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인터뷰] ‘열혈사제’ 김남길, ‘진짜’ 주연 배우를 말하다
[NI인터뷰] ‘열혈사제’ 김남길, ‘진짜’ 주연 배우를 말하다
  • 승인 2019.05.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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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시청률 기근 속에서, ‘열혈사제’의 행보는 말 그대로 파격적이었다. 과감히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장을 내밀며 SBS 금토 드라마의 시작을 알린 ‘열혈사제’. 그 흥행의 이면에는 주연 배우 김남길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있었다.

최고 22%라는 시청률은 김남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극중 ‘열혈사제’라는 타이틀을 이끈 다혈질 사제 김해일 역을 맡은 그는 “역할에 있어서 조연 배우들까지 주목을 받고 화제성을 가진 게 좋았다”라며 조금 남다른 곳에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서 무언가 해야 하는 강박이 있었다는 그. 시청률이 잘 나와야 만이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나 동료들이 인정받는다고 생각했다는 김남길은 “드라마 속에 쓸데없는 캐릭터는 없다. 그들을 연기하는 배우들도 캐릭터 안에서는 주인공이지 않나. 타이틀 롤의 역할은 그런 인물들이 빛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주인공은 주위에서 많이 챙겨주잖아요. 제가 작은 역할부터 해왔기 때문에 그런지 흔히 신인들이 더 대접받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열혈사제’는 잘 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드라마든 영화든 지향해야 하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분명 타이틀 롤로서 중심을 끌고나가야 하는 부분은 있지만 다 같이 주목받고 모두가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작품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연 배우들 중 어느 한 명도 소외받지 않게 하기 위해 모임을 많이 가졌다는 그. 김남길은 “그들도 ‘내가 주인공이다’ 하는 생각을 갖고 촬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기에서 다 보이지 않나. 배우들의 관계가 좋아야 시청자들도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그런 관계적인 면에서도 어느 누구도 모난 배우가 없었다. 튀려 하지 않았다. 앙상블이 중요한데, 욕심과 고집은 있지만 아집이나 욕망은 없었다. 스토리를 어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잘 해줬던 것 같다”라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향한 칭찬을 쏟아냈다.

