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리뷰] ‘배심원들’ 처단이 아닌 보호를 위한 법…평범한 이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법정 드라마
[NI리뷰] ‘배심원들’ 처단이 아닌 보호를 위한 법…평범한 이들이 만들어낸 특별한 법정 드라마
  • 승인 2019.05.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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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2008년 처음 시행되는 국민참여재판에 모든 이목이 집중됐다. 나이도 직업도 모두 다른 8명의 배심원들 앞에 놓인 사건은 증거, 증언, 자백도 확실한 살해 사건. 재판부는 모든 것이 문제없이 끝나길 바랐지만 피고인은 갑자기 혐의를 부인하고 배심원들은 예정에 없던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모두가 유죄라고 생각하던 재판에서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 분)는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며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은 2008년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태어나서 처음 누군가의 죄를 심판해야 하는 보통의 사람들과 정확한 판단으로 재판을 이끌어가야 하는 재판장의 이야기를 통해 법이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묻는다. 이와 함께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특별한 변화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배심원들’은 재판의 변화를 이끄는 인물들이 법과는 무관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기존 법정 드라마와 큰 차별을 만든다. 기존 법정 드라마가 과학적인 수사나 취조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 갔다면 ‘배심원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석하고 죄를 판단한다. 특별한 지식 없이 사소한 지점부터 의문을 갖고 접근하기 때문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배심원의 시선을 따라가며 함께 고민하고 판단하며 극에 빠져들게 된다.

감독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배심원으로 배치해 그들이 충돌하고 힘을 합치는 과정을 통해 유쾌한 웃음과 뭉클한 감동을 영리하게 주무른다. 또한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여러 인물이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들은 마치 연극을 보는 듯 한 몰입을 가져온다.

영화 ‘배심원들’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 스틸/ 사진=CGV아트하우스

개인파산을 앞둔 청년 창업가 권남우(박형식 분), 늦깎이 법대생 윤그림(백수장 분), 요양보호사 양춘옥(김미경 분), 무명배우 조진식(윤경호 분), 40대 주부 변상미(서정연 분), 대기업 비서실장 최영재(조한철 분), 무직 장기백(김홍파 분), 최준생 오수정(조수향 분)까지. 8명의 배심원은 큰 사명감 없이 재판에 참여했지만 이내 누군가의 죄를, 인생을 결정지어야 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재판장 김준겸(문소리 분)은 법의 무게를 앞세우며 그들을 압박하지만 ‘처음이라 잘하고 싶다’, ‘법은 사람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은 법이란 법전 안에 있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한 진심임을 일깨운다.

8명의 배심원과 신경전을 벌이는 김준겸 재판장 역의 문소리는 큰 감정변화 없이도 극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감을 보인다. 강한 신념의 원칙주의자 김준겸은 사법부 내에서는 강단 있는 인물로 배심원들에게는 강압적인 인물로 비춰진다. 사사건건 의문을 제기하는 배심원들, 여론을 주시하며 눈치를 주는 상관들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모습부터 따뜻한 인간미와 초심을 찾아가는 모습까지. 미세한 대사 톤과 표정 변화만으로 넓은 스펙트럼을 표현하며 대체불가 연기력을 증명해낸다. 첫 주연을 맡은 박형식 역시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문소리와 긴장감을 자아내며 호연을 펼친다.

영화는 국민이 직접 참여한 최초의 재판을 통해 법의 목적과 가치에 관해 묻는다. 처단이 아닌 보호를 위한 법, ‘배심원들’의 이야기다. 오는 5월 15일 개봉.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