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무비] ‘악질경찰’·‘생일’, 세월호를 다루는 상업영화의 방식
[NI무비] ‘악질경찰’·‘생일’, 세월호를 다루는 상업영화의 방식
  • 승인 2019.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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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전체 탑승자 476명)이 사망 및 실종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이 여객선에 탑승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상을 규명하라는 목소리는 높고 상처는 여전하다. 4·16 세월호 참사를 두고 문화계에서도 추모의 뜻을 담은 작품들을 내놓았고 영화계 역시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그날을 기억했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이를 소재로 한 상업영화 두 편이 개봉했다. ‘악질경찰’, ‘생일’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아픔을 위로했다.

먼저 지난 3월 20일 개봉한 ‘악질경찰’은 온갖 범죄를 일삼는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 분)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아저씨’, ‘우는 남자’를 연출한 이정범 감독이 이번에는 악행을 일삼는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만나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적폐를 다루며 기존 범죄 영화들과 궤를 함께 하지만 그 안에는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치유가 담겨있다.

최근 언론시사회에서 이정범 감독은 “2015년 단원고를 갔을 때 받았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수많은 매체에서 다룬 것과는 달랐다. 그 충격을 기점으로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며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악질경찰’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감독은 상업영화가 취하는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되 인물들의 전사와 변곡점에 세월호 참사를 배치하며 간접적으로 이를 드러낸다. 극 중 미나(전소니 분)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소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반항아로 보이지만 미나가 세상에 반감을 갖고 방황하게 된 건 친구를 잃은 슬픔에 기인한다. 이런 미나의 감정이 조필호에게 전달되면서 영화는 단순히 복수나 악의 처단이 아닌 참사에 대한 참회와 애도의 메시지를 품는다.

다만 영화는 상업영화의 틀에 세월호를 넣은 듯한 전개가 펼쳐진다. 이정범 감독은 “최초의 시작은 세월호였고, 그 다음 상업영화의 감독으로서 할 수 있는 걸 찾은 게 지금의 영화다”라며 진심을 전했지만 방식 측면에서 조금의 아쉬움을 남긴다.

 

3일 개봉한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 작품 ‘밀양’과 ‘시’에서 연출부로 활동하며 내공을 쌓은 이종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설경구, 전도연이 오랜만에 호흡을 맞췄다. 이종언 감독은 2015년 안산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며 느낀 것들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과장하지 않고 담백하게 담아냈다. 

언론시사회에서 이종언 감독은 “유가족의 이야기도 담고 있지만 우리의 이야기도 담고 싶었다. 평범하게 살아오던 이들에게 찾아온 그 고통이 일상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담담하게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극중 순남(전도연 분)은 세월호 참사로 잃은 아들을 여전히 떠나보내지 못했다. 사업차 베트남에 머무느라 아들의 죽음을 지키지 못한 정일(설경구 분)은 죄책감을 안고 있다. 영화는 한 가족에게 닥친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극적인 전개가 아닌 일상의 톤으로 비춘다. 또한 유가족의 트라우마, 보조금을 두고 발생하는 갈등, 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을 통해 현실성을 더한다. 덕분에 영화는 실제 존재하는 누군가의 슬픔을 이야기의 소재로 소비시키지 않고 모두에게 스며들 수 있는 감정으로 전달한다.

설경구, 전도연은 예민한 소재를 다룬 만큼 처음에는 출연을 고사했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난 후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후반부 롱테이크 장면은 두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어느새 관객을 생일 모임의 한 구석으로 이끈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사진= 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