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보임' 두고 문희상 의장, 자리 벗어나려고 하자 물리적 충돌…"멱살 잡아봐"
'사보임' 두고 문희상 의장, 자리 벗어나려고 하자 물리적 충돌…"멱살 잡아봐"
  • 승인 2019.04.2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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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사보임 요청’을 불허해달라는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문희상 국회의장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충돌이  빚어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희상 의장은 탈진 증세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들은 2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의원총회를 마치고,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인 오신환 의원의 사보임을 요청할 경우, 이를 허가권자인 국회의장이 거부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사개특위 위원인 오 의원은 여야 4당이 합의한 검찰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반대하고 있어 패스트트랙 처리의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김 원내대표는 오 의원 설득에 실패할 경우 오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빼고 찬성파 의원을 임명하는 ‘사보임’ 카드를 검토 중이다.

의장실로 몰려간 수십여명의 한국당 의원들은 “김관영 원내대표의 사보임 요청을 허가하지 말라”고 문희성 의장에게 요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장께서 국회의 어른이라면 이를 막아줘야 한다”며 “사보임 허용은 선거제도 개편과 검찰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워, 대한민국의 헌법을 무너트릴 것이다. 의장이 그 장본인이 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문 의장이 “의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알려 달라”고 하자 나 원내대표는 “사보임 절차의 불허와 그동안의 발언에 대한 유감 표시를 해달라”고 했다. 선거제도 개편안과 검찰 개혁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타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표결에 부치지 말아 달라는 약속도 요구했다.

문 의장은 황당한 듯 웃으며 “아직 초기단계다. 앞으로 남은 것이 많다”고 했다. 이어 “최선을 다하겠지만 부득이할 경우 도리가 없다”고 했다.

문 의장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고성이 오가자 문 의장은 “이렇게 겁박을 해서는 안 된다”고 호통을 쳤다. “그동안 한국당이 요청한 사보임에는 반대한 적이 없다. 결정은 의장이 한다”며 엄포를 놓았다.

문 의장은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른다. 여러분들 겁박에 의해서 결정하지 않는다”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안 된다”고 배수진을 쳤다.

이에 이은재 의원이 “의장이 사퇴를 해야 한다”고 소리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권성동 의원도 “국회의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보탰다. 문 의장은 이 의원에게 “의원직부터 사퇴하라”며 맞받아쳤다.

한국당 의원들이 “대답을 제대로 안하시니까 한 소리”라고 해명했지만 문 의장은 “지금 그게 할 소리냐”고 반발했다.

이에 국회 의사국장을 불러 결론을 내야 한다는 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거부하는 문 의장 간에 공방이 계속됐다.

문희상 의장이 자리를 벗어나려고 하면서 양측 간에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문 의장의 이석을 저지하려는 김명연 의원과 문 의장 간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김 의원이 문 의장의 앞길을 막자 문 의장이 “멱살 잡아봐”라고 소리쳤고, 김 의원은 “합의를 하고 가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을 말리는 국회의장 경호원들과 김 의원 간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격분한 문 의장은 “세상에 국회의장을 이렇게 대우하는 국회가 어디 있느냐. 가슴이 아프고 슬프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선 절대로 (사보임과 관련해서) 확인해줄 수 없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냐”며 울분을 토했다.

결국 문 의장이 소란 속에 의장실을 빠져나가면서 30여분 간의 소동은 일단락됐다. 문 의장은 이후 탈진 증세를 호소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인사이드 이서윤 기자/사진=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