜키위미디어그룹

영화는 ‘악인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하나의 목적을 향해 달리는 세 인물의 폭주를 통해 쾌감을 자아낸다. 개성 강한 캐릭터 사이에서 김무열이 연기한 정태석은 가장 현실적이어야 했고 극의 흐름을 잡아가는 중심추 역할을 해야 했다. 촬영 전 걱정이 앞섰던 김무열은 실제 현장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걱정을 덜었다.

“동석이 형이나 성규 모두 실제보다 실제 같은 모습을 보여줘서 ‘내가 하면 저렇게 못했겠다’ 싶더라고요. 동석이 형은 정말 진짜 같았어요. 연기하는데 있어 그 느낌이 너무나 큰 도움이었어요. 형의 존재감 자체가 저를 긴장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했고 살아남으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어요. K라는 인물은 워낙 사족을 다 떼고 캐릭터 자체로 존재해서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었어요. 제가 본 성규는 눈빛 하나로 모든 걸 담았다고 생각해요. 정말 대단해요. 많은 부분 생략해도 설명이 됐죠.”

영화는 높은 수위의 폭력과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지만 예상치 못하게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있다. 당초 조금 더 무거운 톤으로 영화를 설정했던 감독은 관객과 함께 공감하고 가깝게 다가기 위해 장면 장면의 무게를 덜었다. 

“처음 감독님의 시나리오 느낌은 장르로 치면 느와르에 가까웠어요. 그러면서 캐릭터의 행동이나 말에는 위트가 있었어요. 톤에 관해 물어보니 상황에 따라 유발되는 블랙코미디 느낌 정도가 선이었던 거 같아요. 동석이 형과 현장에서 부딪히다 보니 재밌는 것들이 나오더라고요. 원래 감독님의 의도와 달라질 수 있는데 큰 결정을 해주셨어요. 영화 속에 웃음이 나오는 장면은 이 영화가 관객과 어떻게 공감해야하는지 고민한 결과였어요. 저희끼리는 ‘풀어준다’라고 표현하는데 그런 것들이 작품을 다채롭게 만들었어요.” 

영화에서 관객이 기대하는 건 단연 마동석의 통쾌한 액션이다. 독보적인 캐릭터와 존재감을 지닌 마동석은 악인을 맡은 만큼 이전보다 수위 높고 과격한 액션을 선보인다. 김무열은 마동석과 액션신을 촬영하다 가죽점퍼가 뜯겨나간 일화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형이 액션을 정말 잘해요. 처음에는 겁먹었죠. 헛손질을 해도 눈앞에서 그 주먹이 지나가는데. 이성을 잡고 버티려고 해도 세포에서 위험신호를 보내요(웃음).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몇 번 하니까 형이 하는 게 가장 안전하더라고요. 액션만 전문으로 하는 스턴트 배우와 액션 장면을 찍을 때 안전하다는 걸 느껴요. 오히려 훈련되지 않은 상대와 찍을 때가 힘이 약해도 위험하다고 느껴지고 실제로 다칠 때도 많아요. 동석이 형과 할 때는 정말 안정감 있게 찍었어요. 다만 제 가죽점퍼는 뜯겼었죠. 더 무서운 건 형이 가죽을 뜯은 것도 모르더라고요. 어느 순간 형 손에 가죽이 뜯겨서 잡혀있었어요(웃음).”

뮤지컬로 시작해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김무열. 독보적인 이미지가 있는 마동석과 달리 김무열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적다. 이러한 고민에 관해 김무열은 “이미지와 대표작은 관객이 정하는 것”이라며 소신을 밝혔다.

“대표되는 이미지가 없다는 건 장단점이 있는 문제죠. 장점으로 보면 그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딱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려는 욕심을 부리는 순간 제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갈 것 같다는 생각도 있어요. 배우라는 존재는 관객들로 인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거잖아요. 어떤 이미지를 얻으려는 생각은 조심스러워요. 제 대표작은 제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관객이 결정하는 거니까 그저 저는 꾸준히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계속 오더를 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이제 곧 칸에서 해외 관객을 만나는 김무열은 한국 관객에게 ‘악인전’을 봐야 하는 짧은 이유를 남겼다. 

“날씨가 조금 더워졌잖아요. 자외선도 안 좋은데 시원하고 미세먼지 없는 극장에서 편하게 앉아서 저희 영화보시면 통쾌함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