특히 김남길은 그들에게 ‘인기’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고. “떴다는 문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그런 걸 많이 경험하다 보니 의미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라고 털어놓은 그는 “작품이 잘되면 다음에 대한 기회가 한 번 더 생기는 거다. 그게 영원하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힘들고, 연기자가 다른 쪽에 초점 맞추면 환경적인 부분에서 많이 변할 수밖에 없더라”라며 “저는 다행히 주위에 좋은 선배들이 많았다. 욕먹으면서 혼나기도 했지만, 저도 그런 경험이 있다 보니 그들에게 그 런 것들을 얘기해주고 싶었다”라고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남길은 ‘열혈사제’에 대해 “히어로물을 표방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구담 경찰서 사람들을 비롯해 히어로물의 등장인물 같은 느낌을 담았다고. 그는 “신부복으로 임팩트를 주고 싶은데 망토를 가지고 가거나 신부복 안에 히어로 수트를 입을 수는 없으니 일부러 긴 망토 같은 롱코트를 제작 한 것도 있다”라며 “감독님이 멋있어야한다는 강박이 심하셨다. 그렇지 못한 걸 그렇게 만들려는게 부담스러웠다. 고속 효과도 자꾸 걸어서 ‘그만 걸라’고 했는데 반응이 좋다더라. 그래서 나중에는 제가 먼저 ‘고속 안거냐’라고 말하기도 했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액션 신에서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망토가 계속 걸려서 불편하더라고요. 멋있는 건 알겠는데, 발차기 하거나 뛸 때만 멋있지 앉았다 일어날 때는 밟고 일어날 때도 있었어요. 그 외에 효율적으로 잘 보여주기 위한 부분에 있어서는 좋았죠. 제가 어릴 때부터 액션을 많이 해서 따로 훈련할건 없었어요. 액션 감독님이 원래 친분이 있어서 제가 잘하는 부분이나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계세요. 또 옛날에는 ‘강하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강했다면, 지금은 유연성 있는 몸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액션 할 때도 무용하는 것처럼 하려고 해요. 액션 배우들도 잘 받아주니까 효율적인 부분은 도움을 많이 받았죠. 동작을 무용같이 했고, 시청자분들이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현실에 만연한 사회적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한 카르텔과, 그를 향한 주인공들의 시원한 한방.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사이다를 선사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주요소로 남았지만, 이는 배우들에게 있어서 고민거리기도 했다. 김남길은 “배우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한 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드라마에서 다루는 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라면서도 “막상 촬영 하니까 시원하게 좋아하더라. 그런 게 잘 나오다 보니 시청자분들도 속시원해 하신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이영준 신부(정동환 분)의 죽음이라는 묵직한 사건이 있는데, 그 주변 인물들은 만화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차라리 이영준 신부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빼고 특수부대 출신의 양아치 신부의 이야기로만 갔다면 개연성은 부족할지라도 전혀 문제될게 없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죠. 이영준 신부의 죽음이라는 묵직한 사건에서 출발하는 드라마라서 캐릭터의 만화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어떻게 보면 편견이나 선입견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신부님이나 목사님, 스님들도 사회 부조리에 한목소리를 냈던 시대가 있잖아요. 지금은 사회 전반 보다는 뒤에서 좀 더 평화적인 부분들에 대해 사람들을 어르고 평화나 안식을 주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는 시대가 아닌가 생각해서 다소 방법이 거칠긴 하지만, 그 역시도 편견이나 선입견일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실제 신부님들도 나도 열혈사제이고 싶었던 적이 많았다고 해서 용기를 얻기도 했죠.(웃음)”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간 ‘나쁜 남자’의 무게감 있는 이미지로 대중들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돼 있던 김남길은 이번 ‘열혈사제’의 흥행을 통해 코믹 연기에 있어서도 완벽 소화력을 입증했다. 과거에는 그 배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확고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는 그는 “내 단면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한 면도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아직 ‘나쁜 남자’의 이미지가 강하더라고요. 그걸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런 강한 이미지 하나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그런 걸 지우기 위해 부단히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려고 했다면, 지금은 확고한 이미지가 있는 안에서 여러 가지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김남길은 도전에 있어서 과감한 모습을 보였다.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그중 하나는 잘되지 않을까”라며 자신만의 연기 신념을 전한 그는 “그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걸 한다는 것에 희열도 있다”라며 웃었다.

데뷔 초, 목표를 묻는 질문에 “할리우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는 것”이라고 답했다는 그. 십 수 년이 지난 지금 김남길의 답변은 다른 듯 하면서도 맞닿아 있었다. 그는 “목표 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라며 “크게는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서 제가 해보고 싶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문화적인 것들을 많이 보고 배운 다음에 나이가 좀 더 들면, 더 깊어지면 도전해 보고 싶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남길은 ‘열혈사제’ 종영 이후의 활동 계획을 묻는 질문에 “우선 몸 다친 걸 회복해야 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앞서 그는 거친 액션신을 촬영하던 중 갈비뼈 부상으로 촬영 중단을 겪게 됐던 바. “‘열혈사제’를 하며 힘들었던 건, 체력적으로 20대 때는 뼈가 부러져도 금방 붙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한 그는 “나는 열심히 할 수 있고 결방을 막아보겠다고 나왔는데, 민폐였다”라며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제작진도 더 요구하고 싶고 타협하고 싶지 않은데, 제가 조금이라도 인상 찌푸리고 있으면 ‘괜찮아?’하고 묻게 되더라고요. 원래 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쉬지 않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데, 몸이 안 좋으니 주변에 같이하는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걸 경험했거든요. 그러고 나니 이제는 건강을 회복하는데 시간을 쓰고 싶어요.”

[뉴스인사이드 김